심형래 최악, 이경규 최고

‘국민 개그맨’ 심형래, 이경규가 극과 극 행보를 벌이고 있다. 이경규가 라면 ‘꼬꼬면’의 성공으로 사업가의 면모를 과시한 반면 심형래는 임금 체불을 비롯한 도박, 횡령 혐의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감독이자 소문난 영화광인 심형래, 이경규는 실패를 무릅쓴 모험과 새로운 도전으로 개그맨의 이미지를 새롭게 정의해 왔다. 심형래는 ‘디 워’와 ‘라스트 갓 파더’로 각각 842만, 25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이경규 또한 ‘복면달호’가 손익분기점을 넘으면서 차기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다. 개그맨 출신의 ‘흥행 감독’, ‘최고 개그맨’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심형래, 이경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이들의 명암을 들여다봤다.
‘영구아트’와 ‘제로나인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지내고 있는 심형래의 체불 문제는 지난달 중순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1일 ‘영구아트무비’의 43명 직원들이 서울지방노동청에 임금과 퇴직금에 관련된 진정서를 낸 것. 이 때문에 ‘영구아트’의 모회사 ‘영구아트무비’는 지난달 19일 폐업설에 휘말렸고 심형래는 노동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진행했던 노동청 관계자는 “영구아트무비가 악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했다기보다는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돈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지만 직원들의 입장은 반대였다.
‘영구아트무비’의 근로자, 퇴직자 등은 지난 2일 몇몇 언론사와의 기자회견을 통해 억눌렸던 자신들의 입장을 폭로했다.
4명의 대표자들은 “국민건강보험 체납으로 영구아트무비 건물이 이번달 14일 경매에 부쳐진다”면서 “지난 6월 이미 회사 측으로부터 권고사직을 권유받았다”고 말했다. 상당수 인력들은 그 과정에서 사퇴를 결정했다.
43명의 직원들이 받지 못한 금액은 평균 10개월 치 월급이다. 일부 미술팀의 경우 한 사람당 5000만 원 정도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자들은 회사 형편 악화와 임금 체불 문제를 심형래의 도박 중독과 회사 관리 소홀 때문이라 주장했다.
심형래, 가스총을 실탄총으로 개조하라고 지시
회사가 커질 수 있는 발판을 대표 스스로 차버렸다는 얘기다.
한 직원은 “‘디워’로 투자 및 사업제휴가 밀려들었지만 2008년 당시 심형래 대표가 도박에 심취해 회사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폭로하면서 “리더들이 무릎까지 꿇어봤지만 소용 없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심형래의 도박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정선 카지노 주변에서 “5000만 원을 송금해달라”는 심형래의 요구 등으로 보아 도박을 확신했다. 게다가 몇몇 이들은 심형래의 카지노 출입을 두고 회사에 협박 전화를 걸기도 했다.
직원들은 “주말 내내 정선 카지노에 있었던 적도 있으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그날 저녁에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심형래 대표는 아직 구설수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 상태다. 직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밀린 임금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
이경규,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차기영화 제작비 마련?
반대로 이경규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은 이경규의 리더십 덕에 주말 예능으로서의 정착과 고유 컨텐츠를 확보했으며 이경규 역시 ‘남자의 자격’으로 슬럼프를 훌훌 털어냈다.
최근에는 직접 개발한 라면 ‘꼬꼬면’으로 라면 업계에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꼬꼬면’은 지난 3월 방송된 ‘남자의 자격’ 미션에서 이경규가 내놓은 라면이다. 닭육수를 활용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인 ‘꼬꼬면’은 심사위원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경규와 계약을 체결한 ‘한국야쿠르트’는 이경규가 만들었던 맛을 재현하기 위해 제품 개발을 함께 진행했으며 4개월간의 과정을 거친 후 생산을 시작했다.
브랜드 소유권은 이경규가 갖고 있다. 로열티는 판매 수익의 2%에 불과하지만 판매량과 비교한다면 수억 원이 될 전망이다.
‘꼬꼬면’의 소유권자인 이경규는 지난 1일 ‘한국야구르트’가 주관하는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선물나누기 행사에 참여했다.
꼬꼬면 등이 담긴 선물세트는 서울시에서 실시하는 '아름다운 이웃, 서울 디딤돌‘ 사업을 통해 소외계층 3600명 아동들에게 전달된다.
개그맨으로 시작해 크고 작은 사업과 영화감독까지 경험한 심형래와 이경규. 대중들은 요즘 국가 대표 희극인들의 몰락과 부상을 동시에 목격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