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탤런트의 핑계, 제작발표회때 각오는 어디갔나
[이창환 기자] 촬영 거부로 결방 사태 야기한 한예슬, 미안함 깃든 연기로 만회할까 KBS 드라마 ‘스파이 명월’ 촬영을 거부하고 미국으로 출국한 탤런트 한예슬(30)이 현장에 다시 합류했다. 한동안 연예계 최대 이슈로 자리 잡은 ‘한예슬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것. 하지만 무단이탈에 따른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가 드라마 종영 후 불거질 수도 있어 연예계는 여전히 한예슬과 KBS의 관계를 주시하고 있다. 귀국 당시 한예슬은 “나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스파이 명월’ 관계자는 “제작진의 횡포와 무리한 스케줄 요구 등은 없었으며 오히려 한예슬이 드라마의 진행에 비협조적이었다”고 맞섰다. 이번 사건의 전말을 짚어봤다.
지난 15일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출국한 한예슬은 이틀이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돌아왔다. 한예슬은 지난 14일과 15일에 예정됐던 ‘스파이 명월’ 출연을 거부하고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리고 소속사인 ‘싸이더스HQ’와 어머니의 설득으로 귀국했다.
야구모자를 눌러 쓴 채 초췌한 모습을 보인 한예슬은 “‘스파이 명월’ 팀, 함께 출연하는 선배들, 상대역인 에릭씨를 포함한 동료 배우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연기생활이 얼마나 어렵고 열악한지 알아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녀의 사과는 갈등의 진원지로 알려져 있는 황인혁 PD에게도 이어졌다. 한예슬은 “황 PD와 서로 의중을 오해해 이 지경까지 온 것 같다. 앞으로 오해를 풀고 촬영에 매진하겠다”면서 “모든 상황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으며 질타의 말을 새기면서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이에 황 PD는 “현장에서 틈틈이 시간을 가지고 오해를 풀어 나가자”고 답했다.
주인공이 교체되는 최악의 사태 막아
하지만 한예슬은 자신 또한 피해자의 한 사람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녀는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두려움 속에서 한 선택이다. 이해해 줄 분도 있다고 생각하고 이 일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예슬의 발언과 행동에 반발한 스태프들은 일제히 한예슬 측의 추가적인 입장발표를 요구했다.
‘스파이 명월’ 제작진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지난 17일 ‘한예슬 사건의 전모’라는 성명을 내면서 2개월 간의 제작일지를 공개했다. 한예슬의 촬영 태도와 녹화 거부 등으로 입은 피해 역시 성명서에 포함돼 있었다.
성명서를 낸 관계자는 “사건이 터진 이후부터 한예슬의 기사와 행동을 지켜봤다”며 “진실과 다르기 때문에 한예슬씨가 한 행동을 규명하고자 한다”는 말로 성명서의 취지를 밝혔다.
드라마 진행이라는 대의 위해 피해보상 자제하나
‘스파이 명월’ 제작사인 ‘이김 프로덕션’은 한예슬과 ‘싸이더스HQ’를 상대로 1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하고 있다.
‘스파이 명월’은 이미 일부 국가와 판매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홍콩,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 등 10개국에 팬클럽이 있는 에릭(32)이 드라마 수출의 원동력이다.
KBS의 법적 대응까지 더하면 한예슬은 감당하기 힘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KBS 드라마국 이강현 EP는 지난 16일 “한예슬의 돌발적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사태에 대해 법적 자문을 거쳐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EP는 한예슬이 거론한 당일 받는 미완성 쪽대본, 무리한 스케줄 등이 촬영 펑크와 잠적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을 펼치면서 한예슬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EP는 “스파이 명월은 촬영 첫 신부터 마지막 신까지 완벽한 제본의 형태로 남아있다”고 설명하면서 “작가가 교체된 후에도 촬영에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예슬의 CF 촬영을 포함한 개인일정을 주 하루에서 이틀까지 할애해줬다. 여타 미니시리즈 이상으로 배려를 했으면 했지 살인적인 스케줄과 쪽대본 강요는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EP는 촬영장 대기 또한 한예슬 측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EP는 “7월 14일부터 한예슬의 촬영현장 무단이탈, 대본 수정요구 등 여러가지 요구 조건이 있어 그러한 것들을 수용하거나 조정하느라 대기시간이 길어졌다. 제작진의 준비소홀이나 연출 미비로 기다린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EP는 지난 13일 한예슬과의 마지막 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촬영 대기시간이 오전 8시30분이었던 12일이었지만 한예슬이 오후 4시께 촬영장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편 한예슬은 지난 18일 ‘스파이 명월’에 복귀하면서 19일 오전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드라마 관계자는 “촬영이 잘 되고 있다. 에릭과 한예슬의 의사소통이 문제 없는데다 오랜 만에 재개된 촬영 탓인지 모두 의욕이 넘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촬영 강행군은 또다시 이어질 예정이다. 한 주가 거의 끝나는 시점에 시작된 만큼 차기 방송 분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한예슬 사태는 한예슬의 복귀와 드라마 재개로 일단락 됐다. 한예슬 또한 회식자리에서의 스태프들에 대한 사과로 관계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마음을 비췄다. ‘스파이 명월’ 관계자들의 마음이 쉽사리 풀리지는 않겠지만 당장 집중해야 할 사항은 잘못 추궁이 아니라 ‘스파이 명월’을 시청자들에게 다시 보여주는 일이다.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