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으로 다 간다~
[이창환 기자]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확대가 방송가, TV시장에 거대한 지각 변동을 불러오고 있다. 연말부터 종편에 합류하는 TV조선-CSTV(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MBN(매일경제)는 시청률 확보에 필요한 연예인, PD를 데려오기 위해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서 하차하는 강호동을 비롯해 많은 방송계 유명인들의 종편행이 점쳐지고 있다. 종편의 확대는 방송가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에게는 큰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반면 기존 방송사들은 벌써부터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종편행과 관련된 움직임들을 살펴봤다.강호동의 ‘1박2일’ 하차가 종편 파장을 일러주는 신호탄이 됐다면 PD들의 이직은 종편행이 방송계에 미치는 영향을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지상파 PD들의 종편행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올 봄 MBC 여운혁 PD와 KBS 김시규 PD가 지상파를 떠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6일엔 SBS 김은정 PD, 정효민 PD, 송광종 PD가 jTBC행을 결정했다. 그 전인 11일에는 김노은, 방현영 MBC PD가 jTBC행을 알렸다. 종편행에 몸을 실은 PD들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 기획이 가능한 10년 차 PD(CP)부터 제작현장을 주도하는 5년 차 PD까지 다양했다.
KBS의 경우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을 책임졌던 김석현 PD외에 신원호 PD, 이동희 PD마저도 종편행을 결정했다. 최근에는 ‘1박2일’로 이름을 알린 나영석 PD의 종편행설 나돌았지만 본인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밖에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의 CP였던 MBC 권익준 PD는 CJ E&M의 중국지사로 이동했고 KBS '소비자고발’을 맡았던 이영돈 PD는 채널A로 이동했다.
PD들의 종편행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예능 프로그램을 맡은 PD들이 중심이 되고 있는 현상이다. 이는 스타급 PD뿐만 아니라 조연출PD에도 해당되는 사실이다.
인력난에 ‘PD 급구’하는 지상파 방송사
조연출급 PD들의 종편행은 지상파 방송사의 제작현실에 따른 불만 또는 아쉬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상파 방송사 PD의 경우 케이블 방송사 PD들보다 프로그램을 잡는데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입사 10년을 넘긴 MBC 예능 PD는 “지금 AD들은 연출 연차가 와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연차의 SBS PD도 “조연출의 입장에서는 빨리 원하는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며 종편행 사태를 설명했다.
종편들과 케이블 채널의 막강 파워 CJ E&M은 시청률 확보를 위해 연예인을 비롯한 예능 PD 섭외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강호동과 유재석 등의 ‘국민 MC’들의 거취가 연일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현재 종편행의 중심에 있는 연예인은 단연 강호동이다. 연예계는 강호동의 종편행 확정여부를 예의주시하면서 분명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상위 1% MC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제작비가 드라마보다 적게 드는 예능을 통해 하루빨리 시청자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의 흐름은 메인 MC에 의존하고 있는 성향으로 가고 있다.
‘A급’ 탤런트·개그맨·영화배우 수시로 종편 노크
신생 종편들은 강호동과 유재석을 붙잡는 것이 성공적인 안착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채널 인지도를 빨리 높이는 것은 물론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호동, 유재석과 친분이 두터운 연예인들을 함께 데려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MC의 인지도로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 또한 상당하다. 강호동, 유재석의 프로그램 회당 출연료는 대략 900만~1000만 원정도. 하지만 강호동이 MC를 맡는 ‘1박2일’에 붙는 15초짜리 광고는 62개로 회당 광고수입이 6억7000만 원을 넘는다. 연간 광고수익으로 계산하면 349억 원이다. 재방송과 케이블 판매까지 더하면 ‘1박2일’ 하나만으로 강호동이 500억 원 가량의 수익을 KBS에 안겨준다는 얘기가 된다.
MBC ‘무한도전’과 ‘놀러와’, SBS ‘런닝맨’을 맡고 있는 유재석도 강호동 못지않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둘 뿐만 아니라 종편이 확정된 영화배우 정우성, 황정민과 고현정 등 A급 배우들이 추가적인 물망에 오르고 있다.
종편의 확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방송 시장이 넓어지는 것이므로 방송가 인력들의 수요가 많아진다는 전망도 있지만 ‘부익부 빈익빈’현상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스타들만 찾는 종편의 특성은 무명 연예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것 같다”면서 “스타들의 몸값만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연예 기획사는 종편의 확대를 반기면서 많은 연예인들이 더 많은 기회를 잡는 여건이 오기를 기대했다.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