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안 전 대표)은 큰 양보를 두 번이나 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해 말 JTBC 썰전에 출연해 안 전 대표의 장점을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여기서 두 번의 양보는 잘 알려진 대로 2011년 서울시장, 2012년 대통령선거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의원은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고,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
최근 안 전 대표 역시 이런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안 전 대표는 과거 두 번의 양보에 대해 “후회한 적 없다”며 “심약한 사람은 못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됐던 게 사실이다.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게 이듬해 대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이었지만,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뒤 문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실패한 단일화’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후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해 현재 소폭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철수→독철수
安 “종친회 항의”
2012년 18대 대선은 결과적으로 안 전 대표에게 연약한 이미지를 안겨줬다. ‘대의’를 위한 양보였다는 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통령 감으로는 불안하다’는 인식이 일부에서 남아 있다.
이런 점을 모를 리가 없는 안 전 대표는 최근 들어 ‘강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소 거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2월 13일 광주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돕지 않았다’는 질문에 대해 “그건 사실 아니다”며 “추운 날 목이 터져라 유세를 했는데, 1%라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 내가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로몬의 지혜, 생모의 심정으로 양보했다. 양보한 것 하나만으로도 고맙다고 해야 되는 것이 인간적 도리 아니냐”며 “양보뿐만 아니라 도와줬는데, 동물도 고마움을 안다. 그런 말 하는 건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짐승’ 발언의 파장은 상당히 컸다. 안 전 대표는 ‘짐승표현이 문재인을 향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위장한 사람들에 대한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지만, 그는 곧 ‘독철수’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여기에는 ‘대세론’을 이끌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항마로서의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비친다. 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급물살을 탈 수 있는 야권통합론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안 전 대표 입장에선, 연이은 강한 발언을 통해 중도‧보수의 표심을 확보하려는 방안으로도 보인다.
이유야 어찌됐든 안 전 대표의 이미지는 변모하고 있다. 한때 ‘자신의 소신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간만 본다’고 해서 ‘간철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안 전 대표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강(强)철수’를 넘어 ‘독(毒)철수’로 유권자의 뇌리에 각인시키고 있는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성이 자꾸 바뀌니까 저희 안씨 종친회에서 항의가 많다. 성이 더 이상 안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현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켜 유권자와 접점의 기회로 삼고 있다.
‘안撤收’ 각인
자강론 고수
강한 발언 뿐 아니라 최근 처음 주장을 굽히지 않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지율이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안 전 대표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중도 영역을 놓고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이 부분은 사실 안 전 대표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사드 배치 등을 놓고 안 전 대표가 강경론을 유지하면서 상당 부분을 안 지사에게 뺏겼다. 그럼에도 안 전 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해 다음 정권에서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사드 배치 문제는 국가 간 합의이기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와 연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후보단일화는 없다. 이제 국민들이 후보단일화에 대해선 신물 내신다”고 일축했다.
지난 8일 채널A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에 출연, 사회자가 “연대냐 고대냐”고 묻자 “고∼대로 가야 된다”고 밝혔다. 다른 정치 세력과의 연대보다 끝까지 완주하는 자강(自强)론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연대를 반대하는 안 전 대표로서는 큰 산이 남아있다. 현재 지지율 추세대로라면 ‘문재인-안철수-보수후보’ 3자 구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짙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손학규-구민주계에서 야권통합을 강하게 주장하는 데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호남세력이 반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경선에서 불리할 뿐 아니라 대선에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남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민의당이기 때문에 향후 대선에서 호남 유권자의 표를 뺏기지 않으려면 이 지역의 요구를 묵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