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毒)철수에서 안철수(撤收)로…진화하는 ‘철수’ 앞과 뒤
독(毒)철수에서 안철수(撤收)로…진화하는 ‘철수’ 앞과 뒤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7-03-10 20:39
  • 승인 2017.03.10 20:39
  • 호수 1193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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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오른쪽 아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유약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강철수’라는 별명을 얻더니, 급기야 ‘짐승 발언’을 통해 ‘독철수’로 불린다. 그런데 이마저도 옛말이 됐다. 다시 안철수로 돌아왔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철수(撤收)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안철수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이미지가 강한 쪽으로 굳어지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연대 불가’를 고수하는 게 향후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주목된다.
 
“당신(안 전 대표)은 큰 양보를 두 번이나 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해 말 JTBC 썰전에 출연해 안 전 대표의 장점을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여기서 두 번의 양보는 잘 알려진 대로 2011년 서울시장, 2012년 대통령선거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의원은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고,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
 
최근 안 전 대표 역시 이런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안 전 대표는 과거 두 번의 양보에 대해 “후회한 적 없다”며 “심약한 사람은 못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됐던 게 사실이다.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게 이듬해 대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이었지만,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뒤 문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실패한 단일화’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후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해 현재 소폭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철수→독철수
安 “종친회 항의”

 
2012년 18대 대선은 결과적으로 안 전 대표에게 연약한 이미지를 안겨줬다. ‘대의’를 위한 양보였다는 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통령 감으로는 불안하다’는 인식이 일부에서 남아 있다.
 
이런 점을 모를 리가 없는 안 전 대표는 최근 들어 ‘강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소 거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2월 13일 광주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돕지 않았다’는 질문에 대해 “그건 사실 아니다”며 “추운 날 목이 터져라 유세를 했는데, 1%라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 내가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로몬의 지혜, 생모의 심정으로 양보했다. 양보한 것 하나만으로도 고맙다고 해야 되는 것이 인간적 도리 아니냐”며 “양보뿐만 아니라 도와줬는데, 동물도 고마움을 안다. 그런 말 하는 건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짐승’ 발언의 파장은 상당히 컸다. 안 전 대표는 ‘짐승표현이 문재인을 향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위장한 사람들에 대한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지만, 그는 곧 ‘독철수’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여기에는 ‘대세론’을 이끌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항마로서의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비친다. 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급물살을 탈 수 있는 야권통합론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안 전 대표 입장에선, 연이은 강한 발언을 통해 중도‧보수의 표심을 확보하려는 방안으로도 보인다.
 
이유야 어찌됐든 안 전 대표의 이미지는 변모하고 있다. 한때 ‘자신의 소신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간만 본다’고 해서 ‘간철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안 전 대표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강(强)철수’를 넘어 ‘독(毒)철수’로 유권자의 뇌리에 각인시키고 있는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성이 자꾸 바뀌니까 저희 안씨 종친회에서 항의가 많다. 성이 더 이상 안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현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켜 유권자와 접점의 기회로 삼고 있다.
 
‘안撤收’ 각인
자강론 고수

 
강한 발언 뿐 아니라 최근 처음 주장을 굽히지 않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지율이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안 전 대표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중도 영역을 놓고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이 부분은 사실 안 전 대표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사드 배치 등을 놓고 안 전 대표가 강경론을 유지하면서 상당 부분을 안 지사에게 뺏겼다. 그럼에도 안 전 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해 다음 정권에서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사드 배치 문제는 국가 간 합의이기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와 연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후보단일화는 없다. 이제 국민들이 후보단일화에 대해선 신물 내신다”고 일축했다.
 
지난 8일 채널A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에 출연, 사회자가 “연대냐 고대냐”고 묻자 “고∼대로 가야 된다”고 밝혔다. 다른 정치 세력과의 연대보다 끝까지 완주하는 자강(自强)론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연대를 반대하는 안 전 대표로서는 큰 산이 남아있다. 현재 지지율 추세대로라면 ‘문재인-안철수-보수후보’ 3자 구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짙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손학규-구민주계에서 야권통합을 강하게 주장하는 데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호남세력이 반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경선에서 불리할 뿐 아니라 대선에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남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민의당이기 때문에 향후 대선에서 호남 유권자의 표를 뺏기지 않으려면 이 지역의 요구를 묵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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