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韓’ 파도에 타격 받을까 노심초사

한국어 듣는 것조차 싫다는 사람 늘어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중국의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이하 사드)보복에 한국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대기업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으로 시작된 롯데마트 영업정지와 벌금 등의 피해는 물론 중국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들도 피해가 올까 불안에 떨고 있는 것. 이에 정부가 중국과의 경제 외교 해결을 위한 노력 의지를 뒤늦게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만연하게 퍼진 중국발 반한 감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고조될 뿐, 해결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일요서울은 중국 현지에 근무하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엿봤다.
한·미 양국이 지난 7일 사드 주한미군 배치 작업을 시작했다. 이에 중국의 사드 보복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중국 내 롯데마트에 대한 영업정지와 벌금에 이어 한국 상품 불매운동 등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 또 사드 배치의 불똥이 대기업뿐 아니라,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의 목도 옥죄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관계자 A씨는 한국 상표인 게 소문나면 장사하기 힘들어진다며 중국 내 반한 감정의 영향을 받을까 불안감을 표출했다. 그는 “일본이 중국과 영토를 놓고 분쟁할 때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일어 (일본의)타격이 심했다”며 “중국인들은 이렇게 한번 사회 분위기가 가면 한국보다 애국심으로 뭉치는 성향이 강해 불매운동 등이 한참을 간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 직원들을 교육하는 한국 사원들에게 각별히 매장에서 한국어 사용을 주의하라는 통지를 했다고 전했다.
실제 과거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중국이 일본 관광을 금지시키고, 제품 불매운동을 펼쳐 일본의 피해 정도는 상당했다. 다만 11개월여 만에 회복된 바 있다.
또 전기차 배터리 중소업체 중국 담당 B씨는 자신의 회사가 한국에서 기술력을 인증 받아 중국시장에 중국 회사와 합자 출범할 예정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합자하려던 중국 회사가 올해 초 돌연 무기한 연기를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회사 내부에서는 중국회사 CEO가 중국 국영기업 출신 CEO라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예술공연 동시통역가인 C씨는 한국 가수 연예인 영화배우 등의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며 일자리가 확 줄었다고 답답함을 표출했다. 그나마 진행되는 행사에서도 한국 인사와 통역하려면 당연히 한국말을 할 수밖에 없지만 중국 관계자가 한국어를 자제하라고 해 황당함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그는 통역을 하는데 한국어를 하지 말라 하면 어떻게 하냐는 질의에 중국관계자는 “요새 한국어를 듣는 것조차 싫어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택시, 버스, 지하철 등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다 중국인들이 둘러싸고 욕설을 해 목적지까지 못 가고 내리는 경우 허다하다고 한다. 이에 한국교민협회 유학생협회는 교민들에게 길거리에서 한국어 사용 자제, 늦은 시간까지 외부에 있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현지 분위기를 통해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의 심각성을 볼 수 있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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