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버리들의 인터넷 낙서장이 언제부터 대중의 목소리가 됐다고

[이창환 기자]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예인 진실 추궁’ 인터넷 카페가 ‘연예인(해당 연예인 이름)닷컴’이란 사이트로 변형돼 퍼지고 있다. ‘연예인 닷컴’은 루머를 사실처럼 부풀리거나 불필요한 신상 공개로 해당 연예인 및 유명인을 괴롭히고 있다. 민감하고 어려운 사건에 휘말린 유명인들이 사이트 운영자의 타겟이다. ‘강대성 닷컴’, ‘옥주현 닷컴’, ‘이지아 닷컴’, ‘임태훈 닷컴’, ‘마재윤 닷컴’ 등 그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연예인 닷컴’의 실체를 파악해봤다.
“힙합 가수 타블로가 학력을 위조했다”는 내용을 필두로 개설된 ‘타진요’는 한때 2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인터넷 카페였다. 타블로에 대한 갖가지 의혹 제기를 넘어서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던 ‘타진요’는 지난해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운영자를 비롯한 주동자들은 결국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았다.
‘타진요’는 악플과 루머가 집단을 이룰 때 얼마나 대중을 현혹시키며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주는지 일러준 사례가 됐다.
‘타진요’ 이후 ‘연예인 진실 추궁 사이트’는 사그라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서태지-이지아’ 사태 이후 급반전됐다.
1997년~2006년 동안 서태지의 부인으로 지냈던 이지아는 지난 4월 서태지에게 55억 원의 위자료 및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이지아와 서태지 간의 소송전은 곧 이지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지아 닷컴’이 생긴 원인이 됐다. 이지아의 과거가 워낙 알려진 바가 없고 특별해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스토커, 악플 이후의 기피 대상, ‘XXX 닷컴’
‘이지아 닷컴’은 그녀의 행보와 일각에서 제시한 증언, 의혹 등을 모아 공개했지만 이 같은 추측은 대중들을 더 현혹시켰다.
프로야구 선수 임태훈을 내세운 ‘임태훈 닷컴’의 취지는 고 송지선 아나운서의 추모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임태훈은 지난 5월 자살한 송지선 아나운서와 깊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임태훈의 스캔들 부정과 송 아나운서에 관한 답변 거부는 의혹을 더 증폭시키기도 했다. ‘임태훈 닷컴’은 송 아나운서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임태훈에게 지우고 있다. ‘임태훈 닷컴’에는 임태훈을 향한 악플과 루머가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옥주현 닷컴’은 이들 사이트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MBC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 합류한 옥주현을 겨냥한 ‘옥주현 닷컴’이 루머에 시달리던 그녀를 더욱 옭아맨 것이다. ‘옥주현 닷컴’은 방송 제작진의 거짓을 밝혀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으나 제작진에 대한 불신은 옥주현과 상당수 연관됐다. ‘옥주현 닷컴’은 옥주현 위주의 방송분량, 첫 번째 경연에서의 1위, 옥주현을 위한 편집 등을 수상히 여겼다. 당시 옥주현은 임재범의 갑작스런 하차와 이소라와의 불화가 자신과 관계없다고 호소하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옥주현 닷컴’이 제시한 ‘특혜설’로 옥주현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강대성 닷컴’에도 ‘마녀사냥’을 통한 관심 끌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강대성 닷컴’은 빅뱅 대성이 일으킨 교통사망사고를 다루고 있는 사이트다. ‘강대성 닷컴’은 사건에 대한 언론 기사와 경찰 수사 내용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당시 정황을 파헤치고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 발표에 어긋나는 의견 또는 근거 없는 루머의 기재는 ‘강대성 닷컴’의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타진요’처럼 악의적이진 않으나 위험성 커
‘연예인 닷컴’의 운영자 A씨는 최근 현상에 대해 “스타들이 부정적인 일에 연루됐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라는 주장을 폈다.
대부분의 ‘연예인 닷컴’이 내세우는 명분 또한 A씨와 같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공간을 접한 대중들은 연예인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과 신상털이,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양산하고 있다.
반면 심리학과 교수들은 최근 현상을 “마녀사냥과 대중의 관음증이 겹친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의 발달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착각 때문에 객관성과 윤리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예방송 전문가들 또한 “개인에게 치명적인 사건이 볼거리와 돈벌이로 전락하고 있다”며 “잠잠해지지 않으면 타블로 이상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예인 닷컴’의 일부 운영자는 광고를 통해 부가적인 수입까지 올리고 있어 이들 사이트는 인터넷 문화의 폐해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지적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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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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