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보다 강한 한 여자의 뜨거운 삶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세계적인 명작 소설 ‘제인 에어’가 원작을 뛰어넘는 명품 멜로 영화로 재탄생, 그 계보를 잇는다. ‘제인 에어’는 그동안 21차례나 영상화됐을 정도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작품. 매력적인 캐릭터, 긴장감 넘치는 소재,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돋보이는 그야말로 명작 중에 명작이다. 2011년작에서는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천재 감독 캐리 후쿠나가에 의해 21세기 정통 멜로로 재해석했다. 자신의 인생을 뿌리째 뒤 흔드는 운명적인 사랑, 그리고 그 사랑 앞에선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이 고전 명작의 깊이 있는 품격과 함께 감동을 선사한다.
1847년 출간된 샬롯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는 19세기 보수적인 귀족사회에서 고난과 역경 속에 성장한 가난한 고아소녀 ‘제인 에어’가 손필드 저택의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 대저택의 주인인 ‘로체스터’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멜로를 다룬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대저택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한 구조와 모든 장애를 뛰어넘는 두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는 당시 철저한 계급사회였던 19세기 영국 여성에게는 파격과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나 영화 ‘제인 에어’ 속 ‘제인 에어’는 다르다. 부모를 잃고 친척 집에 살면서 따스한 사랑을 받지 못한 ‘제인 에어’는 기숙사 학교에 보내지자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프랑스어, 미술, 음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성을 쌓으며,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성장시켜 나간다. 스스로 직업을 선택하고 인생을 결정하는 삶은 당시의 여성으로선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 하지만 영화 속 ‘제인 에어’는 독립적인 존재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간다.
그리고 가정교사로 들어간 손필드 대저택에서 저택의 주인인 ‘로체스터’를 만나 비로소 영혼이 통함을 느끼고 그와 신분과 계급을 초월한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이처럼 일은 물론 사랑마저도 당당하게 쟁취했던 ‘제인 에어’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들의 삶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일과 사랑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 앞에서 흔들리고 고민하며 좌절하는 현 시대의 여성들에게 진정 닮고 싶은 롤모델을 제시한다. 사랑 받지 못해 억울하다며 눈물을 흘리던 어린 소녀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우뚝 서 당시의 인습적인 사회를 과감하게 거부한 ‘제인 에어’. 왕자님이 나타나 자신을 구원해주길 바라는 일반적인 여성 캐릭터와는 달리, 모든 것을 스스로 개척하고 이겨냈기 때문에 ‘제인 에어’는 21세기인 현재에도 많은 사랑을 받는 여성 캐릭터로 손꼽히는 것이다.
시대와 신분을 뛰어넘는 순수한 열정가 ‘제인 에어’ 역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할리우드 신예스타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맡았다. 19살의 감성과 고뇌가 눈빛에서부터 묻어나는 소녀와 여인의 중간에 선 순수하면서도 매혹적인 ‘제인 에어’로 분했다.
제인 에어가 사랑하는 저택 주인 ‘로체스터’역은 ‘300’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마이클 파스밴더가 맡아 거칠고 무뚝뚝하지만 내면에 감춘 진한 열정을 완벽히 소화했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적 사랑 그리고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기 위한 치열한 몸무림, 19세기 고전의 치명적 감수성이 올 봄 스크린에 되살아난다.
[최수아 기자] xowl2000@dailypot.co.kr
#영화정보
감 독 : 캐리 후쿠나가
주 연 : 미아 와시코브스카, 마이클 파스밴더
장 르 : 멜로
러닝 타임 : 115분
최수아 기자 xowl2000@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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