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에 맛 들린 MBC 참가자들은 백점~ 제작진들은 빵점~

MBC가 주말 황금 시간대에 3개의 전문 서바이벌(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무한도전을 제외하고 침울했던 주말 예능 시청률을 잡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프로그램은 각각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위탄)’, ‘신입사원’,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나가수)’이다. 그런데 이들 프로그램에 대해 개성과 준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열풍에 편승하고자 급조 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발상에 대한 칭찬이 얼마 지나지 않아 비난으로 바뀐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대적인 지원을 쏟아 붓고 있는 MBC. 이들 3개의 프로그램을 짚어봤다.
치열한 경쟁과 독설이 오고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식지 않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매회 시청자들에게 긴장감과 반전을 안겼고, 그 점은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 없던 강점이었다.
지난해 ‘슈퍼스타K2’로 대표됐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현재 위탄, 나가수, 신입사원을 비롯해 ‘오페라스타2011’,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까지 늘어났다. 방송 예정인 프로그램들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현재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수치상으로나 방송국 내 차지하는 비중으로나 MBC가 압도적이다. MBC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첫 주자는 위탄이다. ‘김혜수의 W’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들어선 위탄은 ‘슈퍼스타K2’를 표방한 프로그램이라는 점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이에 위탄은 “아이돌이 아닌 뮤지션을 뽑는 프로그램이 되겠다”는 출사표를 냈지만 ‘슈퍼스타 K2’의 ‘짝퉁’이라는 이미지를 지워내진 못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위탄에 대해 “방송 편집이 느슨하고 참가자들이 수준 미달이다”, “예심에서부터 급조한 티가 나는 것 같다”며 질타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에 편승하려던 신설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후 위탄은 스타성이 엿보이는 참가자들의 개성과 노력으로 점차 나아졌고, 현재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슈퍼스타K2’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위탄’의 ‘생방송 공연’, ‘본선 진출자들의 합숙’, ‘심사위원의 독설’, ‘라이벌 구도와 러브라인’이 ‘슈퍼스타K2’에서 이미 방영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위탄’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는 성공했지만 프로그램의 독창성만큼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출연자가 먹여살리는 MBC
‘신입사원’의 행보는 위탄과 반대였다. 초반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이내 사그라들었다.
‘신입사원’은 아나운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특징 때문에 방영 전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연예인 오디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5509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MBC 역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새장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방영 몇 회만에 대중들은 ‘신입사원’을 외면했고 시청률 또한 5%대가 고작이었다. 동시간대 타 방송의 시청률 상승에 일조해 버린 것이다.
네티즌들은 신입사원이 “프로그램 진행이 허술해 보였고 요즘 예능 트랜드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패인은 아나운서란 직업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한 점에 있었다. 뭔가 다른 오디션을 기대한 시청자들에게 식상함만 안겨줬다는 것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인기의 원동력으로 자리 잡은 ‘개인사’ 소개에 있어서도 아나운서는 득을 보지 못했다.
네티즌들은 “개인 스토리의 안타까움을 너무 자주 부각시키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다”, “참가자들을 통한 프로그램의 감동을 바랐겠지만 아나운서 서바이벌과 맞지 않았다”며 반기를 들었다.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효과가 ‘신입사원’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MBC가 기획한 ‘신입사원’을 두고 “발상만 가지고 시작한 전형적인 급조 프로그램”이라고까지 평했다.
반면 ‘나가수’는 지난 3월 방영직후부터 신드롬을 몰고 온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매주 7명의 가수들이 경쟁하는 ‘나가수’는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수준 높은 공연으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시청률 역시 순간 시청률 13.7~18.25%를 기록하며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강자로 군림했다.
‘나가수’는 대다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누구나 참가할 수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가수’만의 재미와 차별성을 대중들에게 분명히 각인시켰다.
네티즌들 역시 “아이돌이 판치는 가요계에서 ‘나가수’의 등장은 새로운 충격이다”, “이정도 가수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어디 있냐”며 ‘나가수’를 호평했다.
하지만 ‘나가수’ 또한 ‘김건모 재도전 논란’으로 주춤했다. MB C가 독단적으로 프로그램 방식을 수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우리들을 무시한 채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하느냐”며 ‘나가수’를 비난했고 재도전 사건 이후의 파장은 이전의 호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셌다. 사건의 발단을 만든 김영희PD는 제명됐고 관련된 몇몇 출연진들 역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나가수’의 재도전 논란에 대해 MB C가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사의 시청률에 대한 집착과 이슈에 대한 욕심은 프로그램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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