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셔니스타’서 ‘시골처녀’로 완벽 변신

패셔니스타 정려원이 시골처녀가 되어 돌아왔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일자 단발은 기본, 단벌 한복까지 말 그대로 ‘촌티 패션’을 선보이며 순박한 매력을 뽐낸다. 영화 ‘적과의 동침’에서 1950년 대 신여성으로 분한 그녀는 캐릭터를 위해 트레이드 마크였던 긴 머리도 싹둑 자르는 열의까지 펼쳐 보이며 한국 전통 여성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그리겠다는 각오다. 윤은혜, 박한별 등 여배우들의 변신이 극장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 가운데, 그녀의 도전이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우 정려원이 민낯 열연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3월 23일 열린 영화 ‘적과의 동침’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그녀는 “민낯도 민낯이지만 얼굴을 더 어둡게 분장하고, 단발로 머리를 자르는 등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안 예쁘게 나와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적과의 동침’은 1950년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총 들고 들어온 적도 밭 갈며 눌러 앉게 만드는 석정리 사람들의 순박하고 유쾌한 로비작전을 다룬 작품으로, 그녀는 극 중 순박하면서도 당돌한 ‘설희’ 역을 맡아 시골 마을 선생님으로 완벽 변신했다. 마을 사람들을 가족처럼 아끼고 마을을 위해서라면 누구보다 앞장서 움직이는 석정리 최고의 신여성이다.
“사실 맨 처음에는 감독님이 분장을 어둡게 까지는 안한다고 했다. 그냥 그 시대에 맞춰 해준다고 해서 흔쾌히 오케이 했는데 나중에 보니 분장이 점점 까매지더라. 끝에는 분장을 안 해도 될 정도로 탔다.”
“사극 스타일에 잘 어울리고파”
자타공인 패셔니스타에서 촌티가 물씬 풍기는 시골 처녀로의 변신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하지만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과감한 민낯 투혼은 물론 단벌 한복까지 작품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았다.
“사실 민낯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여배우의 입장에서 신경이 안 쓰였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예쁘게 나왔다고 칭찬해줬다. 촬영된 것을 보니 왜 그렇게 고집하셨는지 알 것 같다.”
특히 단벌 한복으로 등장함에도 불구, 싫은 내색은 커녕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나도 사극 의상이 잘 맞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기회가 잘 닿은 거 같다. 많은 분들이 ‘정려원=패셔니스타’라는 선입견이 있어 사극이랑 많이 안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시더라. 하지만 나도 단벌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여배우로서 작품 속 의상 욕심도 있을법. 하지만 남아있는 CF 촬영마저도 걱정 없다며 의외의 털털한 모습이다.
“김주혁 알고 보니 ‘따도남’”
함께 호흡을 맞춘 김주혁에 대해서는 진정한 ‘따도남’이라고 평가했다. 김주혁은 극 중 인민군 유학파 엘리트 장교 ‘정웅’으로 분해 그녀와 러브 라인을 형성, 달콤한 로맨스를 펼친다.
“김주혁을 흔히 ‘차도남’이라 하는데, 실제 보니 따뜻한 도시 남자인 ‘따도남’이더라. 우리 영화 속 시대인 1950년대 말로 하면 양반, 정말 젠틀맨이다. 동료 여배우들이 김주혁과 연기한다고 하니 복 받았다고 했다. 연기할 때 잘 챙겨주고 잘 받아줘 고마웠다.”
그녀의 찬사가 이어지자 함께 참석한 김주혁도 “대부분의 여배우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정려원은 유난히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연기를 이해하는 것 같더라”며 “가슴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연기가 안되는 스타일이라 상대배우에게도 그런 기운을 줬다. 너무나도 좋은 파트너였다”고 그녀를 추켜세웠다.
한편 ‘킹콩을 들다’로 2009년 황금촬영상과 춘사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휩쓸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박건용 감독의 신작 ‘적과의 동침’은 정려원, 김주혁 외에도 감초배우 유해진, 변희봉 등이 가세해 웃음을 선사한다. 개봉은 4월 28일.
[최수아 기자] xowl2000@dailypot.co.kr
최수아 기자 xowl2000@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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