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과 경선 사이 안희정의 선택, 탄핵 정국 갈 곳 잃은 보수층 흡수 전략
본선과 경선 사이 안희정의 선택, 탄핵 정국 갈 곳 잃은 보수층 흡수 전략
  • 오유진 기자
  • 입력 2017-02-24 19:52
  • 승인 2017.02.24 19:52
  • 호수 1191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연정’ ‘선한 의지’ 등의 발언 민주당 지지로 전환관건
安 우클릭 행보, 文 외연확대용
 
탄핵 정국 갈 곳 잃은 보수층 흡수 전략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의 흡수로 여론조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은 안 지사의 상승세를 두고 ‘돌풍’을 넘어 ‘태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태풍’이 도리어 ‘역풍’이 될 위기에 놓였다. 안 지사의 최근 발언들이 진보지지층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경선보다 본선에 방점을 둬 이런 문제가 야기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격차를 많이 줄였지만 여전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클릭 행보를 이어나가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일요서울은 안 지사의 최근 행보 등을 통해 그의 전략을 분석해 봤다.
 
여론전문조사기관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남·녀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2.5% 포인트)에 따르면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보다 1.2% 포인트 내린 19.2%로, 20%대에서 10%대로 떨어졌다. 상승세를 이어 나가던 안 지사의 지지율에 제동이 걸린 것. 특히 안 지사가 지지층 확보를 위해 공 들인 호남에서 6.9% 하락한 14.2%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리얼미터 측은 “호남과 서울, 충청권, 20대·40대,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중도층에서 이탈하며 상승세가 꺾였다”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중도보수층을 흡수하며 당내 큰 역할을 차지해 왔다. 문 전대표의 지지율에 변화 없이 반기문 전 유엔총장 사퇴로 길을 잃은 중도보수층을 흡수해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안 지사의 중도보수층 흡수를 민주당 내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이는 안 지사가 경선에서 문 전 대표에게 패배할 경우 정권교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지사의 최근 행보를 두고 우려의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경선과 본선 투트랙 전략을 구상하는 안 지사가 자칫 산토끼를 쫓다 집토끼까지 잃을 수 있다며 맹점 비판론이 제기된 것이다.
 
문 전 대표 대세론 강화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안 지사의 우클릭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문 전 대표와 야권은 사드 반대 입장이지만, 안 지사는 지난 8일 보수 성향 단체 대담에 참석해 “협상한 걸 이제 와서 뒤집을 수는 없다. 현실이 유감스럽지만 중국이 (사드 배치를)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안 지사의 안보관이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게 됐다.
 
또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등록한 안 지사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연정’을 제안했다. 그는 “원내 다수파와 대연정을 꾸리는 게 노무현정부의 실천방안이었다”며 “미완의 역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대선 경선을 마친 후에는 모든 정치권이 단결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연정 대상에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도 포함돼 야권의 공격이 쏟아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안 지사의 박 대통령 관련 발언으로 여론은 크게 요동 쳤다. 안 지사는 지난 19일 부산대학교 행사에서 전직 대통령들을 평가하며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그 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하시려고 했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됐다”고 했다. 이후 여론이 심상치 않자 안 지사는 반어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야권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안 지사의 이런 행보가 중도 보수층을 끌어들여 다른 정당 유력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억누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문 전 대표가 할 수 없는 발언 등을 통해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의 대세론을 강화시켜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안 지사의 ‘대연정’ ‘선한 의지’ 발언 등은 문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로 나선다면 안 지사에게 모인 지지자들을 민주당에 묶어둬, 궁극적으로 문 전 대표의 지지로 전환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안 지사 당권 ‘빅딜설’
 
정치권에서는 안 지사의 이런 행보를 두고 당권 ‘빅딜설’을 제시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임기를 마치는 시기와 안 지사 임기만료 시기가 맞물리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을 위한 발판인 당 대표직과 지지층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추측인 것이다.
 
이에 정치권 관계자는 “내부의 전략적 판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 문 전 대표와 격차가 벌어져 있으니 거기서 지지층을 끌어오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바깥의 지지층인 보수·중도층을 끌어들여 그 힘으로 내부 지지층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전략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나 진보층·젊은층, 20·40 세대에서는 안희정 지사가 흡수할 표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도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다”며 “탄핵 정국 이후 갈 곳을 잃은 보수층을 흡수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이렇게라도 해서 지지율이 올라가면 호남에서 비문중심으로 관심을 가지게 돼 밴드왜건 효과(정치와 경제에서 많은 사람들의 선택에 편승해서 투표를 하거나 상품을 소비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안 지사의 보수정권 호평에 대해 “중도, 약간 합리적 보수 식의 이념좌표를 설정한 거다”며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 후 사과하는 행동에 대해선 “중도·보수층을 흡수하면서도 친노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고육지책인 거다. 언론에 기사가 나오면 친노 쪽이 안 지사를 공격하니 친 노와의 관계를 위해 한 발 물러선 거다”고 주장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