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제대혈, 차병원 VIP들 사용 사과문 후폭풍
신생아 제대혈, 차병원 VIP들 사용 사과문 후폭풍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7-02-24 19:45
  • 승인 2017.02.24 19:45
  • 호수 1191
  • 3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궤변같은 해명’…엄마들 뿔났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차병원그룹의 차광렬 회장 일가가 불법 제대혈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검찰이 차 회장 집을 압수 수색했다. 차병원 측도 관련 사실을 인정하며 제대혈 기증자에게 사과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차병원을 향한 도덕적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사과문 내용과 관련해서도 성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 내용을 알아본다. 

“미용 아닌 암·뇌졸중 치료용” vs “사과 내용 어이없다”
 차광렬 회장 집 압수수색·제대혈은행 지위 박탈 가능성도


지난 3일 차병원은 최근 ‘제대혈 기증자분들께 깊이 사죄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김동익 분당차병원장 명의로 제대혈 기증자들에게 발송했다.
공개한 사과문에는 “최근 소량의 제대혈이 엄격한 연구절차를 지키지 못해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문제가 된 제대혈은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은 연구용 제대혈이었다”고 선을 그은 차병원은 “개인의 미용성형 목적이 아니라 암 재발 예방과 중증 뇌졸중 치료를 위한 탐색연구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무늬만 사과문, 사실상 ‘항변’

<뉴시스>

차병원 측은 또 “다양한 연구과제를 진행하다 보니 일부에서 연구윤리 의식이 소홀했던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반성한다”며 “기증자 여러분의 순수한 기증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무겁고 엄중한 각오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본 일부 엄마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대혈 기증자들은 특히 ‘연구용으로 부적격 받은 제대혈에 한해서 미용성형 목적이 아닌 탐색 연구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대목에서 연구용으로 부적격인데 어떻게 탐색연구는 가능한지 의문을 표했다.

현행법상 시증제대혈을 이용한 시술은 임상시험 연구 대상자로 등록해 질병관리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불법 사용된 제대혈은 차병원의 소유주인 차 회장 일가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차 회장 일가가 연구 대상으로 등록된 적이 없었으며 이들에 대한 진료기록부도 작성되지 않았다는 것은 위반 사항에 해당된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종편과의 인터뷰에서 “완전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이 되고요. 왜냐하면 일단 탐색연구라는 것이 연구자 임상입니다. 이것도 임상시험이기 때문에 공식 임상시험 명단에도 없고 진료기록부도 없는 사람들이 탐색연구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연구윤리 위반이고요”라며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차병원은 국정농단 사건의 주역 최순실 씨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도 줄기세포 치료를 한 것으로 알려져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처지다.

앞서 ‘제대혈 기증 및 보관사업에 참여한 엄마들’ 모임은 강남구 역삼동 차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생명을 살리라고 기증한 제대혈을 사리사욕을 위해 남용했다”면서 “국내 최대 산모 병원이 모성을 기만하고 생명권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병원 측이 자신들을 회장 일가에 제대혈을 제공하는 도구로 삼았다”며 병원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경기 성남분당경찰서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뢰받아 차병원 제대혈은행장 강모 교수를 불법시술 혐의로 수사 중이다.

지난해 12월 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 회장 부부와 차 회장의 부친인 차경섭 명예이사장 등은 연구 대상으로 등록하지 않고 총 9차례 제대혈 시술을 받았다. 이들의 진료기록부조차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차 회장 일가에 불법으로 제대혈을 제공한 건 차병원이 운영하는 제대혈은행이었다.

당시 차병원 역시 차 회장 일가의 제대혈 투여 사실을 인정했다.  복지부는 후속 조치로 차병원 제대혈은행의 국가 기증 제대혈은행 지위를 박탈하고 국고보조금 약 5억원을 환수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사과문과 관련해  “제대혈, 태반주사 모두 불법이며, 탯줄은 시험용으로 수거했지 상업용으로 수거할 수 없기에 불법이다. 반인륜적이다”, “산모들이 차씨 일가의 회춘 도구냐, 인간의 생명을 이렇게 처참하게 능욕할 수가 있느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관리 부실 문제 지적도

일각에선 관리 부실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해 산모로부터 제대혈을 받아 보관하는 제대혈은행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갖가지 관리 부실 문제를 드러냈다. 그러나 복지부는 2차례에 걸친 제대혈은행 전수평가 등으로 부실 문제를 알고도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해 ‘예견된 사고’가 터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제대혈이란 태아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으로 혈액을 생성하는 조혈모세포와 세포의 성장 및 재생에 관여하는 줄기세포가 풍부하다. 출산 후 버려지는 제대혈은 산모가 연구용으로 기증하는 경우에만 활용할 수 있으며 기증받은 제대혈이라도 질병관리본부의 승인을 받아 치료·연구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