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2005년 1월 연예가를 떠들썩하게 뒤흔든 사건이 터졌다. 이름 하여 ‘연예인 X파일’이다. 당시 국내 정상급 연예인 99명의 실명이 담긴 사적 정보와 그들을 둘러싼 각종 소문을 담은 문건이었다. 이 파일은 유명 광고 에이전시가 방송 리포터와 연예기자 10여 명을 면접해 작성한 ‘광고모델 DB구축을 위한 사외 전문가 심층 인터뷰 결과’로 A4용지 112장 분량이다. 이 문건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전국에 뿌려졌고, ‘파일’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정보교환에 너도 나도 혈안이 됐을 만큼 호기심은 증폭됐다. 연예인 X파일로 전국이 들끓은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X파일에 거론된 연예인들의 소문의 진실과 그 후의 근황을 알아봤다. 그 결과 상당 부분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지만 일부는 어느 정도 사실로 밝혀진 것도 없지 않아 호사가들의 입방아를 타고 있기도 하다.당시 X파일의 파장이 커지자 광고에이전시 측은 “단순 정보수집 차원에서 사적 의견들을 모아 정리해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해당 연예인들은 “엉터리 소문을 근거로 연예인들은 치명적인 이미지 훼손으로 피해를 봤다”며 분개했다.
이후 소속사 관계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해당 에이전시 측과 수차례의 협의과정을 거친 뒤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등을 약속받고 2개월 만에 고소를 취하했다.
소문? 진실이었을 뿐
2009년 8월, 톱스타 이영애는 ‘10년 사랑의 결실’을 맺고 연상의 사업가 정호영씨와 미국 하와이에서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 결혼식이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X파일에서 그녀가 이미 정호영씨와 애인임이 당시에도 암암리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는 이 소문을 부정했다. 하지만 10년을 사귀었다는 대목을 봤을 때 소문이 사실이었음이 입증된다.
연정훈과 한가인은 한 드라마에서 만나 교제를 시작했지만 “연정훈이 군대를 가면 깨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005년 4월에 결혼을 하고 연정훈은 입대를 해 교제설이 결혼으로 종결됐다.
“안양예고 시절부터 사귀었다”라는 소문과 해외에서 같이 여행을 한 사진도 인터넷에 떠돌아 다녔지만 박한별과 세븐은 열애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지난해 드디어 세븐이 사실을 인정해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그렇게 부정하던 내용이 결국 진실이었던 것이다.
하락세? 오히려 상승 중
X파일 응답 대상자들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연기력이 없어 큰 성공은 안 될 것”이라며 김남주의 하락세를 점쳤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의 예상하지도 못한 결혼을 했다. 김남주는 2005년 5월 배우 김승우와 결혼을 해 두 아이의 엄마가 돼 한동안 스크린을 떠났다. 팬들이 그녀의 소식을 궁금해 할 무렵인 2009년,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화려한 컴백을 해 다시 한 번 과거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녀가 했던 모든 소품들은 완판을 기록했고 CF도 줄지었다. 또한 연기대상에서 여자부분최우상을 거머쥐며 연기력 운운을 잠재웠다. 그녀는 결혼 후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김혜수에 대한 당시의 평가도 “글래머러스해 젊었을 때는 건강 미인으로 긍정적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보기에 다소 부담스럽다”며 “체격이 커서 그런지 오히려 나이 먹는 게 드러난다”는 다소 부정적인 평을 했다. 하지만 2006년에 개봉한 영화 ‘타짜’에서 농익은 이미지의 ‘정마담’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며 다시 인기몰이에 나섰다. 또한 2009년에 출연한 드라마 ‘스타일’에서는 야무지고 당찬 패션에디터를 완벽히 소화해 내 ‘역시 김혜수’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한예슬도 ‘연기력이 부족해 드라마에서 승부 나기가 어려움’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2006년에 출연한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안나 조’라는 코믹한 캐릭터를 자신에게 꼭 맞게 연기해 안티를 팬으로 만드는데 성공한 케이스다. “더 이상의 섹시미로 어필은 무리다. 하락세만 있을 뿐이다. 음반 시장 좋지 않아 음반 출시 안할 것이다.”
이효리에 관한 X파일의 평가이다. 하지만 그녀는 버라이어티에서는 털털한 이미지를 선보이며 같이 출연한 유재석과 ‘국민남매’로 편안하고 친숙한 이웃집 누나 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동시에 ‘겟챠’, ‘유고걸’과 같은 음반을 발매해 가수로서는 섹시미를 선보여 ‘이효리 신드롬’이 아직 건재함을 알려줬다.
아시아를 아우르는 스타
‘겨울연가’로 최고의 한류스타가 된 배용준의 일본 내 인기는 2005년보다 더 높아 그 끝을 모를 정도이다. 물론 보고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 인기의 중심은 30대 이상 여성들이지만 그들은 탄탄한 경제력으로 꾸준히 한국 방문을 하고 있다.
또한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됐다. 오사카에 거주하는 한 재일교포는 “재일교포에게 배용준은 ‘사마’ 그 이상을 넘어선 ‘카미사마(하느님)’다. 배용준 덕분에 한국인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문화, 음식, 언어에 대해 전보다 더 알고 싶어 하며 재일교포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 됐다”고 밝혔다.
배용준은 도쿄와 서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며 국내 여행 서적도 발간해 한류 그 이상의 한국문화를 일본에 알리고 있다.
일본진출에 성공을 한 또 한명의 배우 이병헌. 이병헌의 일본 내 인기는 할리우드 배우들도 깜짝 놀라게 만들 정도였다. 2009년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에 출연한 이병헌과 채닝 테이텀, 시에나 밀러 등이 영화 홍보 차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그의 일본 팬들이 대거 참석해 영화에 출연한 한 배우는 “주인공보다 이병헌에게 더 많은 카메라 세례와 팬들이 몰려들었다. 그가 얼마나 일본 및 아시아에서 인기가 많은지 세삼 실감했다”고 했을 정도였다.
향후 유망 스타 점찍었네
당시 X파일에 등장한 인물 중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경우도 없지 않았다. X파일에서 유망주로 꼽혔던 고수, 현빈, 최강희, 김아중 등은 이후 최고 스타덤에 올라 당시 문건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만이 아니었음을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몇 주 전 성공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시크릿가든’으로 ‘주원앓이’, ‘트레이닝복’을 유행시킨 현빈은 올 상반기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오는 3월 해병대에 당당히 입대하기로 해 개념있는 배우로 등급 되기까지 했다.
김아중 또한 톱스타가 된 경우이다. 문건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녀는 원래 가수로 데뷔하려고 했을 정도로 뛰어난 노래실력을 갖췄다. 2006년에 개봉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그녀가 ‘흥행 보증수표’임을 입증했다. 또한 가수라는 배역에 맞게 자신이 직접 노래를 불러 가창력을 선보였다. 또 대학원에 진학해 학구열을 불태우며 논문을 집필하는 실력을 발휘해 총명함까지 겸한 배우임을 선보였다.
고수의 경우 ‘신뢰감을 주는 배우’라는 평을 받았지만 좋은 작품을 만나지 못해 의외의 슬럼프를 겪었다. 하지만 군대 제대 후 출연한 영화 ‘백야행’과 드라마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올까요’에서 깊이 있는 내면 연기를 펼쳐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꽃미남 배우 강동원과 함께 한 영화 ‘초능력자’에서도 순수하고 정직한 배역을 맡아 여성 팬들이 급상승했다.
최강희는 중성적인 매력으로 여자에게 어필했지만 인기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4차원 소녀’ 캐릭터로 인기몰이를 했다. 더욱이 30대가 됐지만 10대와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는 동안 외모로 많은 여성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영화에서도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해 자신의 독특함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하늘로 떠난 스타들
2005년 2월 톱배우 이은주의 자살은 당시 연예계 뿐 만 아니라 사회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다. 자택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이은주의 사인은 우울증이다. 그녀는 가족과 관련된 경제적인 문제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려왔고 병원 치료까지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문제가 되어 인터넷을 떠돌았던 연예인 X파일에 이씨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사실을 중시하고 그녀의 자살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수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2년 뒤 같은 달, 탤런트 정다빈이 남자친구 집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당시 정다빈의 자살을 두고 타살설이 제기됐지만 검식결과 우울증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정다빈은 죽기 전날 자신의 미니홈피에 ‘복잡해서 죽을 것 같다.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 내가 나를 잃었다고 생각했었고 나는 뭔가 정체성을 잃어갔었다...’라며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적었다. 성형설로 인한 안티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녀의 측근은 “성형 논란에 속상해했다. 이후 연기 변신에 대해 자신감을 잃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X파일 문건에서도 “정다빈은 성형수술로 자신만의 귀여운 이미지를 망가뜨렸다” 등 그녀가 얼마나 성형설로 고통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2009년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장진영은 2003년에 개봉한 영화 ‘싱글즈’를 통해 30대 늦깎이 스타로 떠올랐다. “쾌활하고, 발랄하고, 털털한 이미지에 힘이 있어 보인다”라고 X파일과 인터뷰를 가진 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 바와 같이 항상 에너지가 넘쳤다. 하지만 2008년 9월 건강검진을 받던 중 위암말기임을 알게 됐다. 치료를 위해 여러 노력을 했지만 1년 뒤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했다. 그녀는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 ‘국화꽃 향기’의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았기에 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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