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모호필름은 10일 오전 서울 용산 CGV에서 박찬욱 감독(48)과 친동생 박찬경 작가(47) 형제가 공동연출하고, 배우 오광록(49)과 가수 겸 배우 이정현(31)이 주연한 단편영화 ‘파란만장’의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파란만장’은 30분 분량의 영화 전 장면이 아이폰4로만 촬영된, 순수 ‘아이폰 영화’다. 그렇다고 모바일 전용 영화가 아니라 극장 개봉도 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화질을 갖췄다.
특히 ‘무속 신앙’이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소재와 ‘올드보이’와 ‘박쥐’로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각각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찬욱, 2004년 에르메스 미술상 수상자로 프랑스 낭트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된 미디어아티스트 박찬경 형제의 감각적이고, 뛰어난 연출력이 더해져 작품성 면에서도 예술 영화에 버금간다.
영화는 저승사자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복장을 차려 입은 인디밴드 ‘어어부 프로젝트’가 등장해 음악을 연주하며 다소 생경한 느낌으로 시작한다. 곧 낚시꾼 오광록이 한밤중에 강가에서 낚시를 하다가 물고기 대신 이정현을 낚으면서 빚어지는 코믹 스토리로 이어져 관객으로 하여금 배꼽을 잡게 한다. 그러나, 박 감독다운 놀라운 반전으로 관객들을 다시 숨죽이게 한다. 이때부터 펼쳐지는 오구굿 광경은 색다른 재미와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 죽음의 또 다른 의미를 일깨우며 가슴을 찡하게 한다.
이 영화는 아이폰으로 촬영됐다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화질과 영상미가 뛰어나다. 밤 장면에서 화질이 다소 거친 감이 있으나 이는 조명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박 감독과 박 작가는 ‘무속’과 ‘죽음’이라는 소재의 느낌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기 위해 계획적으로 투박한 영상을 연출했다.
박 감독은 “항상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는데 이번 영화는 단편영화라는 점, 참신한 소재를 다룬다는 점과 함께 아이폰4로 촬영해 최초로 극장에 개봉한다는 점에서 더욱 감회가 깊었다”면서 “아이폰으로 만드는 단편 영화라서 정말 가볍게 노는 기분으로 찍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정말 큰 규모로 진행돼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을 찾을 수 는 의미 있는 영화가 됐다”고 평가했다.
박 작가는 “아이폰으로 전 장면을 촬영하는 만큼 영상 작업에 신경 쓸 부분이 많았지만 참신한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어 즐거웠다”며 “아이폰으로 촬영했지만 영화 전반으로 보면 연기파 배우들이 열연하고, 조명 등 다른 스탭들이나 제작 규모가 일반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스토리 전개나 주연들의 열연은 어떤 영화보다도 뛰어나므로 평소 단편영화를 즐겨 본 적이 없는 관객이더라도 쉽게 접해 볼 만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광록은 “아이폰 영화지만 화질이 생각보다 좋다. 큰 화면으로 봐도 훌륭했다”며 “파트너 이정현이 여린 체구에 동안이라 거친 소재의 영화를 촬영하기에 앞서 걱정이 되는 부분도 많았는데 정작 촬영을 해보니 걱정할 필요 없이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그 자리에서 푹 빠져 출연을 결정했다”면서 "일반 상업 영화 이상으로 훌륭한 스탭진들이 엄청난 열의를 갖고 제작에 참여한 덕에 훌륭한 영화가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즐거워 했다.
‘파란만장’은 이날 언론 공개에 이어 27~30일 전국 CGV 10여 개 관에서 일반 특별 시사회를 통해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김정환 기자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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