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은 기본 날로 지능화 되고 흉포해져

죄의식 약화시키는 보험 범죄에 사회 병들어
전문 지식 갖춘 브로커 등장하면서 조직·기업화
보험 범죄는 법률상 용어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보험금을 목적으로 저지르는 모든 범죄를 포괄해 부를 때 사용한다. 사실 보험 범죄는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교통사고가 난 뒤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데 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보험 범죄에 속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보험 범죄를 쉽게 저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명 브로커까지 낀 조직적인 보험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또 많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계획적으로 살인을 하거나 사고를 내기도 한다.
모텔 경매 넘어가게 되자
내연녀 허위 실종 신고
모텔을 운영하던 A씨는 고액 대출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모텔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자 모텔 종업원으로 근무하며 내연관계를 맺고 있던 B씨와 공모해 허위 실종 신고로 24억 원에 이르는 사망보험금을 받아내려고 했다.
A씨는 의도적으로 B씨와 내연 관계를 맺은 후 B씨를 피보험자로 하고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생명보험 13건을 가입했다. 다수의 보험을 가입한 직후 B씨는 종적을 감췄다. A씨는 곧장 B씨가 가출했다며 파출소에 실종신고를 했고 5년이 경과한 뒤 법원에서 실종선고심판이 확정되자 24억 원의 사망보험금을 보험사에 청구했다.
하지만 A씨의 사기행각은 들통났고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A씨가 편취하려 한 보험금의 액수가 24억 원에 이르고 오랜 기간에 걸쳐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그리고 민사소송을 통해 1심 판결에 항소하며 보험금을 편취하려는 시도를 중단하지 않아 징역 3년을 선고 했다.
아내·동생·처남까지 살해
10년 동안 20억 원 편취
친인척을 살해해 보험금을 편취한 사례도 있다. 동두천 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인 C씨는 후배 D씨와 공모해 자신의 아내 명의로 고액의 생명보험을 가입한 후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합의금·상해 의료비 등의 명목으로 약 1억4500만원의 보험금을 타 냈다.
이후 C씨는 친동생인 E씨를 살해한 뒤 사망한 피해자를 태우고 차량을 운행해 중앙선을 침범, 건너편 차로에서 대기하던 프라이드 차량의 좌측면 부위를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운전을 하던 E씨가 사망한 것으로 위장했다. 당시 C씨가 보험사로부터 받아낸 보험금은 6억 원이다.
재혼한 후에는 동서인 F씨와 공모해 처남인 G씨를 살해했다. 수면제를 탄 박카스를 먹인 후 둔기로 내리쳐 G씨를 살해한 뒤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교각에 충돌해 교통사고 사망사로 위장했다. C씨는 3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고 총 12억 5천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미리 만들어 둔 자신의 장모 명의의 계좌로 수령했다.
C씨의 범행은 끝이 없었다. 이후 내연관계에 있던 H씨, 동서인 F씨와 공모해 H씨 남편인 I씨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면서 10년 동안의 범죄행각이 발각됐다. C씨가 10년 동안 편취한 보험 범죄 수익은 약 20억 원이다.
95억 사망보험금 노려
임신한 아내 고의 교통사고
J씨는 2008년 6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외국인 아내를 피보험자로 11개 보험회사에 26건의 사망보험을 계약했다. 아내는 임신한 상태였다.
이후 J씨는 아내를 조수석에 태운 채 고속도로서 운전을 하다 갓길에 주차한 화물차를 들이 받았다. J씨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신한 아내는 현장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J씨가 계약한 보험사 사망보험금은 총 95억여 원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CCTV를 분석한 결과 J씨는 사고지점 400m 전부터 상향등을 켜 전방을 살폈고 추돌 직전까지 수차례 핸들을 조작하는 등 고의추돌 정확이 확인돼 덜미가 잡혔다. 보험금의 월 납입금이 J씨의 수입보다 많은 점도 의심을 샀다.
많은 보험금 타내려
더 잔인한 범죄 저질러
다양한 보험 범죄 사례는 끝이 없다. 그만큼 보험 범죄는 일상화됐다. 과거에는 단순 개인 보험 사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계획·조직적 보험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에서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 ‘보험 범죄의 발생 실태와 대책’을 통해 “최근 보험 범죄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생계유지를 위한 단순 보험 범죄에서 보험전문브로커, 조직폭력집단에 의한 조직적인 보험 범죄로 점차 기업화하면서 그 수법이 흉포화하고 지능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해, 살인 등이 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한 목적성을 띠면서 수법이 점점 흉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또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인 산업재해 보험사기를 꾸미는 경우가 등장하면서 보험 범죄로 인한 피해액이 크게 늘었다.
보험 설계사, 의료인, 운수업자, 정비업자 등 전문지식과 면허를 갖춘 브로커의 등장은 보험사나 수사기관도 애 먹게 만든다.
사회 병들게 만드는
기업형 보험 범죄
안타까운 점은 보험 범죄 증가가 경제침체 등과도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의 ‘보험 범죄의 발생실태와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형 보험 범죄는 지역경제가 갑자기 몰락한 지역에서 시작해 이들의 수법이 점차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형 보험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병원이다. 과거 한 병원은 경영이 어려 지자 병원장, 외과의사, 원무부장 등이 공모해 허위 입원 환자 87명에 대해 정상적으로 입원, 치료받은 것처럼 진료기록부 등을 조작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지급받았다. 이 병원은 환자들에게도 허위로 작성한 의료기록, 입원확인서를 발급해 보험사기를 방조하기도 했다.
기업형 보험 범죄가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더 지능화되고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죄의식은 없다. 결국 보험 범죄 증가는 사회를 병들게 만들 뿐이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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