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신드롬 vs 文 대세론 첨예 대립

하지만 보수세력을 비롯한 상대 후보 진영에서는 경계의 눈초리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과 안 지사 측도 지나친 과열경쟁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 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두 ‘친노’의 경쟁을 곱게만 바라보는 이는 많지 않다.
安 신드롬 VS 文 대세론 첨예 대립
안희정 “아마 제 편을 들어주실 것”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자타공인 ‘친노’다. 혹자는 문 전 대표를 ‘노무현의 친구’라 하고 안 지사를 ‘노무현의 왼팔’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두 친노의 경쟁은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던 세력의 분화를 의미한다. ‘동지’의 개념으로 단순한 세력의 분화가 될 수도 있지만 ‘분열’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의 부산팀
안희정의 금강팀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도지사의 핵심인사들은 각각 부산팀과 금강팀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문 전 대표는 법무법인 부산 시절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해 왔다. 인권변호사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 공동운명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호사 시절부터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등을 거치며 만들어진 인맥이 지금의 부산팀이다. 문 전 대표는 부산팀의 좌장이다. 부산팀 인사로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최인호 의원, 송인배 전 사회조정2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및 부산·경남 출신인 김경수 의원, 전재수 의원도 친노·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양정철 전 비서관, 윤건영 전 비서관도 문재인 전 대표의 핵심인사다. 윤 전 비서관은 문 전 대표가 의원시절 보좌관이었다. 이 밖에 노영민·임종석·전병헌·최재성 전 의원 등도 새로운 친문 인사들로 문 전 대표와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남 출신으로 인천시장을 지낸 송영길 의원을 캠프총괄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금강팀은 노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인사들이 중심이다. 원조 친노라 할 수 있다. 안 지사는 금강팀 멤버다. ‘금강팀’이라는 이름은 당시 노 전 대통령 캠프가 들어섰던 금강빌딩에서 따왔다.
금강팀 출신 인사로는 김만수 부천시장,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서갑원 전 의원, 황이수 전 비서관 등이 있다. 이들은 현재 안 지사를 돕고 있다. 안 지사 주변에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많다. 안 지사 캠프 고문을 맡고 있는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민주당 충청 의원인 김종민·조승래 의원, 경기도 고양을 정재호 의원도 모두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경쟁을 분열로 보는 이유는 부산팀과 금강팀이 노 전 대통령을 돕던 시기와 당선 이후 행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안희정 지사가 포함됐던 금강팀은 노 전 대통령의 선거 운동시절부터 함께했다. 실질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당시 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해찬·원혜영·천정배 의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등도 금강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도왔다. 이들이 ‘원조 친노’를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이끄는 부산팀은 2002년 대선 막바지 당내 경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후보로 확정된 이후 캠프에 합류했다. 활동지역도 부산에 국한된 경향이 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여러 차례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간곡한 부탁에 대선 두 달 전 부산선대위 본부장직을 맡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 놓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입성 후
文…승승장구 安…옥살이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가 민주당 내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을 두고 친노 분열이라고 지적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이후 행보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청와대에 입성하며 승승장구했다. 2003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을 시작으로 2004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2005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을 거쳐 2007년에 대통령비서실 실장이 됐다.
반면 안 지사는 대선 승리 일등공신임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기간 내내 아무런 직책을 맡지 못했다. 금강팀 소속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안 지사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옥살이까지 했다. 안 지사와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등은 나라종금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염 전 총장은 무죄를 받았으나 안 지사는 1년 동안 교도소에 수감됐다.
권력은 가족끼리도
나누지 않는다
뿌리는 같은 친노지만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는 분명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같이 일했지만 당선 이후 행보도 달랐다. 서로에 대한 서운함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두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절대 권력을 갖기 위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흔히 ‘권력은 가족끼리도 나누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통령을 향한 경쟁에는 피도 눈물도 없다. 이들의 경쟁이 단순한 친노 분화가 아닌 분열이라는 분석이 생긴 이유다.
실제 본격적인 대선경쟁이 시작되면서 둘 사이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서로에 대한 비판이나 평가를 자제해 왔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탄 안 지사의 문 전 대표를 향한 발언이 더 직설적이고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0일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 친노 적자 경쟁을 벌일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혔었다. 그는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 머리 속에 친노 적자는 없다”면서 “경선 무대에서 정책 비전으로 구체적으로 토론하고 경쟁하겠다”며 “차기 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차기 정부를 위해 어떤 지도자를 원하는 지에 대한 경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안 지사의 생각이 바뀐 모습이다. 안 지사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서 열린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토론회에서 적자 경쟁을 벌이는 상황과 관련 “(노 전 대통령은) 아마 제 편을 들어주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각각 정치인으로 원칙 있게 어떻게 경선을 하고 정치적 지도자로 성장할 건지 지도를 해줬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安 지사, 비문 진영서
연일 러브콜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 측은 아직까지 큰 충돌은 없다. 최대한 서로를 배려하는 눈치다. 하지만 경선이 정점으로 치닫거나 과열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문 전 대표의 독주가 계속되면 안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이길 수 없는 만큼 탈당 내지는 비문 진영 합류 러브콜을 보내기도 한다. 그만큼 정치판은 변수가 많다.
보수진영에서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경쟁 자체를 부러움 반 질투 반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둘의 지지율이 워낙 높고 경쟁이 부각되다 보니 보수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덜 받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안 지사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 중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7~9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7명에게 조사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문 전 대표는 지난주 32%에서 3%p하락한 29%, 안 지사는 지난주 대비 9%p상승한 19%로 2위를 기록했다.
안 지사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지지층, 무당층 등 대부분의 응답자에서 고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부분은 민주당 지지층 내 변화다. 민주당 지지층의 문 전 대표 선호는 지난주 64%에서 이번주 57%로 하락한 반면 안 지사 선호는 13%에서 20%로 상승했다.
야당 후보인 문 전 대표, 안 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을 모두 합하면 56%p로 절반이 넘는다. 보수 진영 후보로 선두권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1%p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게다가 정당 지지율에서까지 더불어민주당이 40%를 기록하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당내 경선이 분수령
문재인도 낙관 못해
친노 적자들의 경쟁은 민주당 당 경선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문재인 전 대표가 꾸준한 지지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세론을 굳힌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민주당은 당내 경선에서 완전국민경선제와 결선투표제를 실시한다. 문 전 대표가 앞도적인 지지를 앞세워 과반을 넘지 않는다면 결선투표제를 거쳐야 한다. 결선투표제로 간다면 문 전 대표 측보다 안 지사 측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안 지사 측 입장에서도 결선투표에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완전국민경선제가 도입되면 일반 유권자 투표가 가능한 만큼 문 전 대표를 싫어하는 일반 유권자들이 경선에 참여해 안 지사나 다른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2~3위 후보가 연대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과거 노풍처럼 대역전극이 가능할지 아니면 일부 정치세력이 예상하는 친노의 분열이 시작될지 정치권의 변화가 기다려진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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