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걱정 날이 갈수록 커져···

항체 형성률, 방역 당국 판단과 달라
O형 바이러스 이어 A형 생기자 정부 ‘화들짝’
지난 5일 충북 보은의 한 젖소 사육농장에서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전국 단위 일시이동 중지(스탠드스틸)를 발령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유행한 AI에 대해 방역당국의 대응이 늦었다는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소·돼지 등 우제류 가축은 이날 오후 6시부터 7일 자정까지 30시간 동안 이동을 금지했다. 축산인, 축산시설, 축산차량 등도 대상이 됐다.
하지만 충북 보은에 이어 지난 6일 전북 정읍에서도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결국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졌고 정읍시 산내면 한 한우농가에 사육 중인 한우 49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했다.
특히 지난 7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1차 수출을 시작으로 전북 산 한우고기가 홍콩으로 수출될 예정이었다. 익산에 위치한 한 업체는 한우고기 총 50톤을 수출하려 했으나 정읍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검역 조건상 수출을 즉각 멈췄으며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1년이 지나야 재수출 할 수 있다는 수출위생 조건에 따라 한우고기 수출은 당분간 이뤄지지 못할 전망이다.
정읍 농장
항체 형성 5% 그쳐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전북 정읍 한우공장의 바이러스 항체 형성률이 5%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 항체 형성률은 97.5%로 보고 있던 방역 당국의 판단과는 다른 결과였다.
지난 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 발생 농가의 한우 20두를 조사한 결과 1두에서만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류상으로는 지난해 8월 26일 마지막으로 백신 접종을 한 것으로 돼 있지만 정부는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구제역이 처음으로 발생한 충북 보은의 젖소 농장에서도 항체 형성률은 20%에 그쳤다.
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백신 접종 관리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취약 농장 기준을 잘못 선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 50두 이상의 소를 기르는 대규모 농장은 자체적으로, 50두 이하는 지자체에서 직접 관리를 하고 있다. 구제역이 확진된 보은과 정읍 농장 두 곳 다 50두 이상 농장으로 등록돼 자체적으로 백신 접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율 백신 접종
관리 안 될 수밖에
지난 8일 경기 연천군의 젖소 사육농장에서도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오면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에 넓게 퍼져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후 우려가 현실로 돼 수도권 지역에서 올해 처음으로 구제역 양성반응이 나왔다.
현재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의 의심신고 당시 보은에서 195두, 연천에선 114두를 키우고 있었다. 정읍의 경우 신고 당시에는 49두였지만 설 명절에 몇 마리를 팔아서 사육 마릿수가 줄어든 것일 뿐 50마리 이상 사육하는 농장으로 등록돼 있다.
이는 앞서 말한 50두 이상 농장으로 등록된 농가는 자체적으로 백신을 접종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 구제역파동 이후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으나 생산 농가에 자율성을 주다 보니 방역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0마리 이하 소규모 농장의 가축은 가축방역관이나 공수의사가 직접 백신을 접종하지만 대규모 농장은 자체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은 게 사실이다.
실제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의 3㎞ 이내 주변 농가 11곳을 일제히 검사한 결과, 17마리만을 키우는 한 농장의 백신 항체율은 100%로 나왔지만 94마리를 키우는 농장과 103마리를 키우는 농장의 항체율은 각각 44%, 50%에 불과했다. 이 밖에 일부 농장도 정부가 권고하는 80%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역 위기 경보단계
‘심각’으로 격상
연천군 이전에 발생한 충북 보은, 전북 정읍 한우농장은 각각 구제역 O형 바이러스로 확인됐다. 정부는 보은에서 O형 구제역이 확인된 직후 전국 모든 소에 대해 이달 8~12일 동안 일제접종을 실시할 것을 밝혔으나 A형 구제역까지 발생하면서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O형과 A형이 같은 기간에 발생한 것은 우리나라 구제역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A형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2010년 1월 경기 포천과 연천에서 소 6마리에 나타난 게 전부이다 보니 정부는 A형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결국 정부는 O형과 A형의 동시 발생과 전국으로 확산 될 위험이 있어 구제역 위기경보단계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하지만 현재 구제역은 낮은 항체 형성률로 확산 위험도가 높은데다 겨울철 소독여건 악화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제 정부의 결정으로 전국의 모든 시군 간, 시도 간 거점소독장소를 설치하고 주요 도로에 설치된 통제 초소가 전국의 주요 도로로 확대된다.
전국 우제류 가축 시장은 이달 18일까지 일시 폐쇄된다. 해당 기간 동안 농장 간 생축 이동도 금지되며 관련 종사자들의 출입도 최소화된다. 부득이하게 방문하는 경우에는 농장 출입을 전후해 1회용 방역복 착용과 소독 등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한편 농장 내 우제류에 대해 양성으로 확진되면 확진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 살처분과 폐기가 이뤄진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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