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부인들의 불꽃 튀는 ‘내조 전쟁’…남편 대신해 민심잡기 숨 가쁜 행보
대선주자 부인들의 불꽃 튀는 ‘내조 전쟁’…남편 대신해 민심잡기 숨 가쁜 행보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7-02-10 19:08
  • 승인 2017.02.10 19:08
  • 호수 1189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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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공략, 야권주자 부인들의 ‘소리 없는 혈투’
문재인-김정숙 부부 <사진=뉴시스>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흔히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정치인들의 부인 역시 정치 지형과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대권을 꿈꾸는 주자 부인들의 경우 똑같이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어야 하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각 당의 대선주자들은 물론 이들 부인들의 소리 없는 ‘내조행보’도 일찍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현재 대권에 더욱 근접해 있는 야권후보 부인들의 경우 야권의 텃밭인 호남으로 집결, 후보들 간 경쟁에 버금갈 정도로 불꽃 튀는 ‘내조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탄핵정국이 곧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면서 조기대선의 확률은 더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미 시작된 대권 레이스가 더욱 과열화될 전망이다.

대선주자들 뿐만 아니다. 대권주자의 부인들의 발걸음 역시 덩달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이번 조기대선은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만큼 여권보다는 야권주자들의 행보가 더 주목받고 있다. 대권주자 부인들 역시 야권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방식의 내조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가장 앞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부인 김정숙 씨는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 현재 6개월째 공을 들이며 문 대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유쾌한 정숙 씨’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늘 밝은 얼굴과 살가운 대화로 유세현장을 이끌었던 김 씨는 ‘호남특보’를 자임하며 복지시설 봉사, 지역행사 참석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광주 등 호남에서 90% 이상 지지를 받았던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한 만큼 미안함과 함께 감사함을 전하는 게 도리라며 ‘반문정서’ 돌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김 씨가 수개월간 들였던 공은 호남에서의 지지율 1위라는 결실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김 씨는 호남 민심을 문 대표에게 소상히 전하며 ‘가교형 내조’를 이어가고 있다.
안희정-민주원 부부 <사진=뉴시스>
    최근 급상승한 지지율로 ‘문재인 대세론’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부인인 민주원 씨는 안 지사의 캠퍼스 커플이자 학생운동 동지다. 아직까지 민 씨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지역봉사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안 지사의 곁에서 조용히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조언하는 등 ‘참모형 내조’를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부인 김미경 씨도 현재 호남으로 내려가 봉사활동과 지역행사 참석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씨는 2012년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경쟁 당시에도 선거 캠프에 도시락과 간식을 싸들고 방문하는 등 세심한 내조를 펼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안철수-김미경 부부 <사진=뉴시스>
    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 씨 역시 호남을 방문해 이 시장의 장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야권주자 부인들이 하나같이 호남에 집중하는 것은 자신들의 텃밭인 호남이 아직 주군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남을 향한 주자 부인들의 구애전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야권주자 부인들의 행보에 비해 여권의 대선주자 부인들은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국면에서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분위기가 직간접적으로 여권후보 부인들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권 레이스에서 내려온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부인인 유순택 씨는 불출마 선언 전 특별한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반 총장의 건강을 챙기며 조용하고 차분한 그림자형 내조를 했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의 부인 오선혜 씨 역시 외부 활동에 적극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주변 여론을 유 의원에게 전달하고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 의원이 가족을 동원해 유세에 나서는 것을 상당히 꺼리기 때문이라는 게 주위의 전언.

잠재적 대권주자로 알려져 있는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부인 설난영 씨는 여권주자 부인들 중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어 주목을 끈다. 김 지사와 함께 노동운동을 한 경력이 있는 설 씨는 특히 자신의 고향인 전남 순천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고동창모임, 호남향우회 등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김문수 알리기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최고의 참모’ 역할
 
과거 대권후보 부인들의 활동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후보의 건강을 챙기거나 뒤에서 조용히 뒷바라지하는 선에서 그친 것. 특히 언론의 조명이나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대권주자 부인들의 내조 방식이 달라졌다. 생생한 현장 정보를 전달하는 창구로서의 기능과 함께 후보자의 약점을 보완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대권주자 행보 못지않게 부인의 말과 행동도 유권자들에게 영향력이 크다”고 전제한 뒤 “특히 여성 유권자들에게 대권주자 부인들의 언행은 매우 예민하게 다가서며 표로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는 성불평등 수준이 2016년 기준 세계 116위로 한참 저조한 상태다. 여성 정치인의 경우 과거보다는 늘었지만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턱없이 적은 수준이고 민주주의 지표인 양성 평등의 측면에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아직도 후진국 수준이어서인지 그동안 대부분 선거 국면에서 후보자들 부인의 역할은 극히 미미했다. 특히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 부인들의 역할은 남편의 건강을 챙기는 수준의 조용한 내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시대변화와 함께 대선주자 부인들의 역할도 크게 바뀌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성의 따뜻함과 모성애를 내세워 사회적 약자나 여성 등 보살핌이 필요한 이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오랜 참모도 꺼내기 힘든 쓴소리를 가감 없이 후보에게 할 수도 있고 후보들이 캐치하지 못하는 부분을 커버한다는 측면에서 ‘최고의 참모’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각 후보자 부인들의 내조가 대선의 성패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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