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는 19일 “정국이 급변하는데 적전분열 양상을 보여서는 안된다”며 “재신임 정국의 가닥이 잡힌 후에 전대 일정을 잡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이에 대해 중도파는 당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은 물론 통합신당과의 개혁 경쟁에서 뒤진다는 논리를 펼치면서 늦어도 11월 중순에는 전대를 열어 조순형 비상대책위원장을 당의 새 간판으로 추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한 전대표도 최근 방송 등을 통해 “대표를 하루 이틀 더 한다고 레임덕이 없어지느냐. 몰려오는 파도를 헤쳐나갈 때는 누가 먼저 선장이 되느냐보다 누가 먼저 배를 구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박 대표의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재신임 정국 이후 박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야3당 공조 및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 등과 관련해서도 한 전대표는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박 대표는 15일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야3당 공조체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 문호개방론 등을 적극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한 전대표는 다음날(16일)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야3당 공조는 우리 스스로 민주당의 외연을 좁히는 것이고, 일각에서 개헌론을 거론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혼란을 일으킬 때가 아니다”라며 박 대표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박 대표가 주장한 ‘문호개방론’과 관련해서도 중도파는 “한번 나간 사람을 자꾸 받아들이면 신당과 차별화할 수 없다”며 ‘원칙없는 문호개방’이라고 폄하했다. 이처럼 박 대표와 한 전대표측이 전대 시기 등 현안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배경에는 ‘당 주도권 장악’이라는 또다른 노림수가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측은 현 지도부체제에서 사고지구당을 정비해야만 보다 많은 우호 세력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주장인 반면 한 전대표측은 이러한 박 대표 체제가 공고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기전대를 개최, 현지도부 개편을 시도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당 일각에서는 박 대표측과 한 전대표측이 총선정국과 맞물려 본격적인 당권 싸움에 돌입한게 아니냐는 섣부른 판단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분당이후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게 민주당의 현실”이라며 “지금은 모든 당직자가 똘똘 뭉쳐 내년 총선을 준비해야 할 때이지 당권 장악을 위해 편가르기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표면화되고 있는 박-한 갈등을 경계했다.
홍성철 anderi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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