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재단은 롯데장학재단, 롯데복지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롯데문화재단 등 총 4곳이 있다. 재단은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할 수 없고 이사장 및 이사회 구성원이 재단의 ‘운영권’을 갖는다. 이사장은 이사회 구성원에 자신의 자녀나 측근을 앉혀 운영권을 행사하거나 이사장직을 물려주는 게 보통이다.
롯데장학·복지·삼동복지재단 3곳의 이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씨다. 롯데문화재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롯데장학재단은 신 총괄회장이 1983년 개인재산 5억 원을 출연해 ‘삼남장학회’로 설립했다가 1996년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신 총괄회장은 “자질은 우수하나 가난한 학생들에게 학업에 전념하도록 장학사업을 설립하겠다”며 당시 이 재단을 만들었다.
롯데복지·삼동복지재단은 각각 외국인 근로자 지원, 울산지역(신 총괄회장 고향)의 발전 등을 이유로 1994년, 2009년 설립됐다. 롯데문화재단은 신동빈 회장이 문화예술지원사업을 위해 2015년 설립해 역사가 가장 짧다.
장학재단, 그룹 영향력↑
이 가운데 장학사업이 주 목적인 롯데장학재단은 최근 사업의 규모가 크게 축소되는 분위기다. 2014년 147억 원의 목적사업비는 2015년 58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신영자 이사장이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더욱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롯데장학재단은 롯데그룹 주요계열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
재단은 ▲롯데제과 8.69% ▲롯데칠성음료 6.28%(의결권 없는 주식 4.83% 제외) ▲롯데푸드 4.1% ▲대홍기획 21% ▲롯데캐피탈 0.48% ▲롯데정보통신 0.63% ▲롯데역사 5.33%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롯데제과의 3대 주주, 광고 계열사 대홍기획의 2대 주주, BNK금융지주의 3대 주주다.
롯데장학재단이 그룹에서 ‘미니 지주사’로 불리는 이유다. 계열사는 아니지만 BNK금융지주 지분 1.77%, 삼광글라스 0.36% 등도 갖고 있다. 총 지분 가치는 수천억 원에 달한다.
롯데제과는 그룹의 모태이자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핵심계열사다. 이 회사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동빈 회장이 이 회사 주식 4만180주를 사들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 회장은 롯데제과 지분율을 8.78%→9.07%로 늘렸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현재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주요 상장 기업의 분할·합병으로 지주사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롯데장학재단은 이 계열사들의 지분을 모두 상당부분 가지고 있다. 오너가와 재단의 지분을 더하면 지배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의 특징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공익재단은 5% 미만의 계열사 지분에 대해서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되면 상속·증여세 면제 범위가 10%까지 늘어난다.
개인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하면 막대한 세금이 붙지만, 재단을 만들어 주식을 기부하고 이사장 자리를 차지하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롯데장학재단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2007년 기부한 공시지가 500억 원가량의 토지를 하루 만에 롯데쇼핑에 700억 원에 팔기로 하고, 두 달 뒤 다시 가격을 올려 1030억 원에 매각한 것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았다. 롯데장학재단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사들여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산 바 있다.
결과적으로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한 재단이 본래 목적은 축소하고 총수일가의 그룹 장악력이나 이익만 높인 셈이다.
새 이사장 누가 될까
롯데에서 재단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재단을 활용할 수 있다. 신 회장은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롯데제과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013년 8월부터 1년간 12차례에 걸쳐 지분을 사들여 3.48%에서 3.96%로 늘렸다.
신 회장은 같은 해 5월 지분 4.88%에서 9.07%까지 늘렸다. 당시 1.4% 포인트에 불과했던 지분 차이는 현재 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진 상태다. 여기에 롯데장학재단의 지분까지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인다면 차이는 더 커진다.
현재 신 이사장은 롯데재단 3곳의 이사장 직 해임 위기에 처한 상태다. 앞서 재계 관계자는 “공익법인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임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실형(징역3년)을 선고받은 신영자의 이사장직 박탈은 시간문제”라며 “공익사업을 하는 만큼 도덕성 결여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신 이사장이 경영권 분쟁 초기 신동주 전 부회장 편에 섰다가 돌아선 건 신 회장에겐 다행이다. 신 이사장은 지난해 구속 기소된 후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사임했지만 여전히 여러 주요 계열사의 대주주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이사장에 신동빈 회장이나 측근이 앉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바로 재단이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공익사업이 목적이라면 오너가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인사가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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