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론’ 바람 탄 안희정, 문재인 벼랑 끝 대결
‘대망론’ 바람 탄 안희정, 문재인 벼랑 끝 대결
  • 오유진 기자
  • 입력 2017-02-03 19:26
  • 승인 2017.02.03 19:26
  • 호수 1188
  • 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안 지사가 최대 수혜자?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 아니야”

“과거 친노 프레임 묶는 것 옳지 않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전격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대권 판세가 급변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대 수혜자로 꼽히며 야권 대선경쟁 판이 새롭게 요동치고 있는 것. 실제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직후 치러진 여론조사 결과 5위였던 안 지사가 2위로 급부상했다. 이에 민주당 경선 승리가 곧 대통령 당선이라는 공식 아래 당내 경선은 치열한 난타전이 될 전망이다. 경선이 치열해진 만큼 안 지사와 문 전 대표의 친노 대 친문 대결 경선 양강구도가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일요서울은 격변하는 야권 대선판에서 안 지사와 문 전 대표의 벼랑 끝 대결의 행보를 뒤쫓아 봤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행보를 이어간 지 약 20일 만인 지난 1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며 차기 대선 구도가 급변했다. 이날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3.1%p)에 따르면 반 전 총장 지지자의 7.6%가 안희정 충남지사로 옮겨갔다. 이에 안 지사 지지율은 11.2%를 기록하며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이는 충청권 출신인 안 지사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혜택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안 지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2위권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다. 당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1월 2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시장은 10.1%로 안 지사(4.7%)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돌연 불출마 선언으로 지지층이 안 지사로 향하며 이 시장(9.6%)을 1.6% 앞서기 시작한 것.

특히 지난달 23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의 지지율은 7.4%에서 1.6% 상승한 9.0%로 반등했지만 이보다 높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이며 ‘안희정 대망론’이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이는 안 지사가 민주당 후보 가운데 온건·합리적 성향으로 분류돼 반 전 총장의 표를 다수 끌어모은 것으로 해석된다.

안 지사 측 역시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정권 교체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안정을 원하는 중장년과 충청권 표심이 더 넘어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해 ‘안희정 대망론’에 힘이 실리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차차기 덕담 나쁜 프레임”

앞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달 25일 안 지사를 만나 “민주당 대선 후보는 결국 문재인 전 대표가 될 테고, 5년 뒤 안 지사에게 기회가 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김 전 대표가 안 지사에게 “여야를 뛰어넘어 50대 후보들이 모여 이번 대선에서 돌풍을 한번 일으켜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했지만 안 지사는 김 전 대표에게 “탈당하지 말고 민주당 경선에서 저를 도와달라”고 했다며 김 전 대표 제안을 거부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의 탈당 후 반문(反文) 연대 판짜기에 나서면 대선 판이 요동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거나 되지 않아도 안 지사의 차기 혹은 차차기 행보가 묘연해지기 때문에 이번 대권에 반문 연대 선봉에 안 지사를 내세우려는 ‘킹메이커’ 김 전 대표의 반전 전략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지난 달 31일 자신이 안 충남지사의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권유했다는 보도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전혀 내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아무것도 사실이 아니다. 상식으로 판단해보면 알 것 아닌가”라고 탈당 논란을 일축했다.

안 지사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짚고 넘어갔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의 ‘페이스메이커’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문재인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다. 나보고 페이스메이커다, 이번 아니고 차차기라고 많이 말하는데 차차기라고 말해주는 덕담이 오히려 나한테는 ‘나쁜 프레임’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그는 “모든 후보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정치 경력을 가지고 있고, 야권 험지인 충청도에서 더군다나 17개 시도지사 지지율 중 가장 높다”며 “페이스메이커는 되고 싶지 않다. 2017년 저의 도전, 비전을 액면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재인과 선 긋기 나서

지난해 11월 조기대선이 점쳐질 당시 여론조사 대선 주자 후보군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안 지사는 신년 여론조사에서 5% 안팎 지지율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며 여론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대선 주자들의 터닝포인트로 지목됐던 설 연휴를 거친 뒤 인지도 부족 문제와 반 전 총장의 불출마를 거치며 10%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안희정 대망론’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와 맞서 승리해야 본선 기회를 얻어 대통령의 자리에 성큼 다가간다고 해석했다. 이는 민주당 후보를 비롯한 야권 주자들이 여론조사 지지율 상위권에 올라있어 문 전 대표와의 벼랑 끝 대결에서의 승리가 곧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당내 경선에서 결선투표제가 도입돼 안 지사와 이 시장이 손을 잡을 경우의 수도 존재해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안 지사는 친노 대 친문 양강구도를 명확히 하며 문 전 대표와의 선 긋기에 나섰다. 실제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저도 이제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성장판이 열리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같은 당원일 뿐 문재인 전 대표와 나를 묶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과거 친노 프레임이다. 한집안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거부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에게 지면 문 전 대표를 도울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지 않냐. 누구든 당을 뛰어넘어 대통령에 당선될 분을 위해 힘을 모아줘야 되고, 당도 후보가 된 사람에게 힘을 모아줘야, 그래서 민주주의 하는 거 아니겠냐”고 답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