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부인, 이윤영 여사의 내조 스타일은?
손학규의 부인, 이윤영 여사의 내조 스타일은?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7-02-03 18:28
  • 승인 2017.02.03 18:28
  • 호수 1188
  • 20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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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행사보다는 물밑에서 남편 돕는 ‘우렁각시 내조형’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노란 은행나무 길 저편에서 검게 물들인 군복을 입은 한 남학생이 저벅저벅 걸어왔다. 어학연구소를 찾는다고 하자 그는 다짜고짜 “남자 찾으러 왔군”이라고 대꾸하더니, 차 한 잔 하자며 학림다방으로 이끌었다. 어학 공부를 위해 서울대를 찾았던 이화여대생 이윤영 여사는 그렇게 평생의 동반자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을 만났다. 이 대목에서 이 여사는 무심하게 지나치듯 말했다. “그렇게 청춘은 시작됐고….”

동숭동 학림다방은 4·19혁명, 5·16 군사정변 이후 청년 민주화 운동의 산실이 됐던 곳이다. 그의 전화를 받고 학림다방으로 달려가 보면 언제나 선후배들과 모여 앉아 시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젊은 분위기가 마냥 좋았다. 거침없던 꽃다운 나이의 손학규는 어딘가 풍운아 같은 느낌을 풍겼다. 하지만 여자친구에게는 다정다감했다. 그 시절 두 사람이 얼마나 붙어 다녔던지 이 여사는 문리대 동창 모임에서 “몇 학번이셨죠?”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군 복무 시절 마지막 외출을 나온 손 의장은 그날도 어김없이 선후배들과 어울렸고,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둘만 남을 수 있었다. 늘어선 상가마저 문을 닫아 어두운 청계천 거리를 걷던 중 손 의장이 “우리 이제 결혼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한 것이 돌이켜보니 프러포즈였다.

7년의 연애 시절 동안 학생운동으로 수감생활을 했던 손 의장은 1974년 결혼식을 올린 뒤에는 노동운동으로 수사기관에 쫓기는 몸이 됐다. 가장의 빈자리를 대신해 이 여사는 약국을 운영하며 생계를 책임졌다. 형사들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남편의 은신처를 대라고 강요하거나 아예 진을 치고 있고 있었다. 한 번은 형사의 협박에 못 이겨 얼토당토않은 동네로 안내했다가 머리를 쥐어박히기도 했다. 어린 딸을 둘러업은 채 안기부에 끌려갔던 일화도 전해진다.

‘내가 꼭 필요한 자리가 아니면 함께 가지 않는다’는 것이 내조의 지론이지만, 이 여사에게 손 의장은 “언제나 머릿속에 있는” 존재다. 이 여사는 “손학규라는 사람의 아내라서 고마운 점이 참 많다”고 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유세 현장에 뭣도 모르고 이끌려 다녔지만 주민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고 눈을 마주하는 순간순간의 느낌이 자신을 변화시켰다고 한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역시 손 의장과 살면서 얻은 귀한 덤이란다.

이 여사를 언급할 때면 ‘우렁각시 내조’라는 수식이 왜 빠지지 않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최근에는 손 의장과 촛불집회에 꼬박꼬박 동행했던 이 여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동행하며 전속 사진사를 자임했다.

한편 이 여사는 손 의장과의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손 의장은 경기고 재학 시절 밴드부와 연극부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적인 기질이 넘치는 핏줄을 물려받아서일까. 큰딸 원정 씨는 ‘디 오써’, ‘영원한 평화’ 등의 작품 번역 및 드라마투르기를 맡은 연극인이다. 대학 재학시절 유명 영화 주간지 주최 영화평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둘째 딸 원평 씨는 국내 영화제 수상 경력이 있는 영화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이 여사는 돌아보면 유난스러운 엄마였단다. 행여 뒤척이며 자는 동안 목에 감기기라도 할까봐 잠들기 전에 머리카락을 곱게 땋아주는 세심한 엄마인가 하면, 호되게 야단을 치는 엄한 엄마이기도 했다.

“얼마 전에 앨범을 정리하다 보니 큰딸이 대학 때 저에게 보낸 쪽지가 있더라고요. ‘엄마, MT 좀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웃음). 그거 보고는 가슴이 아팠어요. 내가 왜 그렇게 아이를 엄하게 길렀을까 하고요.”

하지만 딸들의 진로에 대해서는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그런 딸들은 반려자 또한 소신껏 찾았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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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re livere 2017-02-07 15:33:56 livere
liv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