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녀’의 나쁜남자 이정재
영화 ‘하녀’의 나쁜남자 이정재
  • 박태정 기자
  • 입력 2010-05-06 14:40
  • 승인 2010.05.06 14:40
  • 호수 836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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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신 충격적이었다”
영화 '하녀' 중에서

배우 이정재(37)의 연기에 물이 올랐다. 더욱이 그가 출연한 ‘하녀’(감독 임상수, 제작 미로비전)가 오는 5월 12일 개막하는 제 63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그의 연기가 빛을 발할 전망이다. 이정재는 부잣집 주인 남자 역으로 출연, 자신의 집에 하녀로 들어온 여자(전도연)을 탐하는 ‘나쁜남자’로 분한다. 연기 인생 17년째를 맞은 이정재는 ‘하녀’로 연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평가이다. 이정재의 연기관을 들여다봤다.

칸 국제영화제가 이정재를 주목한다.

거장 김기영(작고)의 영화 ‘하녀’를 리메이크한 임상수 감독의 ‘하녀’에서 이정재는 철저하게 나쁜남자를 연기했다.

최상류층 집에 하녀로 들어 간 여자와 모든 것을 다 가진 집 주인의 욕망과 불륜을 그린 이 영화에 주인남자 ‘훈’으로 나왔다.

이정재는 “이번 영화에서 조연이다. ‘하녀’는 전도연과 윤여정의 영화다. 하녀에게도 고결함이 있다는 것을 그리는 영화에서, 나는 그 고결함을 더 강조하기 위해 하녀에게 모멸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정재는 변했다. 주연만 연기했던 그는 연기를 위해 조연 역할을 감수했다. 캐릭터로 180도 확 바꿨다. 선한 이미지를 버리고 나쁜 남자를 연기한다. 그리고 도발적인 베드신 연기까지 선보였다.

이정재는 지난 4월 13일 열린 ‘하녀’ 제작보고회에서 “17년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며“지금까지 연기해보지 않은 (나쁜)캐릭터이고, 껄끄러운 대사와 연기하기에 불편한 장면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찍고 나면 팬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실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러나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고, 매력도 있어 출연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가 개봉된 뒤 관객들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걱정은 된다. 바꿔주긴 했는데 과연 칭찬을 받을만한 캐릭터인지 모르겠다. 여성들에게 반감을 살 것 같다. 감독도 여성 팬들 3분의1 이상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남자팬들은 은근히 부러워하지 않을까. 누구나 한 번 쯤은 모든 것을 휘두르는 그런 위치의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않나 싶다”면서 “(작품속에 등장하는 훈과 같은 인물들은)겉으로는 젠틀하지만, 남을 폄훼하고 비하하는 가식적인 이런 인물이다. 이런 인물들은 주변에 흔히 있다. 계급주의가 몸에 배어있는 남자이고 아무런 죄의식도 없다. 자기가 정말 왕이 된 듯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남자’에서 나쁜 남자를 연기했던 조재현 보다 훨씬 못된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때론 젠틀하게, 때론 나쁜남자를 연기했다. 영화를 본 영화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정재의 연기에 호평을 보냈다.

영화관계자 K씨는 “이정재는 정말 좋은 배우다. 색깔이 뚜렷하다. 인간의 양면성을 잘 표현해 냈다. 제임스 딘 같은 반항아적인 기질을 가진 젊은 배우 모습에서, 인간의 삶을 연기하는 로버트 레드포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같은 배우로 거듭났다. ‘하녀’는 배우 이정재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정재의 ‘하녀’출연은 임상수 감독과 함께 작품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그런만큼 그는 임 감독에게 무한 신뢰를 보낸다.

이정재는 “임 감독은 가식이 없다. 직선적이지만 무례하지는 않다”면서 “당혹스럽고 껄끄러운 대사가 있었지만 감독을 믿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임 감독과 한 번 더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 주제의식을 뚜렷하게 뽑아낼 감독이다. 차기 작품이 느와르라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먼저 전도연에 대해선 “같은 배우로 2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이제야 처음 만났다”면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음에도 ‘파격’이란 단어가 나오는 영화에서 그런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의 그 열정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꼭 다시 한 번 더 작업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재와 전도연은 93년 각각 SBS 드라마 ‘공룡선생’과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함께 연기호흡을 맞춘 것은 ‘하녀’가 처음.

그는 서우(25)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소위 ‘떴다’고 할 수 있는 친구가 그런 역할을 맡을 것 같지는 않다”며 “굉장히 비중이 작고 만삭의 몸으로 부부관계를 맺는 베드신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것만 보더라도 욕심이 굉장한 배우인지 알 수 있다”며 높이 평했다.

‘하녀’는 오는 5월 12일 개막하는 제 63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정재는 연기 인생 17년만에 첫 칸느 영화제 진출이다.

이정재는 “시나리오를 보고 느낌이 좋다는 정도였다. 괜찮은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칸느 영화제에 나가 레드카펫을 밟을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한 마디로 기분 좋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나쁜 남자로 변신한 이정재가 칸의 영광을 얻을지 영화팬들과 세인들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박태정 기자] tjp79@dailypot.co.kr

박태정 기자 tjp79@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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