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성장기 性 <몽정기>
아름다운 성장기 性 <몽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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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3-30 12:33
  • 승인 2010.03.30 12:33
  • 호수 831
  • 5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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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정(夢精/ganacratia)은 생리학적으로 수면과정 중에 일어나는 정상적인 반응의 하나로 병적인 현상이 아니다. 인간의 수면 단계는 크게 비역설수면(non rapid eye movement/NREM)과 역설수면(rapid eye movement/REM)으로 나누어지는데, 정상인은 대개 수면 중 야간발기현상이 나타나며 대부분 역설수면기에 몽정을 하게 된다. 혈압, 심박동, 심박출량, 호흡수, 체온, 산소 소비량 등이 갑자기 증가되며 음경이 발기되고 꿈을 꾼다. 이때, 음경발기와 사정 그리고 꿈이 동시에 일어나 ‘몽정’을 위한 특별한 관계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영화〈몽정기〉는 2002년 정초신 감독의 작품이다.

어릴 적, 이른 아침 이불 속에서 팬티를 움켜잡고 한없이 당황해 했던 ‘몽정’에 관한 이야기다. 국내외 〈주머니 속의 개미〉,〈아메리칸 파이〉같은 사춘기 성장기성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지만 정초신 감독의〈몽정기〉는 좀 특별한 데가 있다.

뛰어난 예술성이나 완성도가 아닌 바로 ‘우리들 이야기’로, 내가 경험하고 우리 아이들이 경험할 우리들의 실상이다.

“어제 밤에… 그 여자가 또 나타났어… 교생 말이야… 이번엔 웨딩드레스를 입었더라구… 아니, 기냥 걸친 수준이지… 그런데 그 여자가 오지 말라는 데두 자꾸 내게로 다가왔어… 그리고 내 몸을 막 만지잖아… 온 몸이 굳어 버렸어… 딱딱하게… 그러다가 긴장이 풀어지면서 소름이 끼쳤어… 순간! 멍해졌지… 아침에 보니 안타깝게도 꿈이더라구… 그런데… 그런데… 또, 거기서 이상한 게 나와 있는 거야! 야! 이게 사랑이라는 거냐?”

공부도 그럭저럭, 노는 것도 그럭저럭, 싸움도 그럭저럭. 별다른 특징 없는 중학생 ‘동현'은 말 못할 고민에 빠진다. 소변이 나오는 곳으로만 알았던 은밀한 그곳이 다른 용도로도 쓰인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용도를 위한 ‘자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잡지의 속옷 선전, 여자 화장실의 표지판, 생리대 선전, 콜라 병 같은 것만 봐도 그곳이 딱딱해지며 가슴이 뛰기 시작하고 그런 날 밤이면 몽정에 몽정을 거듭하던 ‘동현’은 친구들도 자신과 같은 기현상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동현’과 친구들의 모든 관심사는 야한 것에 꽂히게 되고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몽정을 해결하기 위한 노하우를 익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동현’의 학교로 섹시하고 아리따운 교생 ‘유리’(김선아 분)가 오게 되고, 그때부터 ‘동현’과 친구들에게 몽정의 대상이 아름다운 글래머 교생으로 바뀌게 된다.

기상천외하고 황당한 방법으로 교생의 물오른 몸을 공략하려는 계획을 세운 ‘동현’과 친구들은 급기야, 교생과 하룻밤을 같이 자는 친구에게 모든 것을 해주기로 하는 무모한 내기를 하게 된다.

그러나 ‘동현’과 친구들에게 서로가 아닌 공통의 적이 나타난다. 바로, 학교에서 제일 더럽기로 유명한 담임선생 일명 ‘더러운 테리우스’(이범수 분)이다.

그는 과거 ‘유리’의 스승이었고 ‘유리’의 사춘기 시절 첫사랑의 대상이자 지금까지 ‘유리’가 잊지 못하는 유일한 사랑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몽정기에 돌입한 중학생들과 고지식한 담임, 그리고 싱그럽고 섹시한 교생이 벌이는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헤프닝이다.

몽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두 번은 다 경험해 본 현상이다. 사람마다 각기 그 상태나 횟수는 다르지만 어려서부터 자위를 많이 한 경우엔 몽정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성적욕구로 인해 생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몽정현상은 고환으로부터 정자가 만들어지면 전립선과 정낭선에서 정액이 분비되며 분비된 정액을 다시 흡수하기도 하는데, 사춘기의 전립선과 정낭선은 완전히 성숙되지 않아 흡수 능력이 떨어져 낭 속에 괴게 되고 이것이 자극이 되어 척추에 있는 사정 중추가 영향을 받아 정액을 방출하게 되는 것이다.

헐리우드의〈아메리칸 파이〉를 밴치마킹한 듯한 스타일이지만 하이틴 섹스코미디란 장르를 표방한〈몽정기〉는 신·구세대를 아우르는 타겟으로 인해 비록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흥행에도 성공을 한 작품이다.

그리고〈몽정기〉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몽정이 80년대에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 때만 몽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관객들의 추억의 향수를 자극하고, 대상을 과거사 과거인물로 표현해 직접적인(청소년의) 예민성을 피하고 반면 타겟의 폭을 넓히는 데 정초신 감독의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몽정기 세대에 걸맞게 저급하고 하드하지 않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트랜드를 접목하면서 영화의 재미(웃음)를 유도한다.

정 감독은 “암울했던 시대가 아니라 아름답게 기억되는 어린 시절 추억으로서의 80년대를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아이가 엄마의 젖을 물고 가슴을 파고드는 행위가 음란할 수 없듯이 아름다운 추억 속 여성성은 왜곡되고 편협한 저급한 남성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불안한 여성성이 아니다.

영화 속 어린 사춘기세대 주인공들이 ‘어떻게 하면 내 남성을 더 높이 빳빳하게 발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남성을 더 멀리 사정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른 친구들 보다 더 강한 남성으로 보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변강쇠’니, ‘폭주 기관차’니, ‘야생마’니 하며 자랑하고 으시댄다. 더럽고 추한 모습이 아니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현상으로 파렴치한 치한도 섹스중독도 아니다.

완숙한 교생선생은 그들에게 있어서 여성성의 상징이다. 그들은 완숙한 교생을 가운데 놓고 순수와 퇴폐, 정액과 숭고함의 가치관의 사이에서 갈팡질팡 한다. 신체에 변화가 오고 복잡한 가치관 혼돈의 과정을 거쳐, 그렇게 그들은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다시 추억할 것이다. 아름다운 몽정기를 말이다.


문신구 그는 7~`80년대 영화배우로 활동했으며, 90년대 연극〈미란다〉를 연출했다. 당시〈미란다〉는 마광수 교수의〈즐거운 사라〉와 함께 외설시비가 붙어 법정에 섰다. 이후 그는〈콜렉터〉,〈로리타〉등 성과 사회적 관계를 담은 영화와 연극을 제작해 왔다. 현재 연예계 성상납사건을 담은〈성상납리스트〉를 영화화하는 작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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