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 시장 대선 불출마 선언…경선 등록 첫날 전격 선언 속내는?
박원순 서울 시장 대선 불출마 선언…경선 등록 첫날 전격 선언 속내는?
  • 오유진 기자
  • 입력 2017-01-26 20:58
  • 승인 2017.01.26 20:58
  • 호수 1187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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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룰 때문인가 문 전 대표와 ‘빅딜’인가
<뉴시스>

경선룰 의결에 사실상 예고된 ‘시나리오’
박 시장의 표, 안 지사와 이 시장 사이 ‘고민’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당무위원회를 열어 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회(위원장 양승조 의원)가 발표한 대선후보 선출 규칙을 최종 의결했다. 그러나 ‘공동경선·공동정부 구성’을 요구하며 경선 규칙 협상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박 시장은 유감의 뜻을 밝히며 당 지도부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에 박 시장의 경선 포기와 탈당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해당 가능성을 부인해오던 박 시장은 결국 ‘경선 포기’를 택했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경선 포기의 조건으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빅딜’ 설도 제기되고 있다. 일요서울은 박 시장의 불출마 선언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지난 26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이날 박 시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비록 후보로서의 길을 접지만 앞으로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의 당원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시장은 오는 2월 5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도리어 불출마 선언을 한 것. 박원순 시장 측 박홍근 의원은 이날 박 시장의 탈당설에 대해 “절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박 시장과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24일 목소리를 냈던 ‘야 3당의 공동정부 수립’ 계획은 무산됐다.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의 대선 불출마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가장 신빙성 있는 해석은 야3당의 공동정부 수립을 주장해 왔던 박 시장이 더불어 민주당 수뇌부의 일방적인 경선룰 확정으로 ‘문재인 대세론 인정’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위원회는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규칙(이하 경선룰)을 발표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25일 당무위원회의에서 전날 당헌당규위원회가 발표한 ‘19대대통령후보자선출규정’을 원안대로 최종 의결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완전국민경선으로 대선 후보를 뽑는 방안을 마련했다. 완전국민경선제는 당원이 아니더라도 일반 국민이 선거인단을 신청할 수 있다. 선거인단은 탄핵 전후로 나눠 1, 2차에 걸쳐 신청을 받는다.

경선 과정에서 1위 득표자가 과반을 넘기지 못했을 경우에는 1, 2위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대선후보로 선정하기로 했다. 다만 당헌당규위는 ‘촛불공동경선’을 주장했던 박 시장 등의 입장을 고려해 주요 광장 인근 옥내에서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선룰과 관련해 박 시장 측 박홍근 의원은 “주자들의 합의 없이 당이 일방적으로 경선규칙을 확정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당 소속 3인의 대선주자가 52인의 국회의원들과 함께 야3당의 공동정부 추진을 당에 요청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그 요청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 있는 답변이나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전례 없는 일방통행만 보여준 셈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그는 “공동정부 추진을 제안한 대선주자들과 국회의원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당 지도부가 공동정부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경선룰을 의결하자 기자단은 박 시장에게 추가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대선 불출마’ 분위기는 사실상 예고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선 불참 일축했지만
 
박 시장은 지난 19일 야권 공동정부 구성 관련 기자회견,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됐던 제50차 중앙통합방위원회 회의에 불참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의 잇단 일정 취소에 탈당이나 경선 불참 등 기로에 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더불어 민주당 경선룰 최종의결에 박 시장과 김 의원의 공동 경선 불참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양승조 강령정책위원장은 “당연히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예비후보 등록 마감일을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일 다음 날까지 잡은 이유도 박 시장의 경선 참여를 이끌기 위함으로 풀이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무위원회 역시 경선룰에 반발하고 있는 박 서울시장과 김 의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윤관석 대변인은 “박원순, 김부겸, 이재명 후보 세 사람이 이야기한 ‘공동정부’ 제안에 대해 당에서 화답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적절한 시기에 지도부가 정세를 보고 당의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박 시장과 김 의원이 경선 불참과 탈당을 염두에 두고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은 “경선 불참과 탈당은 코미디다”고 일축한 바 있다.
 
대선 경선에 영향력은?
 
정용기 새누리당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1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간 밀약설이 돌고 있다”며 민주당 내 대선 주자 밀약설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 시장에게 문 전 대표가 ‘빅딜’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시장이 당내 경선 포기로 ‘총리직’ 혹은 ‘서울시장’ 자리에 앉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주당 내 줄세우기가 심각하다”며 “다음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사람까지 찍어놨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발언 한 바 있어 실제 빅딜이 이뤄질 경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의 불출마가 더불어민주당 경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시장은 시민사회 진영의 지지를 받아와 그의 불출마 선언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박 시장의 표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로 보고 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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