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vs 바른정당 ‘保守 대첩’ 최대 승부처 인 TK 새누리에 패패
새누리당 vs 바른정당 ‘保守 대첩’ 최대 승부처 인 TK 새누리에 패패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7-01-26 17:41
  • 승인 2017.01.26 17:41
  • 호수 1187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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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는 ‘승자’ 밑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바른정당이 24일 공식 창당하며 새누리당과의 ‘보수 적자 경쟁’을 선언했다. 일단 현재까지 분위기는 바른정당에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바른정당은 그럴싸한 창당 명분에도 아직까지 새누리당에 지지도가 한참 뒤처진다. 탈당 컨벤션 효과는 일찌감치 떨어졌다. 새누리당과의 차별화도 지지부진하다. 현안들마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당내 대선 후보들은 여야를 통틀어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마지막 희망이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영입도 쉽지 않게 됐다. 야권의 ‘황교안 때리기’에도 합류해 봤으나 오히려 기존 보수 지지층의 반감만 살 뿐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보수 대첩’에서 바른정당이 패배할 경우 새누리당의 재통합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두 보수 정당 간의 ‘保守 대첩’, 그 내막을 심층취재해 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최대 승부처’인 TK, 새누리에 ‘더블 스코어’차 패배 
- 반기문 하나만 바라봤는데… 황교안 ‘뜨고’, 반기문 ‘지고’


집 떠난 보수층을 잡기 위한 보수정당 간 기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은 24일 ‘범보수의 구심점’을 기치로 내걸고 중앙당 창당 작업을 완료했다. 이날 꾸려진 새 지도부는 새누리당을 ‘가짜 보수’로 규정하고 바른정당이야 말로 정통보수의 맥을 잇는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보수 대연합’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의석수, 지지율 모두
새누리에 참패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바른정당의 앞길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단 바른정당은 총 31석 만을 확보했다. 당초 이들이 기대했던 의석수에 훨씬 못 미치는 숫자다. 이는 새누리당과의 ‘보수 적자 경쟁’에 나설 동력 자체를 확보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바른정당은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뒤처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월 3주 차 주중 집계에 따르면, 바른 정당의 지지율은 8.8%를 기록한 반면 새누리당은 12.%를 기록했다.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일주일 만에 2.5% 포인트나 하락하며 리얼미터 조사 이래 처음을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바른정당이 ‘탈당 컨벤션 효과’로 한 때 새누리당을 앞섰지만 이제는 이들의 거품이 빠졌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나아가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며 무당층을 형성하고 있는 기존 보수층을 끌어안겠다는 이들의 전략 자체가 애초부터 오판(誤判)이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바른정당은 새누리당과의 차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바른정당이 지키겠다는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폐지, 시민 참여 윤리특위를 통한 국회의원의 비리와 무능 징계 등의 원칙은 그동안 국회 개혁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우려먹은 것들이다”라며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영입해 그 나름대로 쇄신 노력을 벌이는 새누리당과 무엇을 차별화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른정당은 주요 정책에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마저 보이고 있다”며 “‘18세 투표권’에 합의했다고 발표해 놓고 당내 반대의견에 부딪혀 아직도 결론을 못 내리고 있고, 경제민주화 법안인 상법 개정안도 당론 채택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바른정당은 당내 유력 대선 주자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내세우곤 있으나 이들의 지지율은 밑바닥을 맴돌고 있다. 새누리당 탈당 직후부터 목 매 왔던 반기문 전 총장마저 여전히 ‘반반(半半)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 전 총장이 최근 ‘단기필마’ 원칙을 피력함에 따라 단기적으로 바른정당 입당보다 제3지대에 머물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인 상황이다. 그는 지난 25일 오전 새누리당·바른정당 소속 의원 24명과 만나 “지금은 어느 정당도 들어가지 않겠다. 중간지대에서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른정당,
‘황교안 때리기’ 해봤지만…


사실 정당이 유력 대선 후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곧 정당 자체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게 됨을 의미한다.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유력 대선 후보가 있어야 연대든 통합이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세울 만한 대선 주자가 없는 바른정당은 지난 2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신년 기자회견을 두고 야권과 궤를 같이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은 “황 대행이 대선 출마에 대한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차기 대선 불출마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내세울 만한 대선주자가 없는 바른정당으로선 미봉책이나마 새누리당의 대선 주자이자 ‘정통 보수’ 황 권한대행 때리기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통 보수’ 황 권한대행은 야권과 바른정당의 가장 두려운 존재로 자리매김해 나가는 모양새다. 대선 불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그의 지지율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반기문 전 총장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상황이 이러한데 ‘보수의 심장’ TK에서마저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바닥을 밑돌고 있다. 이들의 지지율은 10.0%로, 21.1%를 기록한 새누리당과의 차이가 ‘더블스코어’ 수준으로 벌어졌다. ‘보수 대첩’에서 TK 지지율 확보란 곧 필승을 의미한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앞장서며 이미 TK에서 ‘배신자’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특히 당 내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TK에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등극 지지층 대부분이 등을 돌린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바른정당의 존재감이 더 미미해지고, 당의 지지율도 더욱 떨어지게 된다면 곧 있을 대선정국에서 범(凡) 보수연합을 기치로 새누리당과의 정책적 연합을 넘어 재통합 압력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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