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 DJP 연합’, ‘문재인 대세론’ 꺾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출마를 공식화한 가운데 그의 ‘민생 행보’가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반 전 총장 측은 최근 ‘턱받이’ 논란에 이어 ‘퇴주잔’ 논란까지 일자 “악의적 공격에 유감”이라며 날을 세웠지만 그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潘, ‘페이크 뉴스’의 희생양?
‘턱받이’ 논란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민생 행보를 이어가던 반 전 총장은 지난 14일,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 행치마을에 위치한 선친의 묘소를 참배하는 일정을 가졌다. 이날 반 전 총장이 선친의 묘소를 참배하는 과정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는데, 공개된 영상을 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반 전 총장이 퇴주잔을 마셨다’라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반 전 총장 측은 즉각 페이스북에 1분 40초짜리 전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반 전 총장이 음복 전 술잔을 두 번 돌리고 묘소에 뿌린 뒤 다시 받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이 뉴스 보도용으로 편집되면서 반 전 총장이 어설픈 실수를 한 것으로 비친 것이다. 이에 반 전 총장은 지난 18일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로 남을 헐뜯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적극 대응했다.
반 전 총장의 ‘민생 행보’가 구설수에 오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반 전 총장은 충북 음성에 있는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이 누워있는 할머니에게 죽을 떠먹이는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그는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환자가 누운 상태에서 음식을 떠먹일 경우 환자의 기도가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이 턱받이를 착용한 것도 논란이 됐다. 죽을 드시는 할머니가 아니라 왜 먹여주는 반 전 총장이 턱받이를 했냐는 지적이다.
그러자 반 전 총장은 이번에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반 전 총장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꽃동네의 안내에 따라 어르신의 식사를 돕게 됐다”며 “담당 수녀님에 따르면 그 어르신이 미음을 그렇게 드시는 것은 문제가 없으며 복장도 꽃동네 측에서 요청한 복장”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로 인해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심지어 최근에는 반 전 총장의 대선 캠프 내 갈등설도 고개를 들기에 이르렀다.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됐던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캠프에서 조기 하차하면서 캠프 내 외교관 출신 그룹과 친이계 인사들 간 갈등설이 불거진 것이다.
또한 반 전 총장이 캠프 인사들 가운데 외교관 출신을 제외시키고 현직 국회의원들을 대거 합류시킬 예정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이 대선을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 전 총장 측은 “중도 하차는 없다”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반 전 총장 대선 캠프 내 관계자 역시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검증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이후 지지율 반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개헌’으로 국민의당
끌어들일 수도…
정치권은 이 같은 반 전 총장의 자신감의 이유로 그가 구상하는 이른바 ‘빅텐트론’을 꼽는다. ‘빅텐트론’의 축은 반문(反文), 개헌, 연정 크게 세 가지다. 이 노선에 부합하는 인사들이 헤쳐 모여 ‘문재인 대세론’을 뛰어넘자는 것.
무엇보다 ‘빅텐트론’의 중심축인 ‘개헌’과 ‘연정’은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명분도 될 수 있기에 ‘보수 대 진보’라는 정치권의 해묵은 갈등 구조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은 지난 23일 캠프 사무실 인근 호텔에서 새누리당 초선 의원 9명과 회동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기성 정당에 들어가기보다는 제3지대에서 정치 세력화를 모색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반 전 총장이 최근 연이어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지지율이 급락하자 야권 비문(非文) 진영과의 연대 가능성은 다소 낮아진 게 사실이다. 여기에 반 전 총장이 최근 “나는 확고한 보수주의자”라며 이념 지향을 분명히 한 것도 비문 진영과의 연대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럼에도 반 전 총장과 야권 비문 진영의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정치권은 말한다. 이에 반 전 총장은 ‘임기단축 개헌론’ 카드까지 꺼내들며 야권 일각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의 캠프 인사 역시 “보여주기 식으로 연대 세력을 접촉하는 게 아니다”며 “그들의 의견을 참고해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며 의미 없는 세력 확장이 아닌 통합 로드맵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러한 ‘빅텐트론’이 현실화된다면 개헌론자인 김종인 전 대표 등 민주당 내 비문 인사들과 손학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주권개혁회의,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의 개헌 추진세력이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뭉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지지율 1위를 달리며 ‘평온함’을 느끼고 있는 문 전 대표 일지라도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된다.
게다가 반 전 총장이 영남과 호남을 넘나드는 민생 행보를 통해 그의 지역 기반인 충청뿐만 아니라 ‘보수의 심장’ TK, 국민의당의 지역 기반인 호남 간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이른바 ‘뉴 DJP 연합론’까지 실현시킨다면 문 전 대표의 ‘재수’는 실패할 가능성이 더욱 짙어진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의 구상은 벌써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일단 새누리당 내 충청권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관측되는 가운데, 박덕흠 의원이 첫 스타트를 끊었다. 여기에 설을 전후해 3명에서 4명이 추가로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문 전 대표의 ‘친문 단독 정권’이냐, 반 전 총장의 여야 정치 세력을 아우르는 ‘연정’이냐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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