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더러운 잠’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지난 20일부터 열리고 있는 시국 비판 풍자그림 전시회 ‘곧, bye! 전(展)’ 중 하나다. 문제는 이 ‘더러운 잠’에 대해 작품에 여성인 박 대통령에 대한 인격모독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것으로 누드 상태로 누워있는 박 대통령과 이를 바라보는 최순실씨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23일 이 작품이 몇몇 언론에 보도되자 많은 시민들과 보수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작품에 대해 ‘풍자’를 넘어 인격모독이라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표 의원이 논란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전시회 주선을 표 의원이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표 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 “블랙리스트 사태와 국정농단에 분노한 예술가들이 국회에서 시국을 풍자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며 장소대관을 위해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의원실로 왔습니다. 저는 도움을 드리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국회 사무처에 전시공간 승인을 요청드렸습니다”라며 전시회 개최 과정을 설명했다.
또 20일 개관 이후 표 의원은 ‘더러운 잠’ 전시를 확인했지만 “‘더러운 잠’은 잘 알려진 고전 작품인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했다는 설명을 들었고, 분명히 제 취향은 아니지만 ‘예술의 자유’ 영역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당초 국회 사무처는 전시회 허가 당시 정쟁 등의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풍자만화를 전시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사용을 허가했다.
전시를 두고 논란이 커지자 국회 사무처는 표창원 의원실에 24일 오후 3시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는 작품을 자진해 철거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또 자진철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의원회관 제1로비 사용허가를 취소할 것임을 문서로 통보했다.
기자가 24일 오후 4시경 전시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모든 전시작품들이 철거된 상태였다. 다만 26일까지 예정된 전시가 모두 취소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언론과 보수단체, 정치권 일각에서 항의가 빗발치자 표 의원을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오후 전시장에는 자유민주주의수호시민연대 출범식 참석차 방문했던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려들어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회원들이 벽에 걸려있던 ‘더러운 잠’ 작품을 바닥에 내팽개치기도 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