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여가수 A씨 “나는 억울하다”
짝퉁 여가수 A씨 “나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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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2-16 15:00
  • 승인 2010.02.16 15:00
  • 호수 825
  • 4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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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잡다 어부지리로 걸려든 연예인 낭패
‘짝퉁 코리아’의 오명은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지난 9일 가수 A씨를 비롯해 연예인 3명이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짝퉁’ 의류를 판 혐의로 불구속입건 됐다. 이에 네티즌들은 해당 연예인의 실명을 공개하라는 항의와 함께 사건과 관련 없는 쇼핑몰 운영자 연예인들까지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혜화경찰서는 “짝퉁 시장을 조사하려다 걸려든 해프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심각한 짝퉁 소비 실태는 매우 심각하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이에 전 세계가 인정한 짝퉁 코리아의 현주소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연예인들의 사정을 들어보자.

2009년 10월 동대문에서 한차례 폭풍이 일었다. 그러나 폭풍도 잠시, 일대는 바로 잠잠해졌다. 혜화경찰서 사이버지능팀은 “동대문 주변 쇼핑몰은 사실상 통제 불가능”이라며 “한 군데가 적발되면 바로 통보가 돼 쥐도 새도 모르게 자취를 숨긴다”고 그간 수사의 고충을 털어냈다.


무법천지 동대문 짝퉁 시장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고질적인 동대문 짝퉁 시장을 수사하기 위해 기획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애초 동대문 수사는 한계에 부딪혀, 인터넷 쇼핑몰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특히 명품 수입 의류와 액세서리 판매 사이트를 조사하면서 대개 짝퉁 상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수사 담당자는 “대개 가방은 A급 모조품 제조업체가 따로 있는데 이번에 걸린 의류나 액세서리는 출처도 불분명한 공장들이 마구잡이로 생산해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100장 이하의 주문도 무조건 모조품을 만들어준다”며 짝퉁 시장의 규모가 더 거대해지고, 다양해졌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현재 불구속 입건된 연예인은 10명. 이 중 3명만이 직접 쇼핑몰을 운영할 뿐 나머지 7명은 이름만 빌려줬을 뿐 사실상 쇼핑몰은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

특히 ‘연예인 짝퉁’적발과 동시에 네티즌 수사대 입방아에 오른 여가수 A씨는 담당 수사 확인 결과 동일 인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 담당자는 “거론된 A씨는 아니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럼에도 A씨는 연일 네티즌의 뭇매를 받고 있다. A씨로 거론된 가수 S씨도 사건 당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사실 무근’이라며 네티즌 공격에 바로 해명했다.

경찰은 “연예인들을 잡으려고 수사한 것이 아니다. 그 사기금액도 굉장히 미미하다”며 이번 사건이 연예인의 문제로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진짜 문제는 우리 국민의 상표권 인식이 절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요서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수사로 인해 적발된 사기 금액은 3억 5000만 원 이고, 나염공장 4개업체, 매장 40개업체, 인터넷 쇼핑몰 157곳 등 총 201곳이 적발됐다. 수사 담당자는 “이중 대부분이 의류다. 의류는 주로 A급 모조업체들이 만드는 가방과 달리 상대적으로 복제가 쉬워 나염공장 어느 곳이든 복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우리나라 짝퉁 시장은 이미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특히 홍콩과 중국에 비해 더 정교한 모조 제술이 발달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수출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명품 가방 L사와 C사의 가방을 만드는 B씨는 “홍콩 및 중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우리는 아니지만 몇몇 업체들은 그쪽(홍콩) 면세점에 납품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B씨 공장에서 만든 L사 및 다양한 명품 브랜드 방들은 전문가도 판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했다.

단속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B씨는 “가끔 단속이 뜨기 때문에 철저히 아는 분들 소개로 주문 생산한다”면서도 “단속에 적발돼도 벌금만 물면 다시 풀려나 생산하는 것이 이쪽 업계”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 수사 담당자의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보통 걸리면 징역 7년에 1억 이하의 벌금을 문다. 하지만 이런 처벌이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며 사실상 상표권 침해에 관한 처벌이 가벼운 점을 인정했다.

현재 불구속 입건된 3명의 연예인도 결과에 따라 벌금만 물고 마무리될 예정이다. 당국의 모조품 제조 및 판매에 대한 강력한 법이 제정돼야 한다.

경찰도 “처벌이 더 강력해지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근본적으로 국민 의식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 적발되지 않은 짝퉁 제조 및 판매 업체를 계속해서 수사할 예정이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누구나 명품을 갖고 싶은 욕구는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모조품을 만들고, 구입하는 순간 그 사람의 인격 역시 짝퉁이 된다는 점 역시 기억해야 한다. 특히 대중문화를 대변하는 ‘연예인’들야 말로 우리 사회의 아이콘이자 문화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런 그들의 모습에 영향을 받는 십 대 청소년들에게 상표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짝퉁 문화가 근절될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와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짝퉁 소비자 C씨와의 인터뷰

-얼마나 자주 구입하나.
▲자주 구입할 때는 한 달에 서너 번씩도 구입했다. 요즘은 경기도 어려워서 마음에 드는 신상이 나올 때만 구입하고 있다.

-가격이 얼마나 싸나.
▲L사의 경우 환율이 올라 시가 300만 원짜리 가방을 15만 원 정도에 산다. 다른 사람들은 보통 40만 원에 산다고 들었다. 나는 워낙 오랫동안 구매해 와서 원가 가격만 받는다.

-모조품임을 알아채는 경우가 없나.
▲딸이 필리핀에 유학 중인데 한국 유학생들도 못 알아본다고 한다. 물론 번호까지 추적하면 나오겠지만, 누가 번호까지 추적하겠는가. 말하기 전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진품은 구입하지 않나.
▲당연히 구입한다. 근데 모든 걸 다 살수는 없지 않나. 봐서 잠시 유행을 탈 것 같은 신상품만 모조품으로 구입한다.

-모조품 구입이 불법인 것을 알고있나.
▲물론 불법인 것을 안다. 그러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것도 아니고, 가끔 기분 전환으로 사는 것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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