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버리고 헌신적인 아버지로 컴백

최민수가 SBS-TV〈아버지의 집〉으로 컴백했다. 지난 2008년 4월 노인 폭행 시비에 휘말린 뒤 무혐의 처분을 받고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갔던 그가 2년 만에 특집극을 통해 본격 연기컴백에 나선 것. 관록이 묻어나는 철학적 연기를 선보이며, 그의 진가를 드러내 눈길을 끈다. 최민수의 연기관에 대해 들어봤다.
“복귀라는 것은 세상에서 쓰는 단어이다. 그냥 쉬다가 좋은 작품을 만나서 연기를 다시하게 된 것 뿐이다”
지난 연말 SBS-TV특집극〈아버지의 집〉(극본 이선희, 연출 김수룡)을 통해 복귀한 탤런트 최민수(47)의 소감이다. 그는 지난 2008년 4월 노인 폭행 시비에 휘말린 뒤 무혐의 처분을 받고 연예 활동을 중단한채 장기간 칩거했다. MBC TV〈태왕 사신기〉(2007) 이후 2년 만의 컴백이다.
〈아버지의 집〉은 일생을 자식만을 위해 끊임없이 희생하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로 3대에 걸친 부자지간의 갈등과 화해를 그렸다.
최민수는 아버지 ‘강만호’역을 맡았다. 내세울 것이라곤 무술 자격증 몇 개뿐인 ‘강만호’는 스턴트와 막노동을 전전하며 평생을 몸으로 먹고 사는 캐릭터. 이런 그가 잠깐 다니러온 재미동포 피아니스트 ‘이현재’(문정희)를 만나 하룻밤 사랑을 나누게 된다. 이후 ‘이현재’는 그때 생긴 아들을 ‘강만호’에게 남긴 뒤 미국으로 돌아가 버린다.
최민수는 “‘아버지의 집’이라는 캔버스에는 화가가 한 평생 그려 담았을 법한 내용과 의미가 다 들어가 있다”며 “풍족함을 느끼기 어려운 이 시대에 훈훈함을 안겨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랑했다.
SBS TV〈모래시계〉(1995) 등에서 선보인 그동안의 카리스마와 달리〈아버지의 집〉에서는 헌신적이고 애틋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이다.
그는 “지금 모습과 예전 모습을 비교할 수는 없다”며 “아버지의집은 지금껏 해왔던 여러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바람이 있다면 작품 자체로 느껴질 수 있는 연기를 해나가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아내가 권해서”라며 “모래시계도 보지 못했던 아내가 이제 당신 작품을 보고 싶다고 말해 이번 작품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집〉은 1988년부터 2009년 현재까지의 시대를 아우르며 최민수는 4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선보인다.
최민수는 극중 연령대에 따라 연기 톤에 변화를 줬다. “실제로 늙이 나이에 맞춰 의상을 입으면 저절로 몸이 알아서 피곤해지고 눈이 침침해지더라”며 연기소감을 전했다.
녹화 도중 신종플루에 감염되기도 했다.
그는 “의사들이 신종플루가 아니라고 했다. 괜히 느낌이 이상해서 여러 번 검사를 받아 결국 양성이 나왔다”며 “증상이 심하지 않아 하루만 앓고 다 나았다. 굳이 검사를 고집한 것은 스태프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생각 때문 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로 밥을 먹지 못하는 것이고 그보다 더 슬픈 것은 식구들과 같이 밥을 먹지 못하는 것이다. 극중에서 식구들과 같이 밥을 먹는 장면이 있는데 인상적이었다. 식구들과 같이 산다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출을 맡은 김수룡 PD는 “병상에 계시다 지난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연출한 작품”이라며 “아버지의 정을 사실주의에 입각해 그려낸 리얼리즘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 PD는 애초부터 최민수를 주인공으로 점찍고 드라마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수와 김 PD는 2003년 SBS TV 주말극〈태양의 남쪽〉을 통해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최민수는 지난 12월 22일에 열린 제작발표회에 부인 강주은(38)씨를 비롯 두 아들과 함께 참석해 가족간의 화목함을 과시했다.
[박태정 기자] tjp79@dailysun.co.kr
박태정 기자 tjp7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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