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문신구 스크린 속 에로스를 만나다 29 <브로크백 마운틴>
영화감독 문신구 스크린 속 에로스를 만나다 29 <브로크백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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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12-15 14:59
  • 승인 2009.12.15 14:59
  • 호수 816
  • 5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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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섹스 그리고 동성연애 <브로크백 마운틴>
영화 의 한 장면.

사랑은 모든 문화를 관통한다

[세종장헌대왕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세종(世宗)의 뒤를 이은 문종(文宗)은 세자시절부터 음율(音律)과 주색(酒色)을 멀리하고 학문에만 전념하여 세종의 총애를 받았으나, 첫 번째 빈으로 간택된 휘빈(?嬪) 김씨는 독수공방으로 세월을 보내다 방중술과 비방이 들통 나 궁에서 쫓겨나고, 두 번째 간택된 순빈(純嬪) 봉씨는 그런 세자 대신 소쌍(召雙)이라는 무수리 아이와 동성연애를 하다 들통이 나 쫓겨난다. 소쌍은 또 다른 동성애인 단지가 있었고, 애인을 뺏어간 연적 순빈을 질투해 소헌왕후에게 사실을 폭로했다.

기록은 왕후 앞에 끌려간 소쌍과 순빈의 자백을 놀랍도록 소상히 적고 있다.

소쌍은 “빈궁이 강요하여 하는 수없이 옷을 반쯤 벗고 병풍 안으로 들어갔다. 빈궁이 강제로 옷을 벗겨 자리에 눕게 하여 남자가 교합하는 자세로 희롱하였다” 하였다. 빈궁은 “소쌍은 단지를 사랑하고 좋아하여 언제나 혼자 자는 일이 없으며 낮에도 서로 껴안고 바꾸어가며 혀로 빨았다”고 기록한다.

2005년에 발표된〈브로크백 마운틴〉은 퓰리처상, 내서널 북어워드, 오헨리 단편소설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애니 푸르의 단편을 동양계 이안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감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고, 고 히스 레저의 유작이기도한 이 영화는 아카데미를 비롯해 수많은 상들을 거머쥐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았다.

영원히 녹지 않는 만년설을 덮어쓴 산봉우리 아래 한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수천마리 양떼가 무리를 이루고 있는 8월의 록키산맥 브로크백 마운틴. 이 곳 양떼 방목장에서 여름 한 철 함께 일하게 된 갓 스물의 두 청년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은 오랜 친구처럼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대자연 속 그들의 우정은 친구 이상의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게 되지만 낯선 감정의 실체도 확인하지 못한 채 방목철이 끝나자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각자의 생활처로 돌아간다.

에니스는 약혼녀 알마(미셸 윌리엄스분)와 결혼하여 두 딸의 아버지가 되고, 로데오 경기에 참가했다가 미모의 부잣집 딸 로린(앤 해서웨이)을 만나 결혼한 잭은 텍사스에 정착하여 장인의 일을 도우며 산다. 4년 후 어느 날, 에니스는 잭에게서 엽서 한 장을 받게 된다. 그 엽서는 에니스에게 그간 잊고 지냈던 브로크백에서의 낯선 감정의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키게 되고, 4년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단번에 그 감정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런 관계가 알려지면 안되는 관계로 아쉽지만 1년에 한번씩 브로크백에서 만나는 것으로 위안하며 20년의 세월을 보낸다.

아쉽지만 가능한 한 오랫동안 지금의 관계를 유지하며 가장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은 에니스, 무모하지만 두 사람만의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려는 잭. 입장과 생각은 달랐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만은 한결같았다. 그러나 잭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브로크백 마운틴에 묻히고 싶어 했다는 잭의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그이 고향집을 찾아간 에니스는 잭의 방에서 평생 보물처럼 여겼다는 포개진 셔츠(추억의)를 발견하게 되고 에니스를 향한 잭의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다.

동성애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는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제 동성애란 소재만으로는 금기도 이슈도 못된다. 10년 전 통계로 미국에서만 동성부부 60만 쌍이 넘었고, 국내 동성애 인구 또한 이미 수십만이다. 웃기는 일이지만 이제는 나라의 대통령도 그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됐고, 종교단체가 그들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법과 율법의 잣대는 소수에게로 향하는 것, 그들은 이제 그 소수가 아니다. 별종이 아니다.

인간의 섹스는 기본목적인 종족번식의 수단으로도 쓰임을 받지만, 세상 남녀가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서 섹스행위를 하지 않는다. 우리의 사랑이 여러 다양한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그것은 결국 사랑이듯이 인간의 섹스도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행하는 정상체위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사람들의 난해한 체위도 같은 섹스다. 또 에널이나 구강섹스, 그리고 패티쉬, SM, 수간, 스와핑에 마스터베이션까지도 다 섹스 행위다.

영화 속 에니스와 잭의 사랑은 어느 남녀의 사랑보다 애잔하고 감동적이다. 그리고 그들의 섹스는 여느 남녀의 섹스보다 아름답다. 그들의 사랑도 사랑이고, 그들의 섹스도 섹스다. 편견을 버리고 인정해라. 그들도 사랑할 줄 아는 너희와 같은 가슴이 있고, 그들도 너희처럼 못지않고 다르지 않은 훌륭한 구강과 에널을 가지고 있다. 단지 성적 기호가 다를 뿐이다. ‘킨제이 보고서’에는 미국 남자 30%가 적어도 한 두 차례 동성애적 경험이 있으며, 그중 10%는 계속해서 동성연애를 한다고 한다.

필자는 동성연애를 두둔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반대는 더더욱 아니다. 동성애가 인류역사에 반하고 그들의 섹스가 종족번식의 목적에 반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듯 번식할 때만 섹스하고 사는 게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때론 헛것일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볼 수 있고 보이는 것만 보고 산다. 그래서 늘 편견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다. 법이나 율법은 상위의 섭리와 본질을 헤아리지 못하며 진리 앞에 어리석기 마련이다.

‘너희는 여자와 교합함과 같이 남자와 교합하지 말라’ 는 레위기 말씀을 뒤로하고 일부 기독교 교단도 그들을 향해 손짓을 한지 오래고, 오바마나 이명박 대통령도 그들을 향해 어쩔 수 없이 미소지며 등지지 않는다.

커밍아웃(coming out)도 아웃팅(outing)도 이제 의미가 없다. 정신질환이 아니다.

이안 감독은 이렇게 말 했다. ‘사랑에 관한 한 나는 아내에 대한 나의 사랑이든 동성애든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랑은 모든 문화를 관통하고 모든 문화에서 통한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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