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오가며 코믹연기 인기몰이
탤런트 이순재(75)는 드라마계의 ‘어르신’이다. 연기 못 하는 연기자들을 꾸짖고, 빗나가는 한국의 TV 드라마를 논하는 언감생심은 이순재라서 가능한 일이다.MBC TV〈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로 각인된 이순재는 전통적인 가부장 이미지였다. 할아버지 배우가 된 지금은 정반대의 표상으로 자리한다. 코믹하고 친숙한 할아버지, ‘하래비’를 주도하고 있다.
MBC TV 시트콤〈거침없이 하이킥〉,〈지붕뚫고 하이킥〉에 이어 코미디 영화〈굿모닝 프레지던트〉까지, 웃긴 하래비로의 환골탈태는 종횡무진이다. ‘야동 순재’에서 ‘멜로 순재’까지…. 본인도 그런 별칭이 “참 재미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TV 드라마 쪽에서 최고 원로인 그는 쓴 소리의 대가이기도 하다. 쪽대본이 관습화된 한국의 드라마 현실을 놓고는 “사전제작으로 갈 수 있도록 방송국에 일침을 놓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막장 드라마에 대해선 “선정적인 건 표현의 자유라지만, 막말은 작가적 양식과 수준에 달린 것이다. 장사꾼 작가와 문학적 소양의 작가는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는 소견이다.
이순재는 “시청률 쫙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시아버지와 며느리 바람난 것 써 보시오. 이건 90% 올라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차마 그럴 수 없는 사회 통념상 제약, 이런 통념을 건드리면서까지 시청률에 목을 맨 막장이라면 시청자들이 객관적으로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하래비란 역할이 제한적인데, 하래비를 주도할 수 있다는 건 내 장점”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의 벽에 막혀 어떨 땐 해볼 데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방송가에서 노인의 한계를 절감한 이순재는 “독거 노인 500만이 넘었는데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가 아닌가”로 사고를 확대한다.
“남아있는 기력을 활용해서 노인대학 과부 할머니라도 사귀어라 이거다. 이성이니까 세수도 안 한 영감이 세수하게 되고, 아들 향수를 뿌리고 자기 관리를 하게 된단 말이다. 집에다 앉혀 놓으면 암만 잘 해도 소용 없다. 자꾸 내보내라”
[뉴시스=윤근영 기자] iamy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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