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퇴진이나 중진 용퇴를 주장하고 있다. 당내 분란을 부추긴다고 생각하지 않나.
▲지금의 지도부는 젊은 세대의 사고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노쇠화된 이미지로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유권자들의 욕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한나라당과의 특검공조가 단적인 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는 비난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지지자들이나 네티즌들이 요구하는 방향을 무시한 정치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지도부는 당을 사당화시키고 있다. 당직인선이나 조직책 선정에 있어서 능력과 전문성을 배제한 자기사람 심어넣기에 혈안이 돼 있다. 정책결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당의 공론구조가 전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폐쇄돼 있다.
-어차피 오는 28일 전당대회에서 지도부는 교체되지 않나.
▲그렇게 기다릴 만한 시간이 없다. 한달도 되지 않아서 제3당으로 밀려났는데 이대로 간다면 당이 침몰할지도 모른다.
-한나라당과의 특검공조가 예결위원장 자리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는데 근거가 있나.
▲믿을 만한 사람에게 들은 얘기다. 개연성이 있고 신뢰할 만한 것이기 때문에 제기한 것이다. 당론으로 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당론으로 밀고 나가지 않았나. 지지자들의 비난과 질책을 못 듣고 있는 현재 지도부는 특검법 정국에 대한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
-장의원의 주장이 관철되리라고 보나. 권력투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권력투쟁 등으로 정쟁화 시켜선 안된다. 갈등이나 아픔을 참고 견디면서 선배정치인들에게 당을 위해 한발 양보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17대 총선에서 살아날 수 있는 전략이다.
-관철되지 않는다면 탈당도 불사할 생각인가.
▲확실하게 말해 두건대 절대 탈당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24살 때부터 몸담아 온 정신적 집이다. 민주당은 민주화의 정통성을 가진 정당이고, 21세기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개혁의 정체성을 담보하고 있는 당이다. 역사적 가치를 가진 민주당을 내팽개칠 수 없다.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정범구 의원의 탈당을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탈당 전날 밤 정의원과 박인상 의원 등과 만나 통음한 적이 있다. 물론 탈당을 만류했다. 그날 밤 12시 즈음 한화갑 전대표도 찾아와 간곡히 만류했다. 당지도부가 정의원을 탈당하게 만든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특히 박상천 대표측에서는 한화갑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한 전대표측과 교감은 없었나.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들(현 지도부)이 그런 말을 흘리고 다니는 것 같은데 권력투쟁으로 정쟁화시킬 문제가 결코 아니다.
-조순형 의원과 추미애 의원 중 누가 중앙위 의장(당대표)을 맡아야 된다고 보나.
▲17대 총선을 대비한 전략적 측면에서 추의원이 당대표가 돼야 역동성과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화제를 돌려)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지해 주지 않았다면 노대통령은 당선될 수 없었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이자 의리이다. 하지만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신의를 저버리고 은혜를 배신으로 갚고 있다.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지지자들의 권리를 위임받은 정치인으로서 해서는 안될 국민주권 위헌행위이고 사회계약 위반행위이다. (열린우리당은) 개혁을 볼모로 한 사기정당이자 권모술수,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는 하루살이, 일일정당에 불과하다. 민심(民心)을 의식한 게 아닌 노심(盧心)을 의식하고, 노(路)선이 아닌 노(盧)선을 걷고 있는 당에 불과하다.
-대선자금 수사가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진 않나.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대통령이 검찰에 소환조사 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회창 전총재가 검찰에 출두하면 노대통령도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대선자금의 종착지는 노대통령과 이 전총재다. 검찰에 출두하는 대통령을 신뢰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4당체제 하에서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면.
▲노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과의 대립각은 반드시 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한나라당과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된다. 보수당과 공조해서 신생정당을 공격하면 민주당은 보수와 수구정당으로 인식될 수 있다. 반노무현·친한나라가 아닌 반노무현·반한나라당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구시대정당으로, 노무현당은 개혁신생당으로 비춰질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의 샌드위치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기반이 약하지만 민주당은 정통적 지지기반이 강한 정당이다. 당을 개혁하고 훌륭한 인물을 내면 수도권과 호남지역에서 압승할 수 있을 것이다.
-DJ의 의중은 어디에 있다고 짐작하나.
▲뵌지 오래돼 뭐라 말할 순 없겠지만 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깊으시지 않겠나.
김은숙 iope74@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