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예술과 과학 그리고 기술. 이 세 분야를 전혀 다른 영역으로 여겼던 과거와는 달리, 협업과 공존을 중요시하는 21세기의 문화는 이 분야를 융합시켜 전혀 다른 장르로 일궈냈다. 과학과 첨단 기술이 우리 삶의 필수 요소가 되어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지자, 예술이 과학을 품기 시작해 더 다양한 방식과 언어로 작가의 세계관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분야가 만나면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지만 그 때마다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예술가의 활동영역을 넓혀온 것이다.
오는 4월 16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되는 ‘다빈치 코덱스’ 전(展)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시도를 수백년 전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찾았다.
이미 오래전 예술과 과학, 기술을 결합했던 다빈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코덱스(Codex)라 불리는 3만 장가량의 기록물로 남겼다. ‘다빈치 코덱스’ 전은 국내외 7명의 작가가 다빈치의 코덱스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예술과 과학, 첨단 기술의 결합을 보여줬다.
전시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빈치의 코덱스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집단인 ‘엘뜨레'의 작품들이다. 엘뜨레는 코덱스에 적힌 다빈치의 사고와 스케치를 연구하고 재해석해 실물로 구현했다. 눈앞에 실제로 진기하게 펼쳐지는 다빈치의 기계들은 다빈치가 시대를 앞선 천재임을 증명한다.
또 다른 예술 그룹인 ‘스튜디오 드리프트’의 샤이라이트는 천장에서 꽃이 피는 모습을 재현하는 하는데만 제작에만 5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다빈치가 기계의 작동 원리와 조형적 형태를 자연에서 많이 차용했듯 스튜디오 드리프트(Studio Drift) 역시 자연의 원리, 특히 ‘생존의 메커니즘’에 관심을 두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샤이라이트(Shylight)’는 천장에 달린 꽃의 형태와 움직임을 환상적으로 표현했다.
참여 작가 중 유일한 로봇공학자인 김상배 교수는 ‘치타로봇’을 전시한다. 치타의 뛰어난 운동능력을 구현하고자 만든 로봇으로 과학 및 첨단 기술 분야에 예술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여준다.
디자이너 장성은 코덱스에 있는 교회 건축물 스케치에서 영감을 받아 모비라는 모듈을 이용해 건축 구조물을 제작했다. 작은 단순한 구조의 반복이 단단한 구조를 이뤄낸 작품으로 다빈치가 설계한 건축물의 단단함과 치밀함을 보여준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모비가 단순한 형태를 반복하면서 단단한 구조를 이룬 모습으로 다빈치가 설계한 건축의 치밀함과 구조적 완벽성을 표현한다.
자동차 디자이너 정연우는 다빈치가 자동차의 시초격인 자체 추진 동력 및 기계 장치를 구상했다는 점에서 착안해 자동차의 과거-현재-미래를 표현했다. 작가는 현재 자동차의 형태는 틀에 박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미래에는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자동차가 나올것을 예상하고 작품을 구현했다.
2명의 현대 미술작가 전병삼과 한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인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재해석했다. 일상의 평범한 사물을 변형하고 반복 기법을 활용하는 전병삼 작가는 고화질로 인쇄한 종이 3,000장을 쌓아 〈모나리자〉를 재현한다. 여러 번의 붓 터치를 하는 다빈치의 스푸마토 기법이 떠오르게 만드는 전전병삼 작가의 작품은 여러장의 얇은 종이로 모여 모나리자 그림을 완성했다.
한호 작가는 〈최후의 만찬〉을 현대 한국의 관점으로 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캔버스, 벽면 등을 통해 2차원과 3차원을 구현하고자 했다면, 방 가득 LED로 제작된 작품으로 3차원을 넘어 관객을 4차원으로 이끌었다. 바닥에 설치된 거울 반사와 겹쳐 차원을 확장한 이 작품은 삼면이 둘러 싸인 스크린을 토애 관객들에게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는 영역을 선사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연구 결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여러 작가의 작품은 다빈치라는 천재의 영향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번 융복합전시인 <다빈치 코덱스展>을 통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다각도로 감상하는 동시에 다양한 지적 세계를 탐구하는 작가들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전시를 경험하고 느끼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