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성묘사로 남남북녀 성해학 담아
‘이상히도 생겼네 맹랑히도 생겼네/ 전배(前陪)사령 서려는지 쌍 걸랑을 느직하게 달고/ 오군문(五軍門) 군뢰(軍牢)런가 복덕이를 붉게 쓰고/ 냇물 가에 물방인지 떨구덩 떨구덩 끄덕인다/ 송아지 말뚝인지 털 꼬삐를 둘렀구나/ 감기를 얻었던지 맑은 물은 무슨 일꼬/ 칠팔월 알밤인지 두 쪽 한데 붙어있다/ 물방아 절굿대며 쇠꼬비걸랑 등물세간 걱정없네.’‘천생음골 강쇠놈이 여인 양각(양다리) 번듯 들고 옥문관을 굽어보니/ 이상히도 생겼도다 맹랑히도 생겼도다/ 늙은 중의 입일련지 털은 덮고 이는 없다/ 소나기를 맞았는지 언덕 깊게 파이었다/ 콩밭 팥밭 지났던지 돔보꽃이 비치었다/ 도끼날을 맞았던지 금 바르게 터져있다/ 생수처 옥답인지 물이 항상 괴어있다/ 무슨 말을 하려관대 (입술) 삐끔 빼었으며/ 임실 곶감 먹었던지 곶감씨가 장물이요/ 만첩산중 으름인지 제라 절로 벌어졌다/ 연계탕을 먹었던지 닭의 벼슬 비치었다/ 파명당을 하였던지 더운 김이 그저 난다/ 제 무엇이 즐거워서 반쯤 웃어 두었구나/ 곶감 있고 으름 있고 연계 있어 제사상은 걱정 없다.’
판소리 ‘변강쇠가’ 중에 변강쇠와 옹녀가 서로의 남근과 여근을 노래하는 장면이다.
‘변강쇠’는 천하의 잡놈 변강쇠와 평안도 최강음녀 옹녀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성과 죽음을 노골적으로 표현, 지금은 거의 사라진 판소리가 원전이다. 영화는 이를 토대로 1986년 엄종선 감독에 의해 만들어 졌다.
한 마을에서 옹녀(원미경)와 잠자리를 같이 한 모든 남자들이 복상사로 죽게 되고, 마을의 장정들이 모두 없어지게 되자 동네 아낙들은 옹녀를 마을에서 내쫓는다. 한편, 남다른 정력과 남근을 가진 변강쇠(이대근)는 옹녀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옹녀도 변강쇠의 소문을 익히 듣고 있던 중 둘은 만나 속궁합의 꿈을 이루게 되자, 오랜 유랑생활을 청산하고 정착을 한다. 노름판을 전전하던 변강쇠는 옹녀가 임신을 하자 마음을 잡게 되지만, 어느 날 땔감을 구하던 중 마을 앞 장승을 뽑게 되고, 그로인해 화를 입고 죽는다. 졸지에 다시 홀몸이 된 옹녀는 만삭의 배를 안고 꿈의 남근을 찾아 유랑 길에 오른다는 이야기다.
원전인 ‘변강쇠가’는 노골적인 성묘사로 음란하기 이를 데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품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대단한 정력가와 엄청난 색골’의 상징적 캐릭터 ‘변강쇠와 옹녀’는 다 안다. “마님~!!”이라는 최강 유행어를 만들어낸 엄종선 감독의 영화 또한 과장되긴 마찬가지다.
언젠가 외국인과 이 영화를 같이 볼 기회가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의 반응이었다. 성은 세계인 공통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지만, 우리나라 영화 속 성의 형태는 어떤 면으로든 뒤져 있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통했다. 언어도 문화풍습도 잘 모르지만 보는 재미로서의 영화로는 공감 했던 것이다. 적나라하고 외설적인 성적묘사의 원전을 빼어 닮은, 영화의 오줌줄기가 거대한 바위를 날리고, 산천초목을 요동치게 하는 변강쇠와 옹녀의 성관계 장면에서는 배를 잡고 뒤집어 졌다.
남자들은 섹스를 이야기 할 때 자기가 마치 변강쇠나 되는 것처럼 젊었을 때는 하루 저녁에도 몇 번을 하고도 부족했느니, 지금도 몇 번 정도는 거뜬하다느니 있는 것, 없는 것 보태고 더해서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늙으나 젊으나 남자란 자고로 첫째도 정력, 둘째도 정력, 셋째도 정력, 오로지 정력이 강해야 된다는 생각의 발로다. 정력이 강해야 한다는 것이 잘 못 된 것은 아니지만 그 실체를 잘 못 인식하는 것은 문제일 수 있다.
간혹 남자들 중에는 성관계를 오래 유지 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자랑하는 경우가 있다. 오래 끌고 가는 것이 자신의 남성적 힘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성의학자들은 여성의 외음부는 성관계를 시작한 지 보통 20~30분이 지나면 건조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통증이나 불쾌감을 느끼기 쉽다고 한다. 지루증은 결국 남녀 모두에게 불편함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불임, 발기부전 등 장애를 초래할 수 있어 조기치료 대상이라 한다. 그리고 의외로 많은 남자들이 자신의 음경에 대해 외소 콤플렉스가 있어 막연한 대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변강쇠와 옹녀가 벌이는 환상적이고 보다 완벽한 섹스를 꿈꾸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변강쇠를 거처 가는 수많은 여자들을 생각하며 변강쇠가 되기를 바란다면 문제가 있다.
정욕과 정력은 다르다. 정력은 행복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정욕은 지나치면 자칫 인생을 그르치는 불행을 초래한다.
서양에도 변강쇠로 불리우는 인물이 여럿 있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우리가 잘 아는 찰리 채플린과 카사노바다. 체구는 크지 않지만 특이하게 성기 하나만은 세계 8대 불가사의라 할 만큼 비대한 대물을 가진 채플린은, 일생 4번의 결혼을 하고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은 거의 섹스에만 열중했다고 한다. 또 단 5분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여섯 번까지 승부수를 두었다는 그의 섹스 일화는 유명하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나의 섹스 대상이고,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란 없다.” “결혼은 곧 무덤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난봉꾼 카사노바는 고작 나이 16세에 여자와의 추문과 스캔들로 옥살이를 하고, 20세가 되기 전에 벌써 수십 명의 애인을 거느리는 호색가가 되었다.
남녀 누구나 자신이 변강쇠, 옹녀가 되기를 바라지만 상대가 그렇게 되는 것은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정력이 내포하고 있는 정욕의 위험성을 염려하는 것일 게다.
사실 남자는 정력이 있어야 한다. 여자도 반대하지 않는다. 정력이 소진된 남자는 이미 남자가 아니며, 남자 구실을 제대로 못하면 여자한테 대접도 못 받고 기도 펼 수가 없다. 그래서 남자는 정력에 좋다고 하면 뱀이나 곰쓸개도 마다하지 않으며 보약이나 비아그라를 찾고, 아내는 생활비를 쪼개서라도 거금을 들여 몸에 좋다는 보약을 다려 먹이고는 변강쇠로 변해 돌아올 남편을 기대한다.
보약 먹은 남자들이여! 그 정력 다른 곳에 쓰지 마라. 아내는 남 좋은 일시키는 걸 원치 않는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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