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지창 측 “차의 결함을 찾기보다 내 실수로 뒤집어 씌워”
테슬라 측 “기술적 결함 아냐, 명성 이용해 압박”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국내 진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급발진’ 사고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법인 등록을 성사시키며 국내 자동차 관련기업들을 긴장시켰던 테슬라가 이번 사고로 인해 국내 진출에 ‘급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특히 이번 ‘급발진’ 사고가 배우 손지창 씨를 통해 알려지며 국내 여론 역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 손 씨가 자신과 유사한 사고를 당한 사람들과 함께 집단소송도 제기하며 거센 후폭풍을 예고해 테슬라 측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일요서울은 테슬라를 둘러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양측의 입장을 면밀히 살펴봤다.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배우 손지창 씨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9월 테슬라를 운전하다 급발진 사고를 당했다며 현장 사진과 함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가 난 손 씨 소유 차량은 전기차 테슬라X 75D로 테슬라 주력 모델 중 하나다. 해당 모델 가격은 약 1억3000만 원 이다.
그에 따르면 둘째 아들과 테슬라 차량을 타고 귀가했으며, 차가 차고로 진입했고 차고 문이 완벽히 열린 것을 확인한 뒤 차고로 진입하는 순간 ‘웽’하는 굉음과 함께 차가 그대로 차고 벽까지 뚫고 돌진해 거실에 처박혔다.
사진을 살펴보면 아수라장이 된 차고와 집안 내부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자칫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손 씨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 벽이 나무가 아니라 콘크리트였다면 아마 인터뷰를 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손지창 씨가 밝힌 테슬라 측의 가장 큰 문제는 ‘대응’이었다. 테슬라 측에서 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운전자인 손 씨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다. 테슬라 측은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조사 결과 차량 자체에 결함이 없었으며 손 씨의 과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을 경우 자동으로 모터의 토크를 차단하는 등 페달 조작 실수를 여러 단계에서 방지하고 있어 기술적인 결함이라는 점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손 씨는 “테슬라가 차의 결함을 찾기보다는 내 실수라고 뒤집어씌웠다”며 “그들은 결국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손지창 씨와 테슬라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손 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조사까지 요구할 예정이다.
손지창의 법률대리인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급발진 사고 차량인 테슬라 X에 대한 공개 조사를 요구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테슬라 측과 주고받은 모든 메일을 공개할 용의가 있다. 테슬라가 손지창이 돈을 요구하고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테슬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손 씨가 자신이 유명인사인 것을 이용해 테슬라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손 씨는 테슬라를 위협하고 망치기 위해 최후통첩을 한 상황”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급발진 사고 처음 아냐
테슬라 모델X는 2015년 출시 이후 급발진 의혹 사고가 몇 차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X의 급발진 의혹 사고는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에서 발생했다. 당시 모델X의 운전자가 급발진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테슬라 측은 즉시 차량의 운행기록을 분석해 급발진이 아닌 가속페달을 잘못 밟은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또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홈페이지에 손지창 씨와 같은 테슬라 모델X의 급발진으로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는 고객 불만 7건이 접수됐다.
특히 손 씨가 단독 소송이 아닌 유사 피해자 다수와 함께 집단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다른 사고들 역시 대부분 주차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단순 주장이 아닌 기술적인 결함이 아니냐는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급발진 외에도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인 ‘오토파일럿’으로 인한 인명 사고도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오토파일럿 모드로 운행하던 모델S가 트레일러와 충돌해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회사는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지만 지난해 9월 독일에서 또 다시 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에서도 오토파일럿 모드로 주행 중 사망한 운전자 가족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진출에 빨간불 켜져
테슬라의 계속된 사고로 인해 국내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2015년 11월 13일 국내법인 등록을 성사시키며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던 테슬라가 위기에 봉착한 것. 이번 소송을 계기로 부정적 이미지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높았던 국내 진출의 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
앞서 테슬라는 지난해 중으로 국내 사업을 타진하려 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국내에서 자동차 판매를 하려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제작자 등록을 완료하지 못했다.
제작자등록을 하려면 판매 차량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망과 인력을 구축했다는 내용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국내 법인만 설립했을 뿐 관련 인력이나 시설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이에 테슬라는 홈페이지에 애프터서비스 매니저와 정비사 채용 공고를 하는 등 관련 인력을 채용하며 국내 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급발진’ 사태가 국내 매장 오픈을 위해 힘쓰고 있던 테슬라 측에게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사태의 심각하게 보고 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