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연임 후 순항 쉽지 않은 까닭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연임 후 순항 쉽지 않은 까닭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7-01-06 21:02
  • 승인 2017.01.06 21:02
  • 호수 1184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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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노선 확대했더니 유가·환율이 안 도와주네…
▲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3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거취에 관심이 모아졌던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영업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에 따른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다. 올해는 김 사장의 3년 임기가 새롭게 시작되는 해인 만큼 회사의 경영이 정상궤도에 오를지 주목된다. 김 사장 역시 올 한 해 경영정상화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상화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는 게 이유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수익성을 개선시키며 재무 건전성을 일부 회복했다. 지난해 김수천 사장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김 사장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노선 구조조정, 조직슬림화, 에어서울 설립 등 고강도 구조개선 방안을 통해 누적된 부진을 극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결실은 3분기 만에 얻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1조5554억 원(연결)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9.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16억 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233%나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526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2013년 마이너스 0.2%를 기록하던 영업이익률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1.7%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 9.8%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실적과 무관하게 ‘김수천 체제’의 새로운 3년은 첫 해부터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연초 채권만기 폭탄에 대응해야 하는 처지다.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는 4600억 원에 달한다. 당장 급한 건 2월과 4월 각각 1800억 원, 800억 원의 만기 채권이다.

문제는 신용등급이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로 떨어졌다. 2015년 말까지만 해도 ‘BBB+’ 신용등급을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 ‘BBB0’로 낮아지더니 한국기업평가로부터 ‘BBB-’ 등급으로 강등됐다. 특히 주요 노선 수익성 하락으로 자칫 투기등급(BB)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렇게 되면 당장 이자비용 상승은 물론 만기채권 상환을 위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올 초 채권 만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끌어 모아야하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신용도 하락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장래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하고, 공모 회사채 조달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조달 여건은 쉽지 않다.

앞서 증권사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2월 3000억 원 규모의 ABS을 발행하는 데 3·6개월 등 단기물에선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최장 3년물 채권은 거듭된 신용도 하락으로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부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자 ‘내부 실적 개선’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업계는 이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열쇠가 ‘장거리 노선’에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해당 노선 확대에 주력해 왔다.

김 사장은 2014년 취임 당시 A380 항공기를 6대 도입해 일본·중국·동남아시아에 집중됐던 노선을 미주·유럽·대서양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1대에 약 4000억 원에 달하는 A380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2대씩 도입해 총 2조4000억 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미주·유럽 노선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0.7%, 10.4% 등 30%를 넘어섰다.

외연 확대에 성공한 만큼 이제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투자로 인한 부채비율 증가를 정상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항공기 도입에 투자를 대폭 늘리자 2014년 말 634%에 이르던 부채비율은 2015년 말 991%까지 상승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자산 매각과 해외 지점 통폐합, 비핵심 업무 아웃소싱, 희망 휴직 등의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부채비율을 572%까지 낮췄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회사는 자본 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수익성도 장담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데에는 여객수송량 급증, 유가 하락, 원화 강세 등의 덕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올해 국제유가와 달러환율 급등이 예상되면서 운영비 증가가 큰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1680만 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했는데, 올해도 같은 양의 항공유를 사용한다면 1달러만 올라도 유류비가 1680만 달러(189억 원) 늘어난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1월 40달러대에서 12월 50달러대를 넘어서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골치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리스 등 운영비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달러환율이 강세를 보이면 운영비가 급등한다. 외화 부채도 많아 이자 부담까지 늘어난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도 잠재적인 위험요소다. 중국 민항국은 최근 아시아나·진에어·제주항공 3개사가 신청한 1월 한국행 부정기 항공편(전세기) 운항 신청을 모두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국의 춘절(설날) 특수를 누릴 수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민항국은 ‘2월에도 부정기편 승인은 나오지 않을 것이며 3월 이후에도 상황을 봐야 알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간 부정기편 운항 편수의 비중은 정기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보복이 장기화될 경우 판로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약진도 부담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국제선 여객 중 국적 LCC가 수송한 비율은 22.1%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경영정상화 3개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경기 불확실성이 세계적으로 있는 건 맞지만 환율이나 유가 급등은 장기적인 추세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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