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차별적인 고객 유치로 후유증 극심한 건국우유
본사, 대리점-소비자 간 중재라곤 위약금 안내뿐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건국우유의 배달 해지 위약금과 관련해 소비자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계약서 위조’, ‘계약불이행’, ‘원치 않는 계약’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건국우유가 고객 유치에만 급급해 문제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본사가 대리점과 고객 간의 문제일 뿐 본사에게 책임이 전혀 없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요서울은 건국우유를 둘러싼 여러 피해사례를 토대로 건국우유의 허술한 경영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한 제보자는 지난 5일 “억울하고 어이없다”는 말과 함께 건국우유 해지 과정에서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이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제보자 어머니의 지인이 건국우유 신청할 때 동행했다. 그 과정에서 대리점 사원이 프라이팬을 주며 우유를 먹어보라고 권유했지만 제보자의 어머니는 신장 투석 환자여서 일반 우유를 못 마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원은 몇 달만 먹어도 된다며 회유했고 그 말만 믿은 채 우유를 신청했다. 다만 짧은 기간이라 우유를 신청할 때 주는 판촉물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촉 사원의 권유로 판촉물을 받았다. 당시 제보자의 어머니는 몇 달만 마신다는 조건 때문에 양측 합의 아래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제보자 어머니는 원래 계획대로 몇 달이 지난 후 해당 대리점에 우유 해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건국우유 대리점 측은 작성하지도 않은 계약서를 운운했고, 화가 난 제보자는 해당 대리점에 계약서 사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사진은커녕 연락조차 없었다.
제보자는 계속 우유가 집으로 오자 계약서 사진을 왜 보내주지 않느냐고 항의했고, 건국우유 대리점 측은 계약서 사진을 보내줬다며 못 받았냐고 적반하장이었다. 또 건국우유 대리점 측은 “그때 당시 다시 마시기로 하지 않았냐”는 등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계속되는 제보자의 요청에 계약서 사진을 보냈지만, 해당 계약서는 ‘위조’된 계약서였다. 계약서의 글씨는 제보자 어머니의 글씨체도 아니었으며, 10년 넘게 거주했던 주소가 맞춤법도 틀리게 적혀 있었다.
이를 근거로 제보자는 건국우유 대리점 측에 ‘계약서가 위조’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건국우유 대리점 측은 “직원이 그렇게 한 것 같다. 그 직원은 퇴사하고 없다. 직원이 받아온 계약서를 보관했으니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가 없다”며 “계약서를 받으면 고객한테 해피콜을 해 계약 내용 확인시켜 주지만 음성파일은 못 찾겠다”고 일부 내용을 시인했다.
제보자는 대리점과의 실랑이 끝에 본사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다. 그러나 본사 측에서는 소비자와 대리점 분쟁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중재는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본사 측에서 말한 중재가 대리점에 연락해 “소비자가 해지를 원하니까 위약금 받고 해지해줘라”였다고 주장했다. 또 소비자에게는 위약금 안내해주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소비자보호원에 위조된 계약서로 상대방에게 위약금을 요구한다고 문의했지만 해결 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남은 계약기간×일정 금액을 대리점에 입금하고 해지할 수 있었다.
유사 피해 사례 넘쳐나
주요 포털사이트에 ‘건국우유’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제보자와 유사한 ‘계약 해지 관련’ 글이 넘쳐난다.
한 누리꾼은 ‘건국우유 이름만 적어도 계약이 됩니다. 이름 적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건국우유의 이상한 계약에 분노를 표출했다. 그에 따르면 고령의 어머니집에 우유 영업 사원이 와 우유를 드시라는 권유에 ‘하이요’를 하나만 주문했다. 나중에 다른 사람이 와 선물드린다고 하며 이름을 적어 달라고 해 이름을 적었다. 하지만 그 서명은 계약 서명이었다.
그는 “저희 어머니는 그게 계약이라고 상상도 못 하시고 일주일 만에 마실 사람이 없어서 취소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2년 계약이 되었다고 안 된다며 한 달에 2만9000원을 매달 2년간 먹기 싫어도, 못 먹어도, 7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낼 거라는 것을 알고 저희 어머니가 계약을 했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누리꾼은 일주일 먹고 해지하려고 했지만 위약금이 16만 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계약이 마음대로 되고, 위약금도 마음대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건국우유를 해지할 의사가 없었지만 대리점 측에서 배달이 불가한 지역이니 위약금을 물라고 강요했다”며 “위약금 대신 판촉물 비를 물어주려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외에도 누리꾼은 “1만 원도 안 돼 보이는 제품을 사은품이라고 노예계약 체결한 뒤 해약 시 위약금 내야 한다며 몇만 원으로 뻥튀기한다”며 “이글 보시는 분들은 길거리에서 엄청 좋은 사은품 준다는 말에 절대 넘어가지 말라”는 당부의 글까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 특수 거래과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가구 방문을 해 우유를 권유를 하는 것은 특수판매, 방문판매, 계속거래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건국우유’ 묵묵부답
건국우유의 판촉 행사를 통한 우유 판매는 매장 외 판매 형태인 ‘특수판매’로 구분할 수 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9항 및 제18조 제8항을 살펴보면 판매자 등에게 계약서를 받지 않은 경우 판매자 등의 주소를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14일 이내엔 철회가 가능하다. 또 판매자 등의 주소 변경 등의 사유로 기간 이내에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없는 경우 판매자 등의 주소를 안 날, 알 수 있었던 날부터 14일 철회할 수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이런 문제의 해결책은 법 체계상 사업자에게 문제를 강력하게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서울은 건국우유 측에 ‘계약서·위약금’ 관련 내용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연락 주겠다”는 말만 남긴 채 답변을 하지 않았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