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發 친박 인적 청산…'짜고 치는 고스톱?'
인명진發 친박 인적 청산…'짜고 치는 고스톱?'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7-01-06 20:04
  • 승인 2017.01.06 20:04
  • 호수 11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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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인명진에게 ‘뒤통수’ 맞은 사연 들여다보니…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비박계의 집단 탈당 직후 친박계에 의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인명진 목사가 거꾸로 친박 핵심에 총구를 겨누고 있다. 당초 정치권은 친박계가 인명진 목사를 추대하자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전 대표와 인명진 목사 사이 ‘밀약’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았다. 서 의원이 인 목사를 추대하는 조건으로 명예로운 퇴진을 내걸었고 인 목사가 이를 수락했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간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자 일각에서 ‘진짜 밀약’은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 목사와 비박계가 ‘보수 정권 재창출과 반기문 영입’을 골자로 한 ‘진짜 밀약’을 맺었고 이에 서 의원은 뒤통수를 맞게 됐다는 것. 인명진-비박계의 ‘진짜 밀약’과 서청원 의원이 뒤통수를 맞게 된 사연,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KY(김무성·유승민)-인명진-정우택 ‘짜고 치는 고스톱’
- ‘潘을 위한’ 대청소 들어간다지만… 정작 주인공은 ‘글쎄’

새누리당의 명운을 놓고 인명진 목사와 친박계 맏형이자 국회 최다선인 서청원 전 대표(8선)가 연일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 전 대표는 지난 5일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에서 “죽음(탈당)을 강요하는 성직자는 한국에 한 명뿐”이라며 “(국민이) 거짓말하는 정치인을 싫어해 성직자를 모셨더니 ‘할복’, ‘악성 종양’등 막말을 일삼고 있다. 우리가 잘못모셔 왔다”고 인 목사를 맹 비난 했다.

그러자 인 목사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새누리당이 정치를 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와 보니 교회더라. 서청원 집사님이 계신 교회”라고 반박했다. 특히 인 목사는 “우리 집사람이 ‘당신은 입이 헤픈 게 문제다. 웬만한 사람들에게 대통령감이다, 국회의장감이다 이렇게 덕담을 하면 (그 사람들은) 진담으로 착각해 나중에 안 되면 거짓말쟁이라고 하니 입 좀 다물고 있어라’라고 하더라”며 서 전 대표와의 밀약설을 일축했다.

친박 등에 업은 印,
‘맞짱’ 안 밀려

인 목사가 친박계 맏형이자 최다선 의원인 서 전 대표와의 ‘맞짱’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친박계는 서 의원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친박 중진 가운데 5선의 이주영, 4선의 홍문종·김정훈 의원도 인 목사에게 자신의 거취를 맡기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정우택 원내대표 역시 “그동안 친박계 맏형이나 좌장이라고 한 분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 당을 위해 용퇴를 해 달라”고 거들었다.

새누리당은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으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처지가 됐다. 야당과 탄핵안 통과에 뜻을 같이 했던 비박계는 새 둥지를 꾸리며 보수정권의 재창출을 외치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구원투수로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 과정에서 서청원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도 인명진 비대위원장 선임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인 목사는 취임 직후부터 ‘친박 축출’ 입장을 꾸준히 고수하고 있다. 그는 “악성 종양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서 전 대표에게 잔뜩 날을 세웠고 서 전 대표 역시 강하게 맞서며 두 사람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당초 정치권은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을 ‘정치적 쇼’로 바라봤다. 인적 청산이 불가피한 새누리당 친박계가 화장(化粧)용 비대위원장을 영입, 이미지 쇄신에 나섬과 동시에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으려 한다는 것.

그러나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이 모독적인 언사로 까지 이어지자 이 같은 주장은 점차 힘을 잃어갔다. 대신 서 전 대표가 인 목사를 연일 강한 어조로 비난하는 이유로 인명진 목사와의 ‘밀약’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실제로 인 목사와 서 전 대표는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는 관계로 알려져 있다. 지난 총선 기간 인 목사는 서 전 대표에 대해 “사람냄새 나는 정치인”이라며 치켜세웠고, 서 전 대표도 “인명진 목사는 소신 있는 보수”라며 칭찬했었다. 이 같은 두 사람의 친분에 근거해 정치권은 서 전 대표가 인 목사를 추대하는 조건으로 ‘명예로운 퇴진 약속’을 제안했고 인 목사가 이를 받아들이는 ‘밀약’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즉 서 전 대표 본인 스스로 시점을 정해서 탈당할 테니 명예로운 퇴진이 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기로 요청했고, 인 목사가 “알았다”고 답했다는 것. 최근 서 전 대표의 “인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그만두시고 대선 끝나면 제가 노력해서 여당 의장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다”는 발언으로 인해 ‘밀약설’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 듯했다.

인명진-비박계-정우택,
‘진짜 밀약’ 내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진짜 밀약’은 따로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인 목사가 비박계와 ‘보수 정권 재창출’을 골자로 한 ‘진짜 밀약’을 맺었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서 전 대표는 뒤통수를 맞게 됐다는 내용이다. 최근 인 목사와 개혁보수신당, 정우택 원내대표 등의 발언으로 인해 이 같은 ‘진짜 밀약’ 의혹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인 목사와 한배를 타기로 한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이 비상상황에도 누구보다 앞서 책임을 통감해야 할 분들이 아직도 기득권에 연연하거나 당원의 염원을 알지 못하고 결단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사실상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의원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을 21세기형 신 보수정당으로 바꿔내는 혁명적 혁신을 흔들림 없이 임하겠다”며 “인 위원장과 함께 당 첫째 과제인 인적 쇄신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두 번째로 정책 쇄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무엇보다 이날 정 원내대표의 “당의 쇄신을 돕기 위해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과 홍문종 의원이 살신성인의 용단을 내려주셨고, 저를 비롯한 당직자들도 인 위원장에게 거취를 일임했다”는 대목은 이 같은 ‘진짜 밀약’이 설득력을 얻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개혁보수신당이 시기 적절히 인 목사에 지원사격을 해주는 모습도 둘 사이 ‘진짜 밀약’이 있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개혁보수신당은 지난 5일 인 목사와 서청원 의원 간 인적청산을 둘러싼 갈등을 두고 “새누리당판 최순실 사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새누리당 소속 초·재선 의원을 향해 “개혁보수신당으로 넘어 오라”고 회유하기까지 했다.

이날 김영우 의원은 “국회의장 직을 놓고 두 사람 간 뒷거래, 은밀한 밀약이 있었다면 그것은 정말 온 국민을 크게 속이는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김 의원은 “최순실 사태가 왜 생겼느냐. 뒷거래하고 속이고 은폐하고 이런 것 때문에 비롯된 것 아니냐”며 “새누리당의 위장 개혁, 짝퉁 개혁을 보면서 새누리당판 최순실 사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게다가 인 목사가 지난달 25일 비박계의 탈당과 관련해 “보수당이 하나가 돼야지 분열해서 되겠냐. 결국 언젠가는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겠냐”며 “비박계가 엊그제까지 같은 식구들이었는데 새누리당이 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그런 절절한 마음으로 (탈당을) 했을 것”이라는 대목 역시 ‘진짜 밀약’이 있었음을 방증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정치권은 만약 인 목사가 ‘새누리당 청소 작업’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나가게 된다면 정우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겸직해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는 앞서 4·13 총선 참패 이후 전당대회 전까지 정진석 당시 원내대표가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를 ‘투 트랙’으로 운영하면서 비대위원장을 겸직해 당무와 전당대회 준비를 모두 맡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潘 우리당 협력 없으면
 대통령 될 수 없다”

한편 정치권은 이들의 ‘진짜 밀약’의 최종 목표는 반기문 전 총장 영입이라고 말한다. 인 목사를 비롯한 비박계와 정우택 원내대표, 범(凡)친박계가 공모해 반기문 전 사무총장 영입에 공을 들이면서 서 전 대표를 비롯한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에 탈당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인 목사는 지난 3일 개혁보수신당을 향해 “나갔다고 해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김무성 전 대표를 겨냥하면서도 반 전 총장에 대해 “우리당 협력 없으면 아무도 대통령 될 수 없다는 것 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인 목사는 전날 충청권 의원들과 면담하면서 반 전 총장에 대해 "훌륭한 분이지만, 검증도 받아야 한다"며 "당 쇄신에 성공하면 우리를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최근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을 축출하기 위한 ‘인적 쇄신’이 사실상 반 전 총장의 안착을 위한 환경 조성 차원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전직 여당 의원은 “친박 핵심이 제거된 새누리당과 신당이 손을 잡고 제3지대와 야권 일부가 참여한 ‘빅 텐트’에 반 전 총장이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 목사와 비박계의 최종 목표인 반 전 총장 영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귀국 이후 ‘제3지대’ 인사들과 두루 접촉할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반 전 총장 측과 정치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반 전 총장은 지난해 11월께부터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귀국 이후 회동하자는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전 의장이 개헌론자인 데다 계파 패권주의 배격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과 접점이 많기 때문이다. 정 전 의장 측은 “구체적인 일정이 잡힌 것은 없다”면서도 “만나기는 분명히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정 전 의장과 만난다면 ‘독대’보다는 다자 회동, 또는 연쇄 회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회동 대상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이나 개혁보수신당과는 당분간 거리를 둘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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