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문신구[14] 스크린 속 에로스를 만나다
영화감독 문신구[14] 스크린 속 에로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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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6-30 17:11
  • 승인 2009.06.30 17:11
  • 호수 792
  • 5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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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럭 척> 幸運을 가져다주는 男子

몇 일전, 청주지법 형사 11부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남편의 성관계 요구에 응하지 않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모(50)씨’를 살인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 했다. 성관계를 거부하며 “ 돈이나 벌어 와라. 아니면 잠이나 자라.”란 말에 화가 나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살인의 동기는 현상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본질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순간적으로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듣는다면 누구든 참기 어려운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가 다 죽이고 죽지는 않는다. 세상을 살다보면 그보다 더 억울하고 화가 나는 일은 부지기수고, 더군다나 남남인 남녀가 수십 년을 갖은 일 치루며 함께 살아야 하는 부부에게야 더 말 할 것도 없지 않는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혼전에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이치로 사람과 사람 간 좋은 인연을 맺게 하는 방법 중 하나로 궁합(宮合)이라는 것을 봤다. 10간(干) 12지(支)를 적용해 외면의 겉궁합과 내면의 속궁합을 두루 살펴 상호간에 최적의 합(合)을 위하고, 한 번 뿐인 인생을 최상의 인연을 만나 최고의 행복을 누리며 살기 위해, 궁합은 다가올 불행한 악연을 피해 최상의 인연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스티브 글렌의 단편을 바탕으로, 자신과 하룻밤을 지낸 여인들이 그 후 모두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난다는 지독한 저주에 걸린 남자의 파란만장한 저주 탈출기 ‘굿 럭 척(good luck chuck)’은, ‘미스터 브룩스’의 데인 쿡과 ‘판타스틱4’의 헐리우드 최고의 섹시스타 제시카 알바가 주인공 찰리와 그의 이상형 캠을 연기했으며, ‘엑스멘3’와 ‘러쉬 아워’ 시리즈의 편집을 담당했던 마크 헬프리히가 처음으로 연출한 로멘틱 코메디 영화다.

찰리 로간은 어릴 적 한 소녀와의 키스를 거부하고 그로 인해 소녀가 불어넣은 저주에 걸리게 된다. 25살 성인이 된 지금, 찰리는 성공한 의사가 되었지만, 그 저주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성형외과 의사인 죽마고우 스튜가 여자들을 계속해서 소개해 주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한 것이다.

어느 날, 이전 여자친구의 결혼식장에서 그는 자신에게 남아있는 저주를 깨닫게 되고, 자신과 잠자리를 했던 모든 여성들이 그 후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군다나 이미 여성들은 이 사실을 먼저 알고 있었고, 그를 ‘행운을 가져다주는 남자’로 여기며 이용했다는 사실까지도 알게 된다. 공허한 삶으로 나날을 보내던 찰리에게 어느 날, 자신의 이상형인 미모의 팽귄 전문가 캠을 만나게 된다. 한 눈에 천생연분임을 확신한 찰리는 그녀가 다음 남자를 만나기 전에 자신의 저주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가 미국 개봉 당시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천박한 화장실 코메디”나 “매우 지저분하고 불쾌한 하찮은 아마추어 영화”라 비판을 했지만, 개봉 첫 주 3일 동안 1365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2위에 랭크되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관점은 달랐다. “저런 남자 나도 한번 만났으면…”하며, 많은 여성들이 팔자 바꿔줄 ‘행운을 가져다주는 남자’를 한번쯤은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일생을 사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또 헤어지는 아픔의 인연들을 가지지만,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없다. 그래서 더더욱 진정한 짝이 그립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서방 죽일 년’이란 말이 있다. 결혼을 여러 번 했지만 매번 멀쩡하던(아닐 수도 있지만) 남편이 죽게 되자, 그 아내에게 붙여진 주홍글씨이다. 비록 그 여자가 남편을 죽이진 않았지만, 죽게 한 장본인이 되어 손가락질 받으며 억울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재수 없는 여자’라는 비속어도 있다. 백가(無毛症)여자와 관계를 가지면 3년 재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은 사실과 달라, 왜정 때 일본 놈들이 최상의 섹스 파트너를 자기들만의 전유물로 삼고저 거짓 소문을 냈던 거라 한다.

어쨌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그 이면에 분명 뭔가가 있고, 그 알 수 없는 ‘뭔가’라는 저주 때문에 늘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그렇게 매번 남의 여자들에게만 좋은 일을 시켜주던 찰리는, 그로 인해 사랑하는 여자 캠마저도 떠나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와의 잠자리를 힘들게, 어렵게, 인내심을 가지고, 정신을 다잡아가며 결사적으로 피한다. 하지만 친구의 거짓말로 결국 캠과 관계를 가진 찰리는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해보지만 번번이 역효과만 나게 된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떠나보내자!”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찰리는 마침내 힘든 결단을 내리게 되고, 그 힘든 결단으로 찰리는 불행했던 저주가 풀리고, 아리따운 여자 캠과 사랑도 이루게 된다.

궁합은 남녀관계를 떠나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개인적 관계, 그리고 회사생활, 거래처와 동업자의 관계 등을 적용하는 ‘납음오행궁합’이 있고, 또 좋은 시간, 좋은 날을 잡는 법과 겉궁합에 속궁합, 찰떡궁합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우리의 삶에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는 아니다. 살(煞)은 내가 살(煞)로 인정 할 때 그 효력이 생긴다. 운명에 좌절하지 말고 운명을 바꾸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생각을 바꾸면 환경도 바뀐다. 금방이라도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은 내가 그렇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 변강쇠도 못되는 그대여! 돌아눕는 아내를 탓하지 마라. 그녀가 옹녀가 아닌 것에 감사해라. 남자구실 제대로 못해 구박 받는 비참함 보단 낫지 않나! 내 생각을 내려놓아라. 그래야 당신의 저주도 풀리고, ‘돌아눕는 아내’가 아닌 ‘행운을 가져다주는 아내’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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