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문신구 스크린 속 에로스 만나다-13
영화감독 문신구 스크린 속 에로스 만나다-13
  •  기자
  • 입력 2009-06-23 16:46
  • 승인 2009.06.23 16:46
  • 호수 791
  • 5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X-등급영화 <칼리귤라> 적나라한 섹스, 그 끝없는 욕망을 담다

욕망에는 끝이 없다. 인간의 욕망은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끝없이 욕망을 채우려는 성향을 보이는 행동은 인간만이 타고난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다. 특히나 인간의 성적욕망은 모든 걸 초월한다. 대표적인 인물로 로마제국의 폭군 ‘칼리귤라’가 그랬고, 중국의 ‘주왕(紂王)’이 그랬고, ‘연산군’이 그랬다.

41년의 통치기간을 통해 로마를 평화 시대로 이끈 아우구스투스는 말년에 후계자 문제로 고민하다가 자신의 아내 리비아의 전 남편 아들인 ‘티베리우스(Tiberius Claudius Nero)’를 양자로 삼아 제2대 황제의 자리를 물려줬다. 이후 음모가 난립하는 궁정을 떠나 카프리 섬에 은둔하면서 공포정치를 단행하던 티베리우스가 AD 37년에 죽자, 티베리우스의 조카로 독살 당한 게르마니쿠스와 아그리피나 사이에서 난 막내아들 칼리귤라가 로마 제3대 황제 자리에 오르게 된다. 타고난 잔혹한 성품을 지닌 칼리귤라는 3명의 누이동생과도 근친상간을 벌이기도 하면서 갖은 폭정을 일삼다 황제 즉위 5년도 되지 않아 자신의 근위대에 의해 살해당했다.

또 중국 고대 왕조 은(殷)나라 마지막 왕이었던 주왕(紂王)은 은나라를 폐하게 한 요부(妖婦)이자 독부(毒婦)인 그의 비(妃)와 달비와 함께 백성들을 폭압하여 거둬들인 재물로 사구(砂丘)에 궁궐과 연못 등의 향락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술로 못을 가득 채워 향기가 사방을 진동케 하고, 온갖 종류의 고기를 매달아 숲을 이루게 한 다음, 참석한 모든 남녀들을 발가벗게 하고 밤을 새워 색욕을 즐기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쾌락에 빠져 살았다. 그러나 주왕은 스스로 궁궐에 불을 질러 자살을 했다.

그리고 장록수와 더불어 채청사(採靑使)·채홍사(採紅使)를 전국에 파견해 미녀와 좋은 말을 징발하고, 장악원(掌樂院)을 두어 기녀(妓女)를 양성한데다가 성균관을 유흥장으로 만들어 사대부의 여인들과 관계를 갖는 등 음행을 일삼다 중종반정(中宗反正)으로 폐위된 조선왕조의 대표적인 폭군 연산군 또한 다를 바 없다.

1979년 이탈리아와 미국의 합작으로 펜트하우스가 제작에 참여한 틴토 브라스 감독의 ‘칼리귤라’는 영화사의 사료가 될 만큼 여러모로 유명세를 탄 작품이다. 세계적인 에로잡지의 명문(?) 펜트하우스가 엄청난 거액을 투자해 맘먹고 제작에 참여하고, 에로계의 거성 틴토 브라스감독이 말콤 멕도웰을 비롯해 피터 오톨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동원해 연출을 했지만 영화는 X등급으로 상영금지 처분을 받아 화제가 됐다.

AD37년, 로마 황제 티베릴우스(피터 오톨 분)의 입양아인 칼리귤라(말콤 멕도웰 분)는 황제가 자기보다 친손자인 제멜리스(브루노 브라이브 분)를 더 귀여워하자, 자신이 왕위에 오르지 못하면 죽음을 당할 것을 알고는 꼭 살아남아 황제가 될 것을 다짐한다.

어느 날, 황제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침대에 누워만 있는 신세가 되자, 칼리귤라는 메크로와 함께 누워있는 그를 베개로 눌러 죽이고 황제의 상징인 반지를 빼내 25살 젊은 나이에 로마의 황제로 즉위하게 된다. 그는 점점 주위 사람들을 의심하여 충복인 메크로까지 죽이고, 여동생 드루실라(테레사 안 사보이 분)와 동거를 하며 칼리귤라의 폭정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동생이자 정부인 사랑하는 드루실라가 열병으로 죽자 급기야는 황실 안에 거대한 매음굴을 만들고, 결국 자신의 근위대에 의해 살해된다.

근친상간에, 동성애에, SM, 그룹섹스 등 적나라한 섹스장면의 파격적인 묘사는 여느 포르노 영화 수위를 상외하고, 출중한 배우들의 혼 들린 연기하며 섬세하고 완벽한 감독의 연출은 분명 영화사에 남을 명작대열에 속하는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칼리귤라를 연기한 말콤 멕도웰의 소름끼치는 명연기다.

글 쓰는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는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을 때면 곧바로 누구하고든지 섹스를 해야 한다고, 그래야 안정이 되고 다시 글을 쓸 수가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사람의 심리는 어느 한 곳에 집중을 하다보면 순간 상대적으로 다른 것들은 잊혀지게 마련이다. 은나라 주왕이 그랬을 것이고, 연산이 그랬을 것이고, 칼리귤라가 그랬을 것이다. 인륜을 벗어난 폐륜과 폭정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동반하고, 주지육림 속 현실도피의 염색행각은 날이 갈수록 그 도를 더해갔을 것이고, 그럼에도 가시지 않는 두려움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욕정으로 그 끝은 파멸일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집착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울 뿐 아니라, 왜곡된 시야로 인해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볼 수 있는 판단력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

고려 승려 ‘신돈’은 계속되는 염색행각에 양기가 쇠약해질까 두려워 백마의 음경을 잘라 먹고, 지렁이를 회쳐먹었다고 한다. 교접하는 백마의 발기된 음경이 해결책이 아니라 무절제한 염색행각이 문제라는 인식을 먼저 가져야 할 것이다. 열 여자를 거처 백 여자를 가져도, 3썸, SM, 그룹이나 스와핑, 또 근친, 수간을 하고 동성 간의 행위를 한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약물에 면역이 되듯 점점 더한 자극만 요구될 뿐이다.

경제가 불안하면 불륜이 늘고 매춘을 하는 여성의 수가 늘어난다 한다. 요즘 인터넷을 달구는 남성들 간의 은밀한 핫뉴스가 있다. 장차 ‘칼리귤라’의 뒤를 이을 철없는 남성들이 온 인터넷을 찾아 헤매는 것은 바로 여자들의 옷 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투시안경’이란 것이다.

보이는 것, 볼 수 있는 것만 봐라! 이미 가짜로 판명이 났고 당국의 수사망을 피해 사라지고 없는데도, 아직도 틈만 나면 눈을 피해 ‘투시안경’을 찾아 헤매고 있다면, 당신은 조심해야 한다. ‘칼리귤라 인자’를 키우지 마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