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 주인공…캐스팅은 '운이 아닌 실력'
'여고괴담' 주인공…캐스팅은 '운이 아닌 실력'
  • 천금주 기자
  • 입력 2009-06-19 08:38
  • 승인 2009.06.19 0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뉴시스】

오연서(22), 손은서(23), 유신애(21), 장경아(22), 송민정(22). 여배우들의 등용문 ‘여고괴담’의 주인공들이다. 자그마치 5545대 1의 역대 최고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이들은 여느 오디션처럼 찰나의 순간에 자신을 어필해서 낙점되지 않았다. 총 3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선택됐다. ‘여고괴담’ 출신인 박예진(28)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했고 1박2일간 합숙오디션을 거치기도 했다.



오디션은 극기 훈련과도 같았다. 6시간이라는 장시간동안 쉬지 않고 연기를 해야 했다. 24시간 돌아가는 카메라에서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오디션에서 하나도 숨기지 않고 보여줬다. 나 자신에 대해 구석구석까지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유신애)
잠깐 사이 자신의 끼를 펼쳤다면 운이 따를 수 있겠지만 장시간 동안 진행된 만큼 ‘운이 아닌 실력’을 입증한 셈이다.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경력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 오연서는 데뷔 8년째다. KBS2 TV 일일드라마 ‘돌아온 뚝배기’ 등에 출연했다. ‘여고괴담’을 만나기까지 100번이 넘는 오디션을 봤다고 했다.
송민정은 MBC TV 아침드라마 ‘흔들리지마’, 손은서는 ‘시선 1318’이라는 인권영화 출연 경험이 있다. 유신애는 아역배우 출신으로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고사’가 최근 작이다.
장경아 만이 ‘생짜’ 신인이다. 무용을 전공한 장경아는 “경력이 없어 연기를 하는데 더 이득이 된 것 같다”며 “극중 ‘언주’라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데 오히려 좋았다”고 밝혔다.
‘여고괴담’에 발탁된 이들은 각자의 역할에 대한 스터디를 충분히 해냈다. ‘극중 유진의 행동이 고등학생치고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오연서는 “거짓말을 하다보면 점점 커져서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처럼 유진이라는 인물은 자기 것을 뺏기지 않으려고 한 행동이 극에 치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진이라는 캐릭터는 자신에 대한 맹신이 다소 심해 폭력성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진이 소희(손은서)를 해치려고 한 것도 남자에 연연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것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유진은 남자나 친구 모두 도구로 삼는 인물이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거침없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순수하다 할 수 있다.”
손은서도 “소희라는 인물은 언주와 중학교 시절부터 단짝이었다. 그러나 반이 바뀌면서 유진이나 은영의 무리에 섞이기 위해 자연스레 언주랑 멀어지게 된다”며 “유진과 은영이는 언주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으면서도 멀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나중에는 언주가 계속 찾아오는 게 집착처럼 느껴져 화를 내기도하고 냉정하게도 대하기도 한다.”
장경아는 극중 절친한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말에 ‘같이 죽자’고 나선다. “처음 대본을 보고 감독님에게 언주가 자살할 만한 동기가 부족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감독은 친구 소희 말고는 동기가 없기 때문에 순수한 것이라고 설명해 줬다.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동기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장경아는 “학창시절에는 가족보다 친구가 중요할 때가 있다. 친구들에게 소외되면 부모님이 아무리 달래도 밥도 못 먹고 잠도 못자고 괴롭다”며 “이는 순수함에서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주라는 인물은 착한아이가 아니다. 그저 못난 아이, 소심하고 자기를 돌볼 줄 모르는 아이로 그려져 있다.”
유신애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언주의 동생 ‘정언’으로 나온다. “사건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가족보다는 함께 학교생활을 하는 동생이 언니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게된다. 처음 소희라는 인물에 정언이는 분노를 느꼈겠지만 옥상에서 정언이가 떨어질 뻔 한 것을 소희가 구해주는 순간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괴로운 아이 ‘은영’은 송민정이 맡았다. “은영이는 집에 의지할 곳이 없는 인물이다. 리더십이 있는 유진이가 그런 은영이를 받아주고 이해해주니까 친구로 느끼며 의지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은영이는 아버지로 인해 어른을 기피한다. 처음 정언이가 자살을 한 뒤 학교 선생님들과 면담하는 장면에서도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자신의 역할 분석이 철저한 이들은 극중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경쟁은 단순히 자신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 영화 자체가 주목받을 수 있는 조화로운 경쟁이다.
영화는 동반자살이란 소재로 기획됐다. 죽을 때도 함께 하자는 피의 우정을 맹세한 친구들 중 한 명이 먼저 자살한 후 남겨진 친구들에게 찾아오는 의문의 죽음과 공포를 그렸다.

천금주 기자 juju79@newsi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