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의 대가 <실종> 김성홍 감독 인터뷰
스릴러의 대가 <실종> 김성홍 감독 인터뷰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5-26 17:18
  • 승인 2009.05.26 17:18
  • 호수 787
  • 6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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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폭발력 지닌 영화 만들고 싶다”
photolbh@dailysun.co.kr

7년만의 공백을 깨고 영화〈실종〉으로 돌아온 감독이 있다. 바로 스릴러의 대가라는 타이틀 갖고 있는 김성홍 감독이다. 정작 김 감독은 ‘스릴러의 대가’라는 말이 무척 어색하다고 한다. 자신의 성향은 다소 생소한 공포 코미디물이라는 것.

이와 관련〈일요서울〉은 김 감독을 직접 만나 영화판에 뛰어든 얘기와 논란이 됐던 실종의 마지막 장면, 그리고 차기작에 대해 들어봤다.

신사동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 감독은 왜소한 체격이지만 살아있는 눈빛으로 상대를 압도하기 충분했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주 하지 않는 편이라서 다소 어색하다는 그는 영화얘기를 할 때는 진지하면서 거침없는 언변을 구사했다.


7년 만에 영화〈실종〉으로 돌아온 그는 현재 차기작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시나리오 작업 중인 이 영화의 내용은 B급 저예산 영화를 찍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칫 지루하고 독립영화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김 감독은 “차기작은 내가 예전에 찍었던〈신장개업〉과 같은 공포 코미디물이다. 무척 평이 좋았고 매니아층도 확보한 신장개업이 흥행에는 성공을 하지 못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며 “차기작의 가제는〈명작탄생〉이다. B급 저예산 영화가 우여곡절 끝에 명작으로 탄생하는 과정에서 공포와 코미디를 가미했다. 아마〈명작탄생〉이 개봉되면 영화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또한 관객들은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빵빵 터지는 웃음코드에 매료될 것”이라며 차기작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스릴러 영화를 주로 다뤘다.〈손톱〉,〈올가미〉,〈세이예스〉,〈실종〉등 국내에 척박한 장르인 스릴러 영화를 만드는데 매진했다.

그러나 ‘김성홍’이란 이름을 알리게 된 영화는 사뭇 그의 이미지와 다른 영화였다.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김 감독은 80년대 말 청춘멜로영화인〈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 이후 절친한 강우석 감독과 함께 한국영화의 획을 긋는〈투캅스〉시리즈의 시나리오를 통해 대박을 치게 된다.

그의 첫 시나리오 작가 데뷔작은 강우석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1988년작〈달콤한 신부들〉이었다.

김 감독은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판에 뛰어들면서 만나게 된 사람이 강 감독이다. 당시엔 연출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조감독을 거쳐야만 감독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난 이런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써서 감독이 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엔 코미디물을 3류 영화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데뷔작을 함께하기로 한 강 감독도 코미디물에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런 강 감독을 설득한 것이 바로 김 감독이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강 감독과 함께 작업을 하는데 코미디물은 싫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한국영화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며 강 감독을 설득했다. 그래서 결국 코미디물로 결정하고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강 감독은 연출을 맡아 데뷔를 함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한국영화 흐름에서 한발 앞서나가는 감독이었다. 특히 자신이 국내영화계에서는 쳐다보지도 않는 스릴러를 선택하자 주변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스릴러는 미국 할리우드에서나 다루는 영화장르였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영화계에서는 발을 들여놓지 않았던 장르다. 그러나 김 감독은 과감하게 스릴러에 뛰어들었다.

김 감독은 “내 스타일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게 스릴러였다. 또한 스릴러는 가장 영화적인 장르다. 감독의 연출력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하지만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 감독의 연출력이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연출력이 떨어지면 관객들이 몰입하지 않는다”며 스릴러에 몰두한 이유를 설명했다.

첫 스릴러 장르 영화였던〈손톱〉은 평가와 반응만큼 대박이 나지는 않았다. 관객들에게 국내 스릴러 영화는 아직 생소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만둘 김 감독이 아니었다.〈손톱〉다음 작품인〈올가미〉또한 고부갈등을 모티브로 한 스릴러였다.

이런 고집스러움은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최근 개봉했던〈실종〉역시 그 중 하나다.〈실종〉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은 살인자를 향해 총을 쏜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살인자를 똑같은 방법으로 분쇄기에 갈아버린다. 이를 본 관객들은 무척 당황스럽고 역겹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마지막 장면은 무척 고민을 했다. 물론 죽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영화다. 내 영화의 주인공은 분노를 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한 것일 뿐이다. 죽이거나 살리는 것 등 여러 방법들이 있었는데 난 단지 살인자를 죽이는 것으로 영화의 결말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실종〉이 관객들에게 역겹고 드럽다는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나는 철저하게 피해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풀어갔다. 생각해 보라.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면서 무서운 살인자가 되는데 얼마나 고통스럽고 공포스럽겠나. 관객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내가 표현하고자 한 것이 잘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살인은 절대 아름답거나 감성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한국영화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특히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서 대형 투자자들의 횡포가 한국영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소위 대형 재벌 투자자들은 영화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캐스팅에서도 자신들 마음대로 좌지우지 한다. 이는 말도 안돼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는 따로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영화의 발전은 더욱 더딜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감독의 꿈은 작지만 폭발력이 강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영화 작업도 모두 이런 영화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나는 매일 꿈꾸고 있는 것이 있다. 쏘우나 메멘토 같은 아이디어가 빛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런 영화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충실히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폭발력이 강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김 감독은 자신의 영화는 절대 시나리오를 자신이 쓰지 않는다. 차기작〈명작탄생〉역시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신장개업〉의 아쉬움을 차기작〈명작탄생〉으로 얼마나 달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상준 기자 ] sky0705in@dailsun.co.kr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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