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상실, 소재 빈곤 현상 ‘심각’

방송가는 소재 빈곤에 몸살을 앓고 있다. 패션 에디터를 소재로 다룬 드라마 ‘스타일’과 ‘매거진 알로’가 표절 공방을 벌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기획된 두 편의 드라마는 뉴욕의 패션가를 담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소재를 차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기 드라마를 제작하는 제작사끼리 서로 자신들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공방을 벌여 눈총을 받고 있다. 결국 이들 작품의 표절 공방은 법정으로까지 가게 됐다. 방송가에서 끊이지 않는 표절시비를 알아봤다.
드라마 ‘매거진 알로’와 ‘스타일’의 표절 시비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지난 21일 ‘매거진 알로’를 제작하는 에이스토리와 모피어스는 SBS TV 드라마 ‘스타일’의 제작사 예인문화를 고소했다.
드라마‘매거진 알로’의 제작 관계자는 “우리는 드라마 ‘스타일’의 원작인 동명 소설의 저작권을 침해한 바 없다.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저작권 전문가의 법률적 의견도 제출받았다”며 “드라마 ‘스타일’의 제작사인 예인문화를 상대로 저작권침해,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률적 조치를 취했다. 오히려 드라마 ‘스타일’이 원작 소설에서 벗어나 ‘매거진 알로’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소설 ‘스타일’의 주인공인 ‘이서정’은 8년차 기자이지만, 드라마 ‘스타일’의 이서정은 실수를 연발하는 어리바리한 캐릭터다. ‘매거진 알로’의 주인공인 ‘홍재인’과 흡사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원작에서는 피처팀 에디터이나, 드라마에서는 패션팀의 에디터이다. 이는 ‘매거진 알로’와 같은 설정이라는 지적이다.
제작사는 “‘매거진 알로’의 기획과 극본도 시기적으로 ‘스타일’에 앞섰다”면서 “지난 2008년 ‘매거진 알로’의 작가가 패션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를 제안했고 그 해 KBS, MBC, SBS에 편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제작사는 또 “당시 드라마 ‘스타일’의 시놉시스나 대본은 완성되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매거진 알로’의 초고 4부까지의 대본이 SBS를 비롯해 출연의사를 밝힌 배우와 매니지먼트 회사들에게 주면서 알려졌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이에 대한 ‘스타일’ 제작사 예인문화는 법적 조치에 대응하지 않고, 예정된 촬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타일'의 제작사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매거진 알로’쪽이 저작권 침해나 업무방해 등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신경쓰지 않고 예정된 촬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표절 논란으로 열흘 이상 일정이 늦춰졌다. 이 때문에 출연배우 캐스팅과 촬영장소 섭외에 문제가 생겼는데 이를 다시 복구하는 중"이라며 “다행히 KBS의 결단(‘매거진 알로’ 편성 보류)으로 인해 다음달 초 곧바로 첫 촬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스타일'은 백영옥 작가의 동명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패션지 기자들을 통해 패션계 사람들의 화려한 삶을 그린다.
KBS 2TV는 ‘매거진 알로’를 6월에 방송하려다 잡음이 일면서 편성을 보류한 상태다. SBS TV는 ‘스타일’을 7월에 내보낸다.
두 작품의 표절 논란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법원이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는 저작권법을 따져야 하는 법원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 방송가에선 표절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표절은 해묵은 논란거리다. 그런데도 표절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표절 여부 판정자체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 표절 여부 판정 힘들어
지난 2007년 3월 문화관광체육부가 제시한 표절 판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사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플롯, 사건의 전개과정, 작품의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비교해야하며 구체적인 플롯의 유사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통속극의 경우 스토리텔링과 등장인물이 비슷하다. 하지만 구체적 구성의 유사성을 증명해 표절로 결론을 내려지기까진 난관이 많다. 비슷한 내용의 작품이라 해도 표절로 단정 짓기가 힘들다. 그렇다보니 표절논란은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종화 씨는 “표절이 대중문화를 죽이고 있다”면서 “표절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다시 또 기각되는 현상은 심각하다. 이 때문에 창의성이 결여된 영화나 드라마들이 연이어 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명확한 표절 기준이 정해져야 하며, 저작권에 대한 의식이 강화해야만 무분별한 표절은 사라질 것이다. 또한 표절 여부를 전문적으로 심사할 공정한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나단 프리랜서 기자 cjo4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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