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곽재용·가수 이소라의 당찬 제안
영화감독 곽재용·가수 이소라의 당찬 제안
  • 박태정 기자
  • 입력 2009-05-20 14:34
  • 승인 2009.05.20 14:34
  • 호수 786
  • 6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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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마음에 안들면 관람료 환불하겠다”

대중문화예술계가 관객에 반란을 일으켰다. 영화‘싸이보그’를 연출한 영화감독 곽재용과 가수 이소라가 관객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관람료 전액을 환불하겠다고 공약한 것. 영화업계에서나 음반업계에선 대중문화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강한 프라이버시를 주장한 것이라며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영화나 음악은 보거나 듣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 만큼 지나친 자신감이라며, 일종의 ‘관객모독’이라는 반응이다. 이유야 어찌됐던지 환불약속에 나선 이들의 주장에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영화 ‘싸이보그 그녀’가 관객들에게 환불을 약속했다. 기대 이하라면 관람료 전액을 돌려주겠다는 곽재용(40) 감독의 파격 선언이다.


곽재용 감독 “‘싸이보그 그녀’ 재미없다면 환불” 약속

곽 감독의 주장 배경은 극장업계의 고질적인 유통구조 때문. 90년 이후 대기업이 영화업계에 들어오면서 극장도 멀티복합관 형태로 바뀌었다. 한 극장에서 여러 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외국영화, 이른바 블록버스터 영화로 쏠리는 현상을 심화시켰다. 이른바 스크린독과점 현상을 불러 일으켰다.

14일 개봉된 곽 감독이 연출한 ‘싸이보그 그녀’도 107개 개봉관에서 개봉된다. 그나마 조조 아니면 교차 상영으로 하루 2∼3차례만 파행 상영되고 있어 심각하다. 제작비 약 100억원을 들여 만든 한·일 합작영화란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열악한 개봉 환경이다.

곽 감독은 “‘싸이보그 그녀’가 스크린 독과점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극장을 소유한 대기업이 투자, 수입한 영화들에게만 스크린을 내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곽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한국영화를 만들 수 있겠느냐.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조차 마련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개봉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관객이 기대 이하의 영화라고 하면 사비를 털어서라도 환불해 주겠다”고 말했다.

15일에는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의견 광고도 냈다. “영화관람 후 작품평이 기대치 이하라고 판단하신 분들은 작품평과 함께 상영관 티켓을 아래 주소로 보내주시면 곽재용 감독이 관람료 전액을 환불해 드립니다.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43-6 아진빌라트 201호 영화공간 앞”(137-030)

이 같은 광고가 나온 뒤 대중문화평론가 정종화 씨는 “영화업계에 고질적 병폐인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극장을 소유한 대기업 투자, 제작, 수입 영화에게만 스크린을 내주고 있다. 독립영화나 일반 제작자가 제작한 영화에도 동등한 상영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가수 이소라, 콘서트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

가수 이소라도 자신의 콘서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전액 환불 해줄 것을 약속했다.

지난 8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약 400명의 관객이 입장한 가운데 ‘두번째 봄’ 공연을 가졌다.

이소라는 특유의 음색과 가창력으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를 시작으로 7집 11번 트랙 ‘우주의 씨앗’, 그리고 앙코르 곡 ‘바람이 분다’까지 약 20곡을 불렀다.

그런데 이소라는 공연을 마친 뒤 “오늘 내 노래가 마음에 안든다”면서 관객 전원에게 입장권을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이소라의 환불 약속에 관객들이 오히려 당황했다. 관객들은 공연이 감동적이었다면서 환불 약속을 취소하길 바랬다. 하지만 이소라는 이유를 밝히지 않은채 “환불하겠다”고 무대를 내려갔다는 후문이다. 그 동안 일부 가수들이 감기나 성대 결절로 인해 공연을 잘 소화하지 못한 경우, 다음 공연에 무료 초대하거나 할인혜택을 줘 왔다.

이번 콘서트는 이소라가 2년만에 벌이는 소극장 공연이다. 그녀는 소극장 공연을 위해 1년째 진행하던 MBC FM‘이소라의 오후의 발견’에서 자진 하차하는 등 콘서트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관객 A씨는 “공연은 훌륭했다. 관객은 감동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부르는 당사자인 그녀 스스로가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관람료 환불을 약속했다. 대단한 프로정신이다. 그녀의 환불 약속은 관객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노래에 대한 그녀의 애정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 B씨는 “관객모독이다. 공연을 보기 위해 시간을 투자했다. 무대는 시공에 따라, 가수의 감정에 따라 감동이 달라진다. 그날 본 공연은 감동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환불을 약속했다. 자기의 음악적 만족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녀의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관객에 대한 모독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소라가 이런 결정을 왜 내렸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관객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했다면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박태정 기자] tjp79@dailysun.co.kr

박태정 기자 tjp7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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