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회 부활인가? 모함인가?
알자회 부활인가? 모함인가?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6-12-30 23:53
  • 승인 2016.12.30 23:53
  • 호수 1183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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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부도 비선 손길, 요직 차지한 알자회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군 내부 사조직 망령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 군 최고 실세 사조직은 ‘하나회’였다. 1963년 결성된 하나회는 12.12 군사반란, 5.17 쿠데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과정에 참가하는 등 우리나라 정치·사회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나회는 1993년 김영삼 정부 들어 해체됐다. 군인이 권력을 갖고 정치에 참여하려 하다보니 각종 갈등과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군 내부에서 사조직 결성은 금기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았을 뿐 지금도 군 내부에는 다양한 사조직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새로운 사조직 ‘알자회’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일요서울]에서는 알자회를 둘러싼 다양한 의혹을 살펴봤다. 

우병우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다”
하나회 잇는 거대 사조직? 친목모임?

최근 ‘알자회’ 이름이 등장한 것은 지난 12월 22일 있었던 최순실 국정조사 5차 청문회장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에게 알자회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알자회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청문회 직후 ‘알자회’라는 검색어가 포털에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언론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박범계 의원은 청문회서
세계일보는 보고서 공개

청문회 당시 박범계 의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알자회 멤버들의 진급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우 전 수석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추명호 국정원 6국장(육사 41기), 조현천 기무사령관(육사 38기)을 통해 육군참모총장이 알자회 멤버들을 장군으로 진급시키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박 의원은 제보자의 녹취록도 공개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알자회에 대해) 이런저런 보고서를 보다가 알게 됐다”며 “(알자회로) 거론된 군인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의 의혹 제기 이후 세계일보에서는 ‘최순실 비선을 활용한 군 인사 개입 관련 의혹 보고’라는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군 내부 비선의 흐름도, 알자회 세력화 동향 등의 내용이 담긴 보고서다.

해체된 줄 알았는데…
국방장관 재등장 배경 의심

알자회는 1976년 육사 34기 10여 명이 모여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육사 43기까지 약 10개 기수 12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1992년 육군대학에서 교육받던 알자회 소속 육사 38기 소령 동기생들이 다투는 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알자회 실체가 세상에 알려졌다. 

결국 알자회는 이 일로 해체 수순을 밟았다. 당시 김진영 육군총장의 지시로 알자회 소속 장교들은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육사 34기부터 41기까지 모두 1차 진급에서 탈락했고 보직도 조정됐다. 보직 조정과 함께 근무지도 뿔뿔이 흩어지도록 했다. 

하지만 사라진 줄 알았던 알자회가 24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한민구 국방장관 조차 ‘유명무실해진 조직’으로 알고 있던 군 사조직이 다시 등장하자 다양한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최순실과 우 전 수석의 연관설이 사실일 경우 ‘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한 국정 농단을 넘어 국방 위기론까지 번질 기세다. 

조기 대선론이 고개 들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위기는 또 다른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민구 국방장관은 “25년 전에 조치를 취해 유명무실해진 것을 최근 국내 상황이 혼란기라는 데 주목해 다시 부각시키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서 “몇몇 장군급 장교들이 이런 제보를 모 측에 하고, 그런 데서 문건이 만들어지는 것인데, 우리 장병들에게 정신적으로 못할 짓을 하는 것”이라며 알자회 재등장 배경을 의심했다. 

주요 멤버들
군 요직에 앉아 있어

국방부와 한민구 국장방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알자회의 군 내부 세력화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알자회 출신으로 알려진 군인들 대다수가 군 요직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육사 38기)이다. 이 밖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임호영 대장(육사 38기), 항장사령관 장경석 중장(육사 39기), 특전사령관 조종설 중장(육사 41기),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장경수 소장(육사 41기), 12사단장 성일 소장(43기), 전투지휘훈련 단장 송지호 준장(육사 43기) 등도 알자회 멤버로 알려져 있다.

최순실-추명호-우병우
군 인사 좌지우지?

공개된 ‘최순실 비선을 활용한 군 인사 개입 관련 의혹 보고’ 문건을 살펴보면 앞선 알자회 멤버들 동향 외에 선후배 사이 자리 대물림 정황도 기록돼 있다. 국방부 정책기획관, 특전사령관, 12사단장 전 현직 담당자들이 그들이다.  

보고서에는 2014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군인사 대상자 검증보고 당시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을 ‘알자회 골수인물’로 본다고 적혀 있다. 실제 조현천 사령관 취임 후 알자회 멤버들의 요직 진출이 활발해졌다. 군 내부 분위기상 알자회 멤버라면 검증 대상이어야 했지만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로 조현천 사령관 성향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했다고도 기록돼 있다.

조현천 사령관 임명 과정에 대한 얘기도 기록돼 있다. 2014년 청와대 문건유출 파문 전후 박지만 씨 육사 동기들이 대다수 경질되거나 좌천되자 국정원 추명호 국장이 최순실 라인을 통해 조 사령관을 천거했다는 얘기다.

추 국장 역시 알자회 멤버로 육사 41기 출신이다. 추 국장이 최순실과 알게 된 연결고리는 그의 누나로 최 씨와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졌다.  

조현천 장군이 기무사령관으로 내정된 이후 군 내 인사 정보가 추 국장에게 넘어갔고 추 국장은 우병우 전 수석과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제공하면서 인사에 개입했다는 내용도 기록돼 있다. 우 전 수석은 청문회에서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부정했다.

한편 한민구 국방장관은 “조현천 사령관은 제가 추천했다. 국군사이버사령부가 굉장히 어려울 때 조현천 사령관이 그곳을 정리하는 역량을 보고 제가 추천해서 된 것”이라며 최순실 씨와 우전 수석과의 의혹을 일축했다. 

하나회처럼 선배가 
후배 밀어주며 성장

국방부와 한민구 국방장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알자회에 대한 의혹이 지속되는 이유는 ‘하나회’의 망령 때문이다. 하나회는 군부정권을 거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전력이 있다. 태생 자체가 다른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탓도 있지만 권력의 단맛을 쉽게 버릴 수 없었던 집단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주도로 만들어졌던 하나회는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육사 8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육사 8기로는 김종필, 김형욱 등이 있었다. 하나회는 1963년 육사 8기를 몰아내기 위해 ‘7.6 친위 쿠데타’를 기획했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시 하나회를 숙청하지 않았다. 

이후 하나회 멤버들은 군 요직을 차지했고 승진이나 인사 이동에는 선배가 후배를 추천해 주는 식으로 계속해서 권력을 유지해 왔다. 당시 하나회 가입을 하기 위해 서약 절차를 거쳤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내용은 3가지로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회의 선후배와 동료들에 의해 합의된 명령을 복종한다. 둘째, 하나회원 상호 간에 경쟁하지 않는다. 셋째, 이상의 서약을 위반할 시 ‘인격말살’을 감수한다. 절대 복종을 강제한 이 서약은 이후 하나회 멤버들 간 끈끈한 결속력의 바탕이 됐다.

알자회는 하나회가 본격적인 세를 과시하던 1976년에 만들어졌다. ‘알자회’라는 이름도 ‘서로 알고 지내자’는 순수한 의미로 만들어졌다. 선배가 후배들에게 회원 가입을 권유하는 식으로 회원을 모집했고 1992년도에는 회원 수가 150여명에 이를 정도였다. 

처음에는 회원들의 경조사를 챙기며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1986년 4학년 알자회 멤버 생도들이 3학년 후배 생도들을 가입시키는 과정에서 문제가 돼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알자회의 존재를 알게 된 육군본부와 보안사령부는 이 모임을 친목모임으로 파악했다.

알자회 의혹 제기 
배경도 의심

알자회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지 여부에 따라 그 파장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 사조직 경쟁을 통해 충성심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 힘을 통해 국가를 장악해 국정을 운영했다. 

공개된 보고서를 살펴보면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2015년 추석 직전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하고 격려금도 받았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당시 조현천 사령관이 대통령을 독대할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독대 과정도 최순실과 우병우 전 수석이 관여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각종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수사기관을 통해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 

알자회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은 아직까지 수사기관의 수사가 공식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군을 책임지고 있는 국방장관 조차 ‘알자회 의혹’의 배경을 의심하고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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