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즐기다 ‘무전취식범’으로 몰린 사연
송년회 즐기다 ‘무전취식범’으로 몰린 사연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6-12-30 23:03
  • 승인 2016.12.30 23:03
  • 호수 1183
  • 3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식 상품권’ 내밀자 “현금 내 놔!”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맞은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바쁘다. 프로모션이란 광고·홍보 및 판촉활동을 통칭하는 말로 소정의 상품을 걸고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이다. 상품을 내걸면 일반 프로모션에 비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 매출을 향상 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프로모션용 상품으로는 일반 선물이 있지만 자사 상품권이 주로 제공된다. 직영·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으나 일부 매장들은 고의로 상품권을 받지 않고 있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점주 “본사에서 상품권 받지 말라 통보” 거짓말

본사 “점주의 일방적인 결정”, 상품권 현금으로 교환

회사원 김모(24)씨는 지난 5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 주류·외식 프랜차이즈 C브랜드가 신메뉴 출시 기념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을 알았다. 해당 게시물 댓글에 먹고 싶은 메뉴 및 사연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바로 댓글을 올렸고 6월경 프로모션 마감과 함께 자신이 당첨됐다는 사실을 인지, 상품권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6개월가량 사용하지 못했다.

이후 김 씨는 연말을 맞아 송년회를 계획했다. 상품권을 자세히 살펴보니 유효기간도 넉넉했다. 김 씨와 지인 일행은 지난 23일 사당역 부근에 위치한 C브랜드 매장을 방문했다. 김 씨는 술과 안주 등을 먹으며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외식 상품권으로 결제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쏘겠다’고 외친 뒤 계산대로 향했다. 하지만 김 씨는 매장 점주가 상품권 수령을 거부해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다.

억지라고 따지자

경찰 부르는 점주

점주는 김 씨에게 “3개월 전부터 본사에서 상품권을 받지 말라고 통보했다. 현재 상품권을 받을 수 없으니 현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김 씨는 “매장 어느 곳 하나 사전 공지가 없었고 상품권 때문에 매장을 방문했다. 왜 갑자기 받을 수 없다고 하느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점주 등 매장 내 직원들은 “지금 현금을 내고 손님들이 나중에 본사에 따질 부분이다. 우리는 책임이 없다”라며 불친절한 태도로 일관했다.

김 씨 등 지인들은 혀를 차며 “상품권 유효기간도 남아있고 매장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적혀 있는데 현금을 내고 본사에게 따져 돈을 받으라?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느냐. 돈이 없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이 맞지 않으니 결제를 안 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따졌다. 그러던 중 갑자기 점주는 경찰을 불렀고 여경을 포함한 경찰 4명이 매장으로 들이닥쳤다.

경찰이 오니 매장 점주와 관계자들은 기세등등한 태도로 “‘소비자 고발’하려면 해라 우리는 상품권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결제 안 하면

‘무전취식범’으로 연행”

현장에 있던 한 경찰은 “누구의 편도 들을 수 없지만 손님들이 결제를 안 하고 나가는 순간 ‘무전취식범’으로 현장에서 연행될 수 있다”고 말해 김 씨 등은 충격에 빠졌다.

결국 김 씨는 결제를 하며 “본사에 확인해서 사실 등이 맞지 않으면 바로 현 상황에 대해 매장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매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김 씨는 해당 본사의 SNS, 홈페이지 등을 확인하며 의문을 품었다. 매장에서는 “3개월 전부터 본사에서 상품권을 받지 말라 통보했다”고 밝혔는데 본사에서는 11월경에도 상품권을 내걸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주말을 지나 바로 본사에 전화한 김 씨는 해당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며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본사 관계자는 “직영·가맹점을 포함한 모든 매장에서 사용 가능하며 상품권을 받지 말라 통보한 적이 없다. 해당 점주가 일방적으로 벌인 상황 같다며” 김 씨에게 거듭 사과했다.

김 씨는 바로 매장 점주에게 전화해 설명하며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라고 물었다. 점주는 당황하며 “본사에 따로 연락해보겠다”라며 사과 한마디 없이 전화를 끊었다.

김 씨는 분노하며 본사에 연락했고 본사 관계자는 “해당 매장에 서비스 교육을 다시 시키겠다. 본사도 현재 3자 입장이다 보니 상황이 매우 난처하다. 상품권을 본사로 보내면 우편 비용을 포함한 전체 비용을 계좌로 입금 하겠다”라고 밝혔다. 결국 김 씨는 상품권을 본사에 우편으로 송부했다.

본사의 홍보 부족

소비자 피해 사례 증가

김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점주는 우리를 속였고 경찰까지 불렀다. 취객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연출했다”며 “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이며 (당시) 지인들과 방문했기 때문에 더욱 부끄러웠다”고 전했다.

김 씨 외에도 본사 차원의 홍보 부족 등의 문제로 상품권을 들고 매장에 방문했다 된서리를 맞는 소비자들이 많다. 육류 프랜차이즈 D브랜드를 방문한 H씨는 계산 시 본사에서 발행한 상품권을 제시했다가 가맹점주로부터 거절당했다. D브랜드의 경우 300여개에 이르는 매장 중에서 170여개 매장만이 본사가 발행하는 상품권을 받고 있다. 전체 매장 중 절반가량이 상품권을 취급하지 않는다.

한 창업전문가는 “동일한 브랜드를 사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프랜차이즈의 취지에서 볼 때 특정 매장에서 상품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면 브랜드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1월에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모여 ‘프랜차이즈 상품권(토리아토)’를 출시했다. 토리아토는 통합 상품권 사용 서비스로 중소 프랜차이즈 육성을 통해 골목 상권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기획됐다. 하지만 일부 가맹점주들은 “상품권 상용화가 될수록 현금 수금성이 떨어지며 상품권 현금 교환 시 수수료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