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정·허희수·배상민·박태영 등 주목…경영 수업 나서
주류 회사 후계자 특히 어려…국순당·보해양조·하이트진로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재계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 총수들 평균 연령은 흔히 은퇴연령이라 불리는 60대다. 이에 발 빠른 총수들은 30대에서 40대 초반인 후계자들에게 직무수행을 맡기는 등 경영수업을 시키는데 분주하다.
후계자들의 행보가 그룹 전체의 방향과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재계 전반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후계자들의 면모를 들여다본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25) 씨는 가장 기대되는 재계 후계자 중 한 명이다. 서 씨는 2016년 서 회장으로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6.48%를 증여받아 서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서며 일약 화제의 재계 후계자가 됐다.
서 씨는 아버지에 이어 미국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재원이다. 서 씨는 2016년 7월부터 최근까지 배인앤컴퍼니라는 컨설팅 기업에서 근무했었다.
배인앤컴퍼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씨, 구본걸 LF 대표의 조카 구민정 씨 등이 일해 주목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자연스레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해 이해하게 돼 재벌가에서는 경영 수업을 위해 후계자들을 컨설팅 기업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2017년 서 씨는 후계 승계에 한발 더 다가간다. 아모레퍼시픽 측에 따르면 서 씨는 2017년 1월 1일자로 아모레퍼시픽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서 씨는 입사 후 오산 공장으로 출근해 화장품의 생산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창업자 서성환 선대회장으로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품질제일주의’의 기업 가치를 계승하기 위해 서 씨가 화장품 사업의 기본이 되는 생산 부문에서 첫 근무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 회장 측은 아직 서 씨의 그룹승계에 대해선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서 씨의 입사로 아모레퍼시픽의 승계구도는 확실해 졌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편 서 회장은 2016년 7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 제가 50대 초반이고 저 또한 갈 길이 멀기 때문”이라고 서 씨의 승계 설에 대해 일축한 바 있다.
30대 젊은 에너지로 승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젊은 두 아들도 식품업계 차세대 리더로 꼽힌다. 허 회장은 두 아들을 각각 외식사업과 제과제빵R&D 분야에서 활동 시키고 있다. 먼저 허 회장의 차남 허희수(38) SPC그룹 부사장은 올해 외식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둬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 부사장은 올해 여름 미국 수제버거 전문점 쉐이크쉑 1호점을 서울 강남에 열어 돌풍을 일으켰다. 쉐이크쉑은 최근 문을 연 청담 2호점도 하루에만 2500여 명의 고객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허희수 부사장은 쉐이크쉑을 론칭하기 위해 5년 동안 미국 쉐이크쉑 본사를 찾아가 설득했다. 이런 허희수 부사장의 적극성과 능력은 그룹 내 호평이 자자하다는 후문이다.
장남인 허진수(39) 부사장은 제과제빵 R&D 분야에서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남 허진수 부사장은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학사를 졸업한 재원으로 알려졌으며 할아버지 허창성 명예회장 때부터 이어온 빵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성향을 타고 났다고 전해진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허 회장이 한창 경영 일선에서 활동 중인데 3세 경영이 시작됐다는 말은 아직 시기상조지만 두 부사장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그룹에 많은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각적인 아이디어 창출
주류업계는 특히 젊은 후계자들이 일찌감치 활동하고 있다. 배상민(36) 국순당 상무는 2011년까지 컨설팅 업체 모니터그룹에서 근무하다 2012년부터 국순당 기획팀으로 옮겼다. 이후 구매팀을 거쳐 2015년 11월 영업총괄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영업총괄본부장으로 승진하며 조모인 한 씨로부터 주식 102만4220주(5.74%)를 증여받았다. 배 상무는 지난 4월 개인 사정으로 지분 30만주를 매각했지만 여전히 국순당의 2대주주 자리를 지키며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 상무가 사내 여러 부서를 돌다가 가장 핵심인 영업총괄본부장으로 가고 주식을 증여받는 등 국순당의 후계자로 굳혀진 것 같다”고 말했다.
복분자, 부라더소다, 복받은부라더 등으로 유명한 보해양조의 모회사인 창해에탄올도 본격적인 경영 승계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를 졸업한 1985년생인 임지선 대표는 임성우 보해양조 회장의 장녀다.
임 대표는 파나소닉 인사팀장, 창해에탄올, 보해양조 영업총괄본부장, 보해양조 부사장 등 역임했다. 임 대표는 30대 여성 CEO로 남성 위주의 주류 시장에서 여성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보해의 전 제품에 대한 영업 및 마케팅 부문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실제 지난해 출시 후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즐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부라더소다, 복받은부라더 등은 임 대표 손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해양조 관계자에 따르면 임 대표는 그룹 내 상하문화, 여성들의 재취업난 등을 개선하고자 애쓰며 건강한 근로 분위기 조성에도 이바지 하고 있다.
국내 최대 주류기업 중 하나인 하이트진로도 오너 3세가 경영 일선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1978년생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전무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이다.
박 전무는 젊은 감각과 능력을 인정받아 8개월 만에 전무로 고속 승진해 화제가 됐다.

박 부사장이 소속된 경영전략본부는 그룹의 핵심부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부서에서 박 전무는 경쟁자가 많아진 주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또 박 전무는 경영전략본부 산하의 신사업개발센터를 통해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에도 주목하고 있다.
남동희 기자 donghee07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