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진풍경] 300명 국회의원 3억 후원금 모금 ‘희비쌍곡선’
[여의도 진풍경] 300명 국회의원 3억 후원금 모금 ‘희비쌍곡선’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6-12-30 15:40
  • 승인 2016.12.30 15:40
  • 호수 1183
  • 15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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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억 VS 18 원’, ‘인기투표’된 정치 후원금 백태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2016년 하반기 국회의 처음과 끝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였다. 최순실 씨 한 명으로 인해 여당은 분당했고, 문재인 전 대표는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의원 후원금’도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을 비껴가진 못한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앞장섰는지 여부를 놓고 의원 간 ‘후원금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진 것. 본 기자의 취재 결과 탄핵 정국에서 후원금을 단숨에 채운 의원들이 있는 반면, 목표치를 채우지 못해 노심초사하는 의원들도 상당수다. ‘후원금 모금 전쟁’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10만 원까지는 ‘전액’ 환급받을 수 있어…
- 野, 너도 나도 ‘親文’ 이유 있었네…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이 마감되는 연말, 국회는 ‘쩐의 전쟁’을 방불케 한다.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은 학연·혈연·지연을 총동원해 정치후원금을 모금한다. 일반 지지자들에게도 기부를 독려하는 문자와 광고가 쏟아진다. 올해는 4·13 총선이 있었기에 더욱 심했다. 정치후원금은 의원 1명당 1년에 1억 5천만 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최대 3억 원까지 모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후원금 모금에 전전긍긍하는 사람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보좌진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회의원을 위한 후원금을 정작 국회의원보다 보좌진이 더 챙기고 있다는 것. ‘후원금을 잘 걷는 보좌진=실력 있는 보좌진’이라는 등식이 나올 정도다. 결국 의원실의 ‘슈퍼 갑(甲)’인 국회의원의 압박에 시달리다 못한 한 보좌진은 “의원님... 후원금이 많이 안 걷히는 건 보좌진 탓이 아닙니다. 의원님께서 인기가 없는 탓입니다”라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재하기도 했다. 

촛불 정국 이후 ‘현실정치 개입’ 믿음 생겨나…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 이후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이 같은 현상의 이유로 국민들 사이에 생겨난 ‘현실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는 믿음’을 꼽는다. 촛불민심은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야당 의원들은 경쟁하듯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올해 하반기는 촛불로 시작해 촛불로 끝났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국민들이 촛불 이외의 방법들을 통해서도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고 그중 하나가 정치인 후원금제도다.

여기에, 후원을 하더라도 10만 원 까지는 연말정산에서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는 점도 자발적 후원 현상이 생겨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비용이 들지 않는 후원금 세제혜택 덕에 국민들 사이에선 후원금을 통한 ‘정치인 인기투표’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네티즌들은 자발적으로 ‘후원금 마감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마감되지 않은 의원 후원을 서로 추천하기도 한다. 나아가 몇몇 인기 의원들은 소액 후원 한도액인 3억 원(평년 1억 5천만 원)을 꽉 채워 ‘한도액 초과 마감’을 공지하기도 했다.

탄핵 정국에서 존재감을 부각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안민석, 우상호, 조응천, 표창원, 손혜원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은 한도액을 꽉 채워 일찌감치 후원을 마감했다. 반면 탄핵을 당론으로 반대했던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과 탄핵에 주저했던 비박계 의원 일부는 ‘18원’ 후원금이 폭증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조차 탄핵안 표결 일을 2일로 하자던 민주당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후원금으로 ‘18원’을 받았다.

‘18원 후원금’ 집중포화를 받은 대표적 정치인은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여당 간사로 활동하며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청문회 밉상으로 등극했다.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의 후원금 계좌로 들어온 ‘18원 후원금’이 6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비판에 시달리던 이 의원은 결국 국조특위 간사직을 내려놓았다.

뿐만 아니라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종섭 의원 측도 “‘18 원 후원금’ 입금이 있었고, 심지어 세액공제 영수증을 요구해 우편요금 300원을 들여 각각 영수증을 끊어줬다”고 했다. 다만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인 조원진 의원은 국조 시작 전 후원금 한도가 꽉 차 ‘18 원 후원금’ 폭탄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원 측은 “어떤 분은 ‘18원 후원금 내고 싶었는데...’라며 전화를 끊더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자발적 후원 양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최근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은 유권자가 후원금을 통해 평소에도 의정활동에 관심을 갖는 현상”이라고 호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정치 후원금으로 국회의원이 압박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후원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의원들이 자신들의 소신을 뒤로 한 채 ‘포퓰리즘 정치’ 나아가 ‘계파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

‘親文 간판’ 초선 의원에게도 후원금 쏟아져...

실제로 탄핵 정국 속 문 전 대표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은 친문계 인사들의 ‘후원금 폭증’이라는 파급 효과를 낳았다. 문재인 전 대표 지지자들의 조직적인 후원으로 친문 성향 의원들의 후원금 한도는 일찌감치 채워졌다.

실제로 지난 12월 초 문 전 대표의 인터넷 팬 카페 지지자들은 SNS에서 “문재인을 지키는 최종병기 김병기 의원님 후원금이 법정한도액을 못 채웠다”며 “만 원씩 만 명만 후원해도 채워지겠다”라고 후원 캠패인을 벌였고 며칠 뒤 김 의원은 “여러분이 보내주신 격려와 성원으로 후원금 모금을 마감했다”고 밝힌 일도 있었다.

문 전 대표의 아내 김정숙 씨의 중·고교 친구인 민주당 손혜원 의원 역시 “나도 후원금이 필요하다. 박주민·표창원·김병기 의원의 후원금 계좌가 꽉 찼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하자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의 후원금이 쏟아졌다. 4시간 만에 2000여 명이 1억 원 가까운 후원금을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야권 비주류 인사들은 후원금 모금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을 겨냥해 SNS에 문 전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후원금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이에 한 정치권의 관계자는 “정치인이 비용에 대한 걱정 없이 정책 개발과 실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치후원금 제도가 필요는 하다”면서도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는 거의 다 후원금이 다 찼다. 국회에서 근무하는 동안 국민들이 초선 의원에게 후원금을 마구 보내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계파정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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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눌당과 궁물잡당 정치인에게 1 2016-12-31 10:29:06 223.62.72.33
18원 내고 영수증 속달등기로 요구하자 우편요금이 300원이란다 탈탈 털어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