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타, 그리고 장자연리스트
로리타, 그리고 장자연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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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4-09 13:33
  • 승인 2009.04.09 13:33
  • 호수 780
  • 6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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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속에로스 -2
어린 소녀에게 품는 비정상적인 성욕을 가리키는 ‘로리타 콤플렉스’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쓴 소설 ‘로리타’의 제목에서 비롯된 말이다. 1956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유럽의 지성인 험버트 험버트가 사춘기 소녀 돌로레스 헤이즈에게 성적인 욕망을 느낀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작품성을 갖추고 있었지만 금기시 되던 주제를 다뤄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이 소설은 1962년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1997년에 아드리안 라인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주인공 험버트의 일탈된 애정행태가 사회의 고정관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찬사와 함께 많은 불이익을 동시에 받았다.

주인공 험버트가 어린 소녀 로리타를 사랑하게 되는 데에는 어린 시절에 연인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정신적 후유증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소설적 장치와는 관계없이 소설이나 영화를 수용하는 입장에서는 험버트의 심리적 저변에 저항 불능의 소녀를 지배하고 싶어 하는 남성의 성적욕망이 담긴 것으로 이해한다. 정작 험버트의 의도와는 달리 로리타는 험버트의 손아귀에 사로잡히지 않고, 중년의 남성을 자신의 의도대로 쥐락펴락하는 팜므파탈의 성격이었음에도 말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로리타리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조교제이다. 당연히 범죄행위인 이 경우를 제외하고도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의 로리타리즘을 경험하게 된다. 극단적인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10대 소녀들로 구성된 그룹에게 열광하는 중년 남성의 심리도 크게 보자면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성적 욕망이 사랑으로 승화되는 경우가 없진 않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대개 범죄행위로 재단된다.

로리타 콤플렉스와 관계없는 얘기다. 장자연 리스트는 험버트가 님펫(nymphet)을 동경하듯 손녀 같은 어린 신인여배우들의 몸이나 탐하는 남성의 성심리가 만들어 낸 파행적 사회현상이다.

재벌과 언론인, 그리고 유력 인사가 포함되어 있다. 리스트에 등장하는 일부 사내들은 험버트의 비뚤어진 애정관보다 더 치욕적이고 난삽한 행위를 했다.

사람들은 죽는 순간까지 사랑에 빠질 권리가 있다. 피카소의 나이 여든에 서른 살의 자클린 로커와 결혼했을 때, 사람들은 일제히 야유했다. 그러나 자클린 로커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년과 결혼했어요. 오히려 늙은 사람은 나였지요”라고 대답했다. 거장의 사랑은 왕성했고 훗날 그를 지탄하는 사람들은 사라졌다. 그의 여성편력은 매순간 진지한 사랑이었기에 정당화 되었다.

하지만 사회적 추문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성 상납 리스트 속 그들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추측해 본다. 험버트나 피카소와 자신이 뭐가 다른가 하고 억울해 하고 있을까?. 그런 그들에게 주먹감자를 날려본다.


문신구 그는 7-80년대 영화배우로 활동했으며, 90년대 연극〈미란다〉를 연출했다. 당시〈미란다〉는 마광수 교수의〈즐거운 사라〉와 함께 외설시비가 붙어 법정에 섰다. 이후 그는〈콜렉터〉〈로리타〉등 성과 사회적 관계를 담은 영화와 연극을 제작해 왔다. 현재 연예계 성상납사건을 담은〈성상납리스트〉와 재벌가의 숨겨진 사생활을 담은〈성〉을 영화화하는 작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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