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살인>의 의학도 류덕환
<그림자살인>의 의학도 류덕환
  • 윤근영 기자
  • 입력 2009-04-09 13:17
  • 승인 2009.04.09 13:17
  • 호수 780
  • 5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 송강호보다 연기 잘해요”

〈그림자 살인〉의 신인 류덕환(22)는 ‘끼’가 많은 연기자이다. 그는 대선배 송강호(42)에 비견해서 자신의 연기가 훨씬 뛰어나다고 자평하는 한마디로 당찬 신인이다. 그는 20년이나 연상인 대선배와 비견할 수 있을 만큼 자기만의 연기관을 갖추고 있다. 〈그림자 살인〉을 통해 보여줬던 류덕환의 연기세계에 대해 살펴봤다.

류덕환(22), 참 당돌한 친구다. 누가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송강호보다 연기 잘해요.” 송강호(42)는 대한민국에서 연기를 제일 잘하는 배우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송강호에게 한 수 배우고 싶다’, ‘송강호처럼 되고 싶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송강호보다 연기 잘한다”는 자신감은 자칫 욕먹기 십상이다. 새파란 연기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류덕환은 다르다. 두 귀를 의심하며 재차 되물어도 대답은 같다. “송강호보다 연기 잘해요.”

류덕환은 자신의 소신을 조금은 당돌한 방식으로 전한다.

그는 “전 송강호 연기는 잘 못해요. 그렇지만 류덕환 연기는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는 신념이다.

이어 “내 것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왜 이렇게 송강호만큼 연기를 못할까 생각하면 땅으로 꺼지는 지름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류덕환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송강호와 연기 철학을 두고 맞장을 떴다. ‘연기란 타고나야 한다’는 송강호의 주장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류덕환의 주장이 양보 없이 맞섰다고 한다. 맞을 짓을 한 류덕환은 많이 맞았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는 “송강호 선배님께 연기를 왜 이렇게 잘하냐고 물었더니 타고나야지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본인이 잘하는 게 아니라 ‘연기 잘하는 사람 보니까 그렇다’라고 했다. 제 생각은 그게 아니라고 말했다. ‘연기는 노력하면 달라진다. 노력여부에 따라 달라 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의 논쟁은 ‘타고난 사람이 잘하지만, 노력하면 더 잘한다’는 타협적 결말로 마무리됐다고 한다.

류덕환은 “잘하고, 선배고, 스타라고 해서 자신이 자꾸 주눅 들면 평생 해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때문에 의지가 자꾸 뒤바뀐다면 내 연기관이 없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류덕환은 아역 출신의 17년차 연기자다.

장수 드라마〈전원일기〉에서 복길 동생 순길로 출연했다.

〈전원일기〉를 통해 많은 선배 연기자들과 호흡하면서 깨달은 점도 많다. 하지만 “선후배 관계에서 예의는 차리되 선배님들에게 정말 좋은 후배가 되려면 그 분들에게 지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당찬 승부욕을 보인다.

이는 “선배들이 잘 닦아 놓은 길을 더럽히지 않겠다”는 또 다른 의지의 발로다.

그는 연예계 내에서 ‘애늙은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칭찬이자 욕이 될 수 있다.

류덕환은 “점잖다는 말을 듣는데, 점잖다는 건 젊지 않다는 뜻이래요”라고 못내 씁쓸해 했다.

외모와는 정반대다. 작은 체구에 뽀얀 피부를 지닌 초절정 동안이다. 요즘도 술집에 가면 십중팔구 신분증 검사를 요구받는다고 한다.

술은 마셔 봤을라나, 어리게만 보는 시선과 달리 류덕환은 엄청난 술꾼이다. 폭탄주 50컵의 무시무시한 공룡급 주량을 자랑한다.

류덕환은 “나이 있는 연기를 했는데 어려 보인다면 제가 잘못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외모조차 커버하지 못할 정도로 연기를 했다면 내 잘못이니까 그런 것에 대해 콤플렉스는 없다”라고 단언한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거구, 〈우리 동네〉의 살인마 등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 류덕환이다.

신작 〈그림자 살인〉에서는 황정민(39)과 함께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의학도 역을 맡았다.

황정민과 연기한 소감은 “이게 진짜 앙상블이구나 느낄 정도로 완벽했다”면서 “서로 표정만 보고도 애드리브가 척척 맞았다. 그 짜릿함을 연기로 표현된 보디랭귀지였다”고 말했다.

윤근영 기자 iamygy@newsi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